녹십자(대표 조순태)가 일동제약(대표 이정치)에 대한 적대적 M&A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두 회사 주가가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일동제약 주가는 3일 1만7천950 원에 마감돼 지난달 26일 2만150원에 비해 불과 3거래일 만에 10.9%나 하락했다.
같은 기간 녹십자의 주가는 13만9천 원에서 14만5천500원으로 4.8% 올랐다.
일동제약은 오는 20일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있는데 사외이사 1명과 감사위원 1명 선임을 놓고 녹십자와 표대결이 벌일 전망이다.
일동제약은 윤영원 회장 등 오너일가가 지분 32.5%를 갖고 있지만, 녹십자도 30%에 가까운 지분을 확보하고 2대 주주로서 이사 선임을 요구하면서 경영권에 개입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녹십자가 우세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일동제약에 대해 적대적 M&A를 추진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녹십자는 지난해 초 일동제약의 주식을 추가 매수하면서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변경했다. 또 지난해 임시주주총회에서 일동제약이 윤영원 회장의 경영권 강화를 위해 추진했던 지주사 전환 계획을 저지하기도 했다.
녹십자는 적대적 M&A 추진 가능성은 부인하고 있지만 "2대 주주로서 주주제안은 마땅한 권리 행사"라며 지난달 초 일동제약에 사외이사와 감사 선임 요구안을 담은 주주제안서를 보냈다. 녹십자는 임기가 만료되는 일동제약의 이사 3명 중 2명을 자기 측 인사로 교체할 계획이다.
녹십자는 허재회 전 녹십자 사장과 김찬섭 녹십자셀 사외이사를 사외이사와 감사 후보로 추천했다. 일동제약은 이에 맞서 서창록 휴먼아시아 대표와 이상윤 전 오리온 상임감사를 후보로 올렸다.
녹십자는 현재 일동제약의 주식의 29.36%를 보유하고 있다. 일동제약 오너 일가와의 차이는 3.16%포인트에 불과하다. 하지만 일동후디스가 보유한 지분 1.36%는 상호출자로 인해 의결권이 없기 때문에 실질적인 차이는 1.7%포인트에 불과하다.
제약업계에서는 녹십자가 전문의약품과 백신 중심에서 일반의약품 비중이 높은 일동제약을 인수할 경우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녹십자 주가가 오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녹십자가 일동제약을 인수하면 매출이 1조 4천억 원대로 껑충 뛰면서 국내 최대 제약사로 발돋움하게 된다.
녹십자는 지난해 국내 제약사 최초의 매출 1조 원 달성을 높고 유한양행과 치열한 경쟁을 펼쳤으나 간발의 차이로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안형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