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여행사 소속 가이드의 무책임한 서비스에 가족여행을 망쳐버린 소비자가 울분을 터뜨렸다. 여행사 측은 서비스 문제는 일정 차질과 무관하다며 가이드비용 환불로 대응해 원성을 사고 있다.
부산 진구 당감동에 사는 이 모(여)씨는 지난 2월10일 하나투어(대표 최현석)를 통해 라오스로 가족여행을 떠났다. 아버지 칠순을 맞아 온 가족이 함께하는 첫 여행으로 1인당 52만 원씩을 지불한 상품이었다.
여행은 첫날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총 인원 15명으로 2인실 7개, 1인실 1개를 예약했는데 2인실 6개만 예약된 상태였다. 가이드에게 항의하자 호텔 측과 사인이 안맞았다는 해명이 전부였다.
결국 2인실 방 세 개를 아홉명이 나눠써야 했고 싱글침대 두 개에 끼어자는 것도 모자라 한 명은 바닥에 이불을 깔고 자야 했다고.
다음날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35도가 넘는 고온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물을 준비하지 않은 가이드에게 이의를 제기하자 역시나 "이른 아침이라 물을 준비 못했다"는 핑계만 댔다. 일행들의 원성이 쏟아지자 그제야 물을 구입해 돌렸다.
왕실사원 박물관 왓파깨우에 도착했을 때도 이 씨 일행은 얼굴을 찌푸려야 했다. 박물관 입구에 도착한 가이드는 아무런 설명이나 안내없이 "쭉~둘러보세요"라는 한 마디를 남기고 사라졌다. 결국 다른 여행사 가이드를 따라다니며 귀동냥으로 설명을 들어야 했다고.
그 다음날 수중동굴탐험. 다른 여행사 가이드는 담당 여행객들 구명조끼 챙기기에 바빴지만 이 씨 일행은 구명조끼도 받지 못했고 가이드는 차량 이동 중에도 라오스 현지 설명은 커녕 맨 뒷자리에서 잠만 잤다.
마지막 일정으로 계획돼있던 전통민속디너쇼를 보기 위해 이동하던 중 가이드는 "볼 것도 없고 음식도 별로다"라며 디너쇼 가격 상당의 음식점으로 느닷없이 변경할 것을 통보했다.
이 씨 일행이 일정대로 진행해줄 것을 요구해 뒤늦게 디너쇼장에 도착했지만 이미 사람이 꽉 차 구석진 뒷자리의 간이테이블에 앉아 쇼를 봐야 했다고.
마지막 귀국날까지 가이드의 무책임한 행동은 계속됐다. 티켓팅을 마치자마자 다른 일정이 있다며 사라졌고 일행들은 말도 안 통하는 공항에서 우여곡절 끝에 출국수속을 밟아야 했다.
수속 하나하나를 챙겨주고 있는 다른 여행사 가이드를 보고 있자니 타지에서 고아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는 이 씨는 "하나투어 여행사 이름만 믿고 제값 주고 떠난 가족여행이 가이드 잘못 만난 바람에 여행내내 짜증나고 불쾌했다"며 "규정이 뭔지는 모르지만 규정 운운하며 가이드 잘못으로만 돌리는 하나투어의 행동도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하나투어 관계자는 "상황에 따라 보상 범위가 달라지는데 해당건은 가이드 서비스의 문제일 뿐 일정상 차질이 생긴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가이드 비용 1인당 50달러를 보상하기로 했다"며 "가이드 서비스 개선을 위해 교육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얼버무렸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안형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