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 강남구에 사는 김 모(남)씨도 리퍼브 제품이 3개월 만에 고철 덩어리가 됐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한 소셜커머스에서 41만 원짜리 TV 리퍼브 제품을 20만 원에 구입했다. ‘제품 하자가 아닌 미세한 스크래치 있거나 반품된 상품을 싸게 파는 것’이라는 설명을 믿었기 때문. 하지만 3개월 만에 화면이 깨져보이는 현상이 발생했다. AS 후에도 증상은 계속됐고 결국 ‘패널 불량’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리퍼브는 무상 AS기간이 6개월로 짧아 다음번 수리시에는 30만 원씩 유상수리를 해야한다는 뜻밖의 안내를 받게 됐다. 김 씨는 “판매자는 초기 불량임을 입증할 수 없고 재고도 없다며 계속 AS를 받으라고 하더라. 무상 AS기간이 두 달도 남지 않았다”고 한숨을 쉬었다.

새 제품과 성능이나 품질은 거의 비슷하지만 가격은 더 저렴한 ‘리퍼비시드(이하 리퍼브)’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덩달아 소비자 피해도 증가하고 있다.
‘리퍼브 제품’은 제조 과정에서 외관상 흠집이 생겨 정상가로 판매하기 어렵거나 고객의 단순 변심에 의해 반품된 것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제품을 말한다. 소비자가 사용하다 내놓은 중고제품보다 상태가 좋고 제조사가 직접 손질해 내놓는 것으로 알려져 신뢰도가 높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새 것과 다름없는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제조사나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적절한 가격을 받으면서 재고품을 처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구, 전자제품 등 점차 시장이 커지고 있다.
이러다 보니 G마켓, 11번가 옥션 등 오픈마켓 뿐 아니라 롯데백화점 등 백화점 업체들도 리퍼브 제품 판매에 뛰어들었다. 저렴한 가격을 강조하는 쿠팡, 위메프, 티몬 등에서도 활발하게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리퍼브 제품 시장이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은 해외와 달리 국내에서는 몇 년간 사용하던 중고제품을 외관만 손질해 판매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한 가격이 저렴하다는 이유를 들어 제품 상태에 대한 정확한 안내 없이 ‘반품 및 교환이 안된다’고 고지하거나 AS기간을 턱없이 줄이는 경우가 있어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 유통업체 및 제조사에 따라 판매조건 달라
리퍼브 제품은 백화점, 오픈마켓, 소셜커머스 등 유통업체뿐 아니라 제조사 홈페이지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판매되지만 특히 오프라인 매장보다는 온라인에서 판매된다.
제품을 직접 눈으로 보고 고를 수 없어 제품 상세설명페이지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지만 ‘사용감이 있을 수 있다’거나 ‘흠집이 다소 있을 수 있지만 성능에는 문제 없다’는 모호한 문구로 혼란을 주고 있다.
리퍼브 제품은 판매처, 제조사에 따라 각기 다른 판매 및 AS 조건을 제시하기 때문에 소비자가 꼼꼼하게 따져보고 구매해야 한다.
소셜커머스에서 TV를 구매한 사례 역시 AS기간이 6개월로 짧아 문제가 됐다. 일반적으로 TV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라 제품보증기간(무상수리)을 1년으로 두고 있지만 리퍼브 제품이라는 이유로 절반으로 줄어든 사례다.
또한 무조건 반품 불가를 안내하는 사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는 리퍼브 제품에 대한 규정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사업자들의 판단에 따라 판매조건을 다르게 명시할 수 있지만 ‘반품 불가’ 규정은 법에 저촉될 소지가 있다. 전자상거래법에 ‘7일 이내 반품이 가능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전자상거래법에 따라 7일 이내 반품이 가능하고 상품 설명과 다른 제품이 도착했다면 3개월 이내 반품이 가능하다”며 “리퍼브 제품이 ‘청약철회 제한 사유’에 포함되는지는 검토가 필요하지만 무조건 반품 불가라면 소비자 권리를 침해한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컨슈머리서치 최현숙 소장은 "리퍼브 시장이 활성화된 미국 등 외국의 경우 리퍼브 제품의 제조일자, 어떤 이유로 반품돼 어떤 부분에 흠집이 생겼는지 등을 정확하게 고지하고 있다"며 "경기 불황으로 점차 확대될 시장인만큼 제품정보 기재 기준 및 반품, 환불에 대한 명확한 규정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문지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