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개발업체(팹리스) 실리콘웍스가 지난해 6월 LG그룹에 정식 편입되며 성장에 대한 기대치를 높였으나 정작 매출이 감소하며 실망스런 결과를 냈다.
그러나 최근 계열사로부터 '알짜'로 꼽히는 반도체 후공정사업을 넘겨 받으면서 올해 2분기부터는 가파른 상승이 예상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실리콘웍스(대표 한대근)는 매출액 3천907억 원, 영업이익 361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에 비해 영업이익이 5.5% 늘었지만 매출은 4.6% 감소하며 역성장을 했다.
LG그룹의 후광효과를 누릴 것이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이다.
그러나 올해 들어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하나대투, 미래에셋, 부국, 토러스투자증권 등 4개 증권사가 전망한 실리콘웍스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평균 2천192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 상반기 1천700억 원에 비해 28.9%나 높은 수치다. 영업이익 전망치는 197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111억 원에 비해 43.7%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수치를 그대로 대입하면 실리콘웍스는 LG에 인수된 후 1년 매출액이 4천398억 원으로 인수전 1년 간에 비해 10% 가량 늘어나게 된다. 영업이익은 442억 원으로 인수 전에 비해 28% 증가할 전망이다.

증권사들은 실리콘웍스가 올해 2분기부터 성장세가 가팔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LG 계열사인 루셈에 외주를 맡겼던 반도체 후공정 사업을 이달부터 직접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른 신규 매출액이 못해도 800억 원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리콘웍스는 지난 2월 60억 원을 주고 루셈이 반도체 후공정 사업부를 인수하기로 했다. 루셈은 LG가 지분 64.8%를 보유하고 있는 회사다.
루셈이 실리콘웍스에 넘기는 후공정처리(COF) 사업은 연간 2천억 원 가량 매출을 올리는 알짜부문이다. 실리콘웍스로 사업이 이관되면 올해에만 적어도 800억 원 이상의 매출이 추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간으로는 1천억 원 규모다.
남대종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2분기부터 루셈의 후공정사업부 인수로 실적개선이 안정적일 것"이라며 "올해 영업이익이 1분기 97억 원, 2분기 108억 원으로 시장 기대치(80억 원대)를 뛰어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진호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도 "실리콘웍스가 루셈에서 넘겨받은 사업으로 매출액 350억 원이 계상되고, 루셈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LG디스플레이에 주력인 TV 부품을 납품할 수 있게 돼 창사 최대 실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조 애널리스트는 미래에셋이 1분기 영업이익이 100억 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실리콘웍스는 반도체 조제 공정 중 하드웨어 소자를 설계하고 판매만 전문적으로 하는 기업으로, 연 매출액 4천억 원 정도에서 9% 가량을 영업이익으로 올리는 알짜 회사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지난해 6월 외사촌이 운영하던 실리콘웍스 경영권을 인수해 비메모리반도체, 특히 자동차 전장사업을 확대할 전략이다.

한편 LG는 지난해 5월 코넷네트워크(지분율 16.5%)와 계열사 LG디스플레이(2.9%)가 보유한 실리콘웍스 지분 20%를 865억 원에 인수해 최대주주가 됐다. 실리콘웍스의 최대주주였던 코넷네트워크는 구본무 LG그룹 회장과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의 외사촌인 하국선(지분율 95%)씨가 대주주다. 하국선씨는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부인 고 하정임 여사의 조카로 알려져 있다.
이 회사는 전체 매출의 90%가 디스플레이 구동칩(드라이버 IC)에서 나온다. 실리콘웍스는 중소형 디스플레이 구동 칩 설계 분야에서 글로벌 수준의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회사 측은 노트북이나 태블릿PC 세계 시장에서 9인치 이상 제품을 기준으로 점유율 14.5%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실적부진은 주력인 아이패드 등의 납품물량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다만 올해부터는 UHD TV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LG디스플레이 납품물량이 더 늘어날 전망이어서 외형적으로 크게 성장할 전망이다.
실리콘웍스 관계자는 "지난해 전반적인 IT수요 감소로 인한 매출 하락 때문"이라며 "아이패드 관련 매출이 전년보다 줄어든 것도 매출 감소의 원인 중 하나"라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윤주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