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 종로구에 사는 김 모(남)씨는 지난해 여름 4년 동안 사용한 냉장고가 고장나 AS를 신청했다. 며칠 안에 해결될 것이라 여기고 아이스박스까지 동원해 냉장고 안에 있던 반찬을 지켰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이틀이 지난 다음에나 방문한 AS기사가 "부품 교체가 필요한데 현재 재고가 없어 한참 기다려야 수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기 때문. 결국 2주 만에 제품을 감가상각해 환불받기로 했지만 상해버린 음식 보상은 불가능하다고 못을 박았다. 김 씨는 “제대로 서비스를 받지 못해 상해버린 음식 값에 대한 보상이 왜 안되는 건지 모르겠다”며 궁금해 했다.
제품 고장으로 인해 AS를 신청했는데 부품 수급이 늦어지거나 AS할 제품이 많이 밀려있다는 이유로 수리가 지연되는 경우가 왕왕 발생한다.
하지만 언제까지 수리를 완료해야 한다는 기준이 알려져 있지 않고 제품 교환 및 환불을 요구하더라도 거절당하기 일쑤라 소비자 입장에서는 무작정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
특히 에어컨이나 온수매트, 보일러 등 한 계절에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의 경우 3개월을 사용하려고 구입했다가 AS 지연으로 인해 1년을 버리는 일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고시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수리는 지체 없이 하되 불가피한 사유가 있을 때는 바로 소비자에게 알려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소비자가 수리를 의뢰한 날부터 1개월이 지나도록 수리된 물품을 인도받지 못할 경우 제품을 새 제품으로 교환받거나 교환이 불가능하면 환불받을 수 있다.
품질보증기간이 지났을 경우에는 구입가를 기준으로 감가상각한 금액에 10%를 더해 환급받을 수 있다.
사업자가 수리를 지연하는 바람에 품질보증기간이 경과됐다 하더라도 ‘수리를 요청한 시점’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수리비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 물론 수리를 요청한 시점에 대한 분쟁이 있을 수 있으므로 온라인게시글, AS신청서 등 증거를 남겨놓는 것이 좋다.
◆ 수리 기간 동안 발생한 2차 피해는?
하지만 수리 기간 동안 제품을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2차 피해'에 대해서는 보상 규정이 없다.
자동차의 경우 '통상적으로 수리기간으로 볼 수 있는 5일 이내에 인수가 불가능할 경우 렌트카 비용을 사업자가 내야 한다'는 법원 판례가 있지만 일반 가전제품에 대해서는 별다른 규정이 없는 상태다.
냉장고만 하더라도 고장나면 보관하던 음식물이 상하기 마련이지만 제품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지한 소비자가 이를 방치했기 때문에 생긴 2차 피해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LG전자, 동부대우전자, 대유위니아 등 가전제품 제조업체 역시 이러한 피해를 막기 위해 최대한 AS기간을 줄이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2차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보상 규정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냉장고는 고장이 나면 2차 피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당일 또는 익일 처리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며 “소비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보상 규정은 따로 없다”고 설명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문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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