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최수부 회장의 뒤를 이어 광동제약을 이끌고 있는 최성원 부회장이 수익성 위주의 경영으로 뚜렷한 색깔을 내고 있다.
내수시장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해마다 매출과 영업이익을 크게 늘리며 10대 제약사 반열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반면, 수출과 R&D투자는 10대 제약사 가운데 바닥권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최 부회장은 최근 인터넷유통업체를 인수하며 이른바 '돈 되는 사업'에서 실력을 발휘하고 있지만, 사업포트폴리오가 한 쪽으로 지나치게 치우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받고 있다.
최 부회장은 지난 2013년 7월 고 최수부 회장 타계 이후 자연스럽게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20년 넘게 경영수업을 받은 최 부회장은 단독 경영 이후 매해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최 부회장은 지난 2013년 '삼다수'의 판권을 끌어오며 생수시장에서 입지를 굳히고 우황청심원 등 한방의약품과 비타500, 옥수수수염차 등 건강음료 마케팅에 주력했다.
그 결과 광동제약은 지난 2012년 매출 3천326억 원에서 지난해 5천210억 원으로 56.6% 늘어났다. 영업이익도 505억 원으로 2년 동안 39.1% 늘었다.
정부의 리베이트 근절 정책과 일괄 약가 인하 등으로 정체된 제약업계에서 단연 돋보이는 성장을 보였다.
하지만 이 같은 성장전략이 '빛'을 발할수록 '그림자' 역시 짙어지고 있다.
내수시장에 포커스를 두고 마케팅에 역량을 집중시킨 부작용이 수출과 R&D투자의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광동제약은 지난해 신약 연구개발(R&D)에 59억 원을 들였다. 2년 새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천884억 원, 142억 원 늘어났지만 연구 개발은 단 5억 원 늘어난 것에 그쳤다. 오히려 매출액 대비 R&D 비율은 1.6%에서 1.1%로 0.5%포인트 줄었다.
10대 제약사 가운데 최하위권에 속하는 수준이다.

한미약품(대표 이관순)이 지난해 매출의 20%에 달하는 금액을 R&D에 쏟아붇고 LG생명과학(대표 정일재)도 19% 수준의 투자를 집행한 것과 대조된다.
최근 제약사들이 신약개발과 해외시장 개척을 통해 글로벌제약사로 발돋움하기 위해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광동제약은 홀로 '역주행'을 선택한 모습이다.
실제로 광동제약은 2012년 이후 국내 매출이 크게 늘어난 것과 달리, 수출액은 매해 줄어들고 있다. 2012년 121억 원을 기록했던 수출액이 2013년 87억 원, 지난해 80억 원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수출실적이 2천억 원을 넘긴 녹십자나 1천900억 원대를 기록한 LG생명과학, 유한양행과는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초라한 성적이다.
일가에서는 광동제약이 제약사로서 정체성을 잃고 있다고 비판하지만, 최성원 부회장은 유통부문에 대한 투자를 단행하며 '마이 웨이'를 고수하고 있다.
최 부회장은 지난 2월 기업간거래 유통회사 코리아이플랫폼의 지분 56%를 약 407억 원에 인수했다. 인터넷 유통업과 비즈니스 개발 컨설팅, 전자상거래 관련 사업을 주로 하는 코리아이플랫폼은 연 매출 5천억 원 규모의 사업체다.
증권가에서는 삼다수 판권을 잃을 수 있는 상황에서 코리아이플랫폼을 인수해 새로운 수익원 발굴에 나선 점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태기 SK증권 연구원은 "경기의 영향을 받는 기존의 B2C 중심에서 경기영향을 덜 받는 B2B 사업체인 코리아이플랫폼 인수로 사업안정성이 높아질 전망"이라며 "삼다수와 관련된 잠재적인 미래변동성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성원 부회장은 이번 M&A를 통해 매출 1조 원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지만, 가업이자 본업인 '제약'과는 더욱 멀어지게 됐다.
제약사나 식품업체를 막론하고 '글로벌화'를 부르짖고 있는 시대에 내수시장에서 '유통과 마케팅'으로 승부를 걸고 있는 최성원 부회장의 행보가 앞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안형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