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이 갖은 악재 속에서 임단협이라는 또 다른 복병을 만났다.
지난해 취임과 동시에 강도 높은 인력 감축을 단행하면서 노조와 대립각을 세웠던 권 사장은 '인력 구조조정 중단'을 선언했지만 노조 측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태다.
현대중공업은 여러가지 악재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어서 노사갈등까지 불거질 경우 권오갑 사장의 경영능력과 리더십에 큰 흠집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권오갑 사장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중공업은 지난 1분기까지 6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또 방산비리 혐의로 올 들어서만 세번이나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인력문제가 또 다시 불거지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올 상반기에 사무직 직원 1천500여명을 구조조정하며 진통을 겪었다. 권 사장은 내부조직을 추스르기 위해 지난 1일 인위적인 인력조정을 중단한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올 하반기 추가적으로 인력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란 소문이 돌고 있다. 수주실적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중공업은 지난달까지 누적 수주액이 58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94억 달러)에 비해 38.4%나 감소했다.
특히 해양플랜트는 수주액이 68%나 줄었다. 다른 조선업체들도 해양플랜트 수주 실적이 좋진 않지만 운용인력이 가장 많은 현대중공업으로선 파급효과가 더 클 수밖에 없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3월말 기준으로 해양플랜트 사업부문 인력만 5천 명이 넘는다.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은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국내 조선3사 중 유일하게 올해 임단협을 위한 상견례조차 하지 못한 상태다.
삼성중공업(대표 박대영)은 지난 23일, 대우조선해양(대표 정성립)은 지난달에 상견례를 마치고 교섭에 들어갔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파업에 들어갈 수 있다며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앞서 노조는 사측이 올해 임단협 교섭에 나서지 않고 있다며 지난 19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행위 조정신청을 냈다. 결과는 이달 말 통보될 예정이다. 노조는 이후 파업 찬반투표 등 후속절차에 들어갈 계획이다.
24일에는 분과별 쟁대위 출범일정을 확정지었다. 노조는 오는 26일 해양분과 쟁대위를 가장 먼저 출범시키고 건장분과, 엔진분과, 플랜트분과 등의 순으로 쟁대위 출범식을 가질 예정이다. 노조 측은 "사측이 경영악화를 이유로 교섭절차를 지연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중공업은 1만6천여명의 정규직 조합원들로 구성된 노조와 40여명의 사무직 노조 두 곳을 상대로 교섭에 들어가야 하는 만큼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1월과 12월 파업으로 손실이 적지 않았다. 또 다시 파업사태가 발생할 경우 실적악화는 물론, 권오갑 사장의 입지도 크게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노조의 신뢰를 잃은 권오갑 사장이 이 난국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주목된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윤주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