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분기 대규모 영업적자와 합병 실패라는 악재를 겪었던 삼성중공업의 박대영 사장이 올들어 분위기 반전의 실마리를 잡아가고 있어 눈길을 끈다.
박 사장은 지난해 삼성중공업이 대규모 영업적자를 내는 바람에 그룹 차원에서 경영진단을 받은데다 삼성엔지니어링과의 합병도 수포로 돌아가는 시련을 겪었다.
올해로 취임 3년차를 맞아 박 사장은 조선업계가 침체에 빠진 상황에서도 최근 대형 수주를 잇달아 성사시키며 위기를 모면하는 분위기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달 29일부터 이달 6일까지 일주일 동안 6조8천억 원 상당의 해양플랜트 계약 3건을 수주하는데 성공했다.
호주 브라우즈 가스전에 투입되는 부유식 액화천연가스설비(FLNG) 3척을 5조3천억 원(47억 달러)에 수주했고, 노르웨이 요한 스베드럽 유전에 투입될 예정인 플랫폼 2기도 1조1천700억 원(11억 달러)에 계약했다. 또 미주지역 선주로부터 원유생산설비(FPS) 1기를 3천370억 원(3억 달러)에 수주했다.
올해 들어 국내 조선 3사 중 해양플랜트를 수주한 곳은 삼성중공업이 유일하다. 국제유가 하락 등으로 해양플랜트 발주가 급감한 가운데 얻어낸 성과라 더욱 값지다.
삼성중공업은 해양플랜트에 조선사업 실적을 더하면 지금까지 90억 달러어치를 수주했다. 올해 수주 목표인 150억 달러의 60%를 달성한 것이다.
박 사장은 지난해에도 수주목표를 150억 달러로 설정했지만 절반 밖에(73억 달러) 수주하지 못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FLNG 1척, 드릴십 2척, 쇄빙탱커 6척을 수주했다.
삼성중공업은 움직이면서 심해에서 원유를 뽑아낼 수 있는 드릴십에 강점을 보였다. 하지만 국제유가 하락으로 해양 프로젝트가 지연되고 드릴십 공급과잉 등으로 인도가 지연되는 등 수주부진에 속앓이를 해왔다. 삼성중공업은 드릴십만큼은 세계 최고라고 자부해왔지만 지난해에 이어 11척 모두 인도가 연기되면서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박 사장은 FLNG를 드릴십의 뒤를 잇는 새로운 캐시카우 제품으로 육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시장에서는 ▲인도네시아의 아바디(Abadi) FLNG가 15억 달러 이상 ▲나이지리아의 봉가 SW 부유식 원유생산 및 저장설비(FPSO)가 40억 달러 ▲미국의 쉐난도(shenandoah) 드릴십이 최대 5기까지 발주되면 300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들이 추진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삼성중공업이 이 가운데 다수의 프로젝트에 뛰어들고 있어 올 하반기 이후에 대형 수주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강동진 HMC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중공업에 대해 "FLNG 등 해양부문에 강점이 있어 올해부터 내년 중으로 해양프로젝트 발주 사이클에서 가장 안정적으로 수주가 가능할 것"이라며 "국내 조선3사 중 가장 양호한 수주를 이미 확보해 올해 110억 달러 이상 안정적으로 수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사장은 연세대학교 기계공학과 출신으로 1977년 삼성중공업에 엔지니어로 입사했다. 38년 삼성맨으로 거제조선소장을 거쳐 30년 넘게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이다. 주 전공이 해양플랜트다.
지난 3월 박 사장은 제15대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장에 선임됐다. 그는 ‘현장통’으로 끊임없는 공법혁신을 통해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를 해양설비와 특수선박 등 고부가제품 중심의 생산체제로 변화시킨 데 이어, 체질개선과 사업구조 혁신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 사장은 삼성중공업 역대 대표이사(CEO) 중 첫 내부 출신이다. 삼성그룹은 박 사장에게 2020년 매출 31조 원이라는 과제를 부여했다. 하지만 지난해 삼성엔지니어링과의 합병이 주주반대로 무산되면서 비전 2020을 달성하려면 갈 길이 멀다.
박 사장이 취임한 이후 회사 매출액은 2013년 14조8천억 원에서 지난해 12조9천억 원으로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취임 첫해인 2013년 9천142억 원에서 지난해 1천830억 원으로 급감했다. 지난해에는 1분기 3천60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2분기부터는 흑자를 냈다.
2011년 이후 저가수주의 후폭풍이 심하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1분기 263억 원의 영업이익으로 흑자전환 됐지만 예전만큼 수익성을 회복하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업황이 좋지 않아 수주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박 사장은) 수주를 위해 주요 선주들을 만나고 거제조선소에 갈 때마다 임직원들과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사장이 올해를 회사의 생존과 미래 성장동력을 위한 '골든타임'으로 정하고 동분서주하고 있는 결과가 실적으로 나타날지 주목된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윤주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