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부천시에 사는 전 모(여)씨는 지난 달 중국 여행 도중 단말기 유심칩을 잃어버렸다. 지갑에 넣고 다녔는데 확인해보니 어느 새 사라진 것. 로밍 상태였기 때문에 이용요금이 많이 나올까봐 부랴부랴 일시정지를 시켰지만 이미 로밍 통화료만 100여만 원 가까이 나왔다. 통신사에서는 전 씨가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없고 규정상 일시정지 이전 통화이력에 대한 요금은 정상적으로 부과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었다. 졸지에 100만 원이 넘는 돈을 통신비로 내야 하는 전 씨는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해외여행 도중 휴대전화 단말기를 잃어버리거나 도난 당해 수 백만 원 상당의 음성통화 요금 폭탄을 맞는 사례가 매 년 발생하고 있다.
해외에서 도난 당한 단말기를 습득한 불특정 다수가 현지 또는 제 3국으로 국제전화를 무분별하게 불법 사용하면서 사용요금도 상상을 초월한 수준으로 나오는 것.
통신사에서는 분실 혹은 도난 발생 시 최대한 빨리 고객센터에 분실신고 및 일시정지 신청을 해야한다고 안내하고 있지만 타지에서 유일한 연락망인 휴대전화를 분실할 경우 사고에 발빠르게 대처하기 쉽지 않다.
데이터 통화의 경우 과다사용에 대비해 월 10만 원 이상 사용시 자동 차단되거나 무제한 사용할 수 있는 상품이 마련돼있다.
하지만 '음성통화'의 과다 사용은 제한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소비자가 도난 신고를 하기 전까지 사실상 무방비 상태다.
◆ KT, LGU+ '음성로밍 요금폭탄' 방지 서비스 실시...SKT, "출시 시기 미정"
이처럼 매 년 피해가 반복되자 일부 통신사들은 최근 휴가철을 맞아 '로밍 음성요금 폭탄'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각 사별로 상품내용은 다르지만 과거와 같은 피해를 방지시키는데는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LG유플러스(부회장 이상철)는 지난달 단말기(유심) 부정사용으로 30만 원 이상 요금이 청구되면 총 요금에서 30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 요금을 통신사에서 부담하는 '로밍 폭탄보험'을 출시했다. 자기부담금(30만 원) 이상의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것이 골자다.
단말기를 분실한 뒤 24시간 이내 자사 고객센터에 분실신고와 일시정지를 신청하면 30만 원을 초과하는 금액을 면제 받을 수 있다.
별도의 신청 과정 없이 로밍을 할 경우 자동 가입되며 이용 요금은 무료다.
다만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있을 수 있어 '해당 국가에서 제 3국으로의 국제전화 요금'만 해당된다. 현지에서 한국으로, 현지 내 음성통화는 정상 사용범주로 분류돼 기존처럼 요금이 그대로 부과된다.

KT(회장 황창규)도 지난 8일 일정 금액 이상 음성통화 및 문자 사용 시 통신사가 직권 차단하는 '음성로밍 안심차단' 서비스를 출시했다. KT 측은 1년 간 시스템 연구 및 해외사업자와의 협력을 통해 자사 고객이 해외에 있을 때도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을 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통신사 중 최초로 실시하는 것으로 통신사 지정 국가에서 로밍 이용 시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 사용이 비정상적으로 늘어나 월 누적사용 금액이 50만 원을 초과하면 통신사에서 로밍을 차단시킨다.
별도 신청없이 자동 적용하는 것으로 현재 미국, 일본, 스페인, 포르투갈 등 4개 국이 대상이다.
SK텔레콤(대표 장동현)은 아직까지 관련 상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조만간 관련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지만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데이터와 달리 음성은 현재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체크할 수 있는 프로세스가 마련되지 않아 고객이 먼저 신고하기 전까지 도난 사실을 알 수 없다"면서 "현재 해외 사업자와 논의중이고 도난 및 분실 관련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상품을 내놓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하루만에 수 백만원 통화료 폭탄...수년 간 대응책 없어
실제로 해외 로밍시 음성통화 요금은 얼마나 나올 수 있을까? 국내 통화료보다 비싸다는 건 알지만 로밍 통화료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쉽게 가늠이 되지 않는다.

일반적인 사용환경이 아닌, 분실 혹은 도난 당한 단말기가 현지에서 적절하지 않는 용도로 악용됐을 때 실질적으로 부과된 금액이다.
문제는 위와 같은 비정상적인 사용 패턴에 의해 통화요금이 수 백만 원이 나올 동안 통신사에서 이를 적절하게 제어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통신사들은 금액이 많이 나온다고 임의로 차단하면 오히려 고객이 항의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소극적인 태도로 대응해왔다.
일부에서는 단말기 비밀번호를 반드시 설정하라고 권고하고 있지만 단말기 유심만 빼내 다른 단말기에 부착 후 사용할 경우 비밀번호마저 무용지물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김건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