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형제간 경영권 분쟁으로 기업이미지가 훼손되고 있는 가운데 신동빈 롯데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등 오너일가 5명이 보유한 상장 계열사 지분의 가치는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형제간 갈등이 공개된지 불과 1주일여 만에 오너일가 5명의 지분가치가 1천800억 원 가량 늘었다.
특히 해임 당한 상태인 신동주 전 부회장의 지분가치가 신동빈 회장보다 더 많이 증가했다.
롯데그룹의 6개 상장사 중 롯데쇼핑과 롯데제과, 롯데손해보험은 지난달 27일 이후 주가가 오른 반면, 롯데케미칼과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는 주가가 떨어졌다.
이 가운데 롯데그룹 순환출자고리의 핵으로 신동빈, 신동주 형제가 지분 확보 경쟁을 벌인 바 있는 롯데쇼핑과 롯데제과의 주가가 오른 덕분에 오너 일가의 지분가치가 뛰었다.
롯데쇼핑(대표 신격호.이인원.이원준)은 지난 4일 종가를 기준으로 '형제의 난'이 일어났던 지난달 27일에 비해 주가가 22만5천 원에서 24만6천 원으로 9.3% 올랐다. 롯데제과(대표 김용수.신동빈)는 185만2천 원에서 192만8천 원으로 4.1% 상승했다. 롯데손해보험(대표 김현수)도 3천25원에서 3천50원으로 0.8% 올랐다.
이와 달리 롯데케미칼(대표 신동빈.허수영)은 같은 기간동안 주가가 9% 하락했다. 롯데칠성음료(대표 이재혁)와 롯데푸드(대표 이영호)도 각각 5%, 3.8% 떨어졌다.

4일 종가 기준으로 신동빈, 신동주, 신영자, 신유미 남매와 신격호 총괄회장 등 오너 일가 5명이 보유한 상장사 지분의 가치는 3조1천736억 원으로 집계됐다.
경영권 분쟁 이슈가 불거지기 전인 지난달 27일 2조9천890억 원에 비해 1천846억 원, 비율로는 6.2% 증가한 금액이다. 롯데 오너일가 5명 모두 지분가치가 늘었다.
롯데쇼핑과 롯데제과의 주가 상승에 따른 지분가치 증가분(2천98억 원)이 롯데칠성음료 등의 감소분(251억 원)을 상쇄하고도 남았다.
오너일가 중 신동주 전 부회장의 지분가치가 가장 많이 상승했고,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은 상대적으로 소폭 올랐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지난달 27일 부친인 신격호 총괄회장과 일본 롯데홀딩스를 방문해 동생 신동빈 회장을 포함해 롯데홀딩스의 이사 6명을 해임했다. 그 다음날 신동빈 회장은 롯데홀딩스 긴급 이사회를 열어 이사회를 거치지 않은 무효행위라고 규정하고, 신격호 대표이사 회장을 해임했다.

이후 1주일여만에 신동주 전 부회장은 지분가치가 1조1천622억 원에서 1조2천503억 원으로 881억 원 증가했다. 증가율은 7.6%다. 그는 롯데쇼핑(지분율 13.45%), 롯데칠성음료(2.83%), 롯데칠성음료 우선주(2%), 롯데제과(3.95%), 롯데푸드(1.96%) 등 핵심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지분가치가 1조3천923억 원으로 가장 많지만, 증가액은 831억 원이고 증가율은 6.3%로 신동주 전 부회장에 미치지 못했다. 신 회장은 롯데쇼핑(13.46%), 롯데케미칼(0.3%), 롯데칠성음료(5.71%), 롯데칠성음료 우선주(3.53%), 롯데제과(5.34%), 롯데푸드(1.96%), 롯데손해보험(1.49%) 등의 주식을 갖고 있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막내 딸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은 지분가치가 106억 원에서 111억 원으로 4.2% 상승했다. 신 고문은 롯데쇼핑(0.09%), 롯데푸드(0.33%)를 보유하고 있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지분가치가 3천91억 원으로 3.3% 올랐다. 신 총괄회장은 롯데쇼핑(0.93%), 롯데칠성음료(1.3%), 롯데칠성음료 우선주(14.16%), 롯데제과(6.83%) 등의 주식을 갖고 있다.
신영자 이사장은 2천107억 원으로 1.5% 상승하는데 그쳤다. 신 이사장은 롯데쇼핑(0.74%), 롯데칠성음료(2.66%), 롯데칠성음료 우선주(1.5%), 롯데제과(2.52%), 롯데푸드(1.09%)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실적부진으로 지난해 30만 원대였던 주가가 올해 22만 원대로 하락하던 추세에서 상승한 것이다. 롯데제과도 올들어 주가가 등락을 반복하고 있었으나 경영권 이슈가 부각되면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차재헌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내수경기가 좋지 않아 유통주 가운데 편의점만 빼고 (롯데쇼핑 등) 주가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며 "최근 일주일 가량 롯데쇼핑 주가가 상승한 것은 사실이지만, 주가가 출렁출렁거리는 상황이어서 지배구조 변화와 관련해 주가가 어떻게 될지 코멘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경주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롯데제과의 경우 정체성 문제로 많이 오르지 않은 것 같다"며 "이번 이슈로 투명성을 강화하는 계기가 돼 향후 영업환경에 부정적인 영향만 없다면 주가상승에 장기적으로 긍정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비해 롯데칠성음료와 롯데케미칼은 연초대비 주가가 40% 가량 상승하다가 최근 주춤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양사가 올해 상반기 양호한 영업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라며 당분간 주가상승여력이 충분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윤주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