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망우동에 사는 박 모(여)씨는 지난 9월 14일 처방약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일주일 전에 처방받았던 약물과 처방량이 동일한데도 약 색깔과 용량이 현격하게 차이가 났기 때문이었다.
약국에 문의했더니 약사는 "이번 처방 용량이 맞다"며 "1.5mg 처방됐는데 지난번엔 실수로 1.5g이 조제됐다"고 설명했다. 박 씨는 태어난지 두 달도 되지 않은 아기에게 과다조제된 약물을 먹였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 그런데도 경희의료원 소비자상담실에서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며 무성의하게 대응했다고 한다.
박 씨는 "아기가 자꾸 분유를 토해내고 체중이 또래보다 적어 추천서를 받아 대학병원을 갔다"며 "대학병원 원내약국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다니 믿을 수 없다"고 황망해했다.
특히 박 씨는 "알아보니 처방된 돔페리돈과립(삼아제약 제조)은 성인도 하루 최대 복용량이 30mg으로 정해져 있다"며 "아기가 하루에 4.5g을 복용했는데 문제가 될까 너무 걱정된다"고 호소했다.
돔페리돈과립은 딸기향이 있는 주황색 과립제로, 오심이나 구토 증상을 완화시켜주는 약물이다. 이 약물은 성인 및 청소년의 경우 1일 최대 복용량이 30mg으로 정해져 있다. 12세 미만 소아나 35kg 미만의 청소년은 1일 최대 복용량이 0.75mg/kg으로 명시돼 있다.
박 씨 아기는 하루 복용해야 하는 4.5mg보나 무려 1천배나 많은 4.5g이나 먹었던 것. 박 씨는 아기가 약을 먹은 뒤로 냄새가 독한 방귀를 시도때도 없이 뀌었다며, 과량 약물을 복용한 게 건강과 성장에 영향을 미칠 지 크게 걱정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이 약물은 사용상주의사항에 소아 환자 등에 신중하게 투여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돔페리돈 성분은 소아에게 과량투여를 피해야 하고, 특히 1세 이하 영아에 주의해야 한다. 과량 투여시 소아에게 신경계 장애 등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로 영아 및 소아에서 과량투여시 초조, 의식변화, 경련, 방향감 장애, 졸음 및 추체외로계 반응 등을 보일 수 있다. 과량투여 시 특별한 해독제는 없다. 다만 활성탄을 투여하거나 위세척 등으로 처치를 하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식약처는 '과량투여시 면밀한 의학적 관리와 보조요법이 권장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돔페리돈 성분의 시판 후 경험에서 신생아와 1세 이하 영아는 추체외로장애가 주로 발생했다. 또 경련, 초조와 같은 다른 중추신경계 관련 이상반응도 주로 영아나 소아에서 나타났다.
임부나 수유부에 대한 투여도 신중해야 한다. 돔페리돈 성분은 신생아의 경우 산모의 몸무게에 맞게 조절된 용량의 0.1% 미만을 수유 받는다. 신생아들이 모유수유로 돔페리돈에 노출되면 부작용 중 특히 심장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모유수유가 아이에게 주는 이익과 산모가 치료로 얻는 이익을 고려해 둘 중 하나를 중단하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경희의료원 측은 약사 실수로 과다조제가 발생했고 제대로 검수되지 않아 환자가 복용하게 됐다고 인정했다.
경희의료원 관계자는 "원내 약국에서 과다 조제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조제액 자체가 100배 희석됐기 때문에 실제 과다조제된 것은 1000배가 아닌 10배"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소화제라서 일정시간이 지나면 다 배출된다"며 "초동 대처에 늦었지만 최근 박 씨 아기가 소아신경과 전문의 진료를 받고 '이상이 없다'는 소견을 들었다"고 덧붙였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윤주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