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비대면 실명확인을 위한 보조 수단으로 인간의 생체신호를 활용하는 '바이오인증'을 도입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본인인증 절차의 보안성을 강화해 각종 금융사고를 막기 위한 조치다.
신한은행(행장 조용병)이 가장 먼저 손바닥의 정맥으로 본인을 확인하는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고 다른 은행들도 바이오 인증을 서두르고 있다.
신한은행은 국내 최초로 은행에 가지 않고도 계좌신규와 카드발급 등의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비대면 실명확인 제도’를 12월 초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비대면 실명확인은 본인이 직접 은행창구에 나타나지 않고도 영상통화나 휴대폰 인증 등을 통해 실명을 확인하는 것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내달 초 모바일 전용서비스인 '써니뱅크'를 선보일 계획"이라며 "12월2일 본점에서 정맥인증 등 바이오 정보를 통한 본인확인이 시연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한은행은 지난 5월 금융위원회가 ‘금융거래 시 실명확인 방식 합리화 방안’을 발표한 이후 TF를 구성해 시스템 구축을 준비해왔다. 12월 선보일 예정인 써니뱅크에서는 본인 명의의 휴대폰 영상통화만으로도 실명을 확인할 수 있다.
새롭게 선보일 예정인 단말기 형태의 ATM인 '키오스크'에서는 손바닥 정맥으로 본인인증이 가능해진다. 신한은행은 지문인식 방식도 추가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정맥인증은 금융보안원의 보안성 테스트 마무리 단계다. 국내에서 비대면 채널을 통해 고객의 실지명의를 확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윤수 금융위 은행과장은 "비대면 실명확인 시스템이 준비된 은행은 유권해석을 신청하면 바로 다음날이라도 가능하도록 답변해줄 방침"이라며 "신한은행의 경우 아직 유권해석을 신청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1993년 금융실명제 도입으로 실명 확인은 대면으로 해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22년 만에 바꾸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고객이 점포를 방문하지 않고도 새롭게 계좌를 개설하거나 카드를 만들 수 있다.
다른 은행들도 바이오 정보를 활용한 본인인증을 도입할 예정이다.
IBK기업은행(행장 권선주)은 눈의 각막과 수정체 사이에 있는 홍채 정보를 통한 본인인증 방식에 집중하고 있다. 이 은행은 홍채 전문업체인 이리언스와 협력해 조만간 바이오인증을 도입할 계획이다.
KEB하나은행(행장 함영주)도 내년 1월 지문과 홍채, 안면인식 등 생체 인식을 통한 본인 확인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하나금융그룹 차원에서 지난달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연구원은 글로벌 표준 사용자 인증 기술인 파이도(FIDO)를 보유하고 있다. 파이도는 지문과 홍채, 안면인식 등 생체인증을 접목한 사용자 인증 플랫폼으로 아이디·비밀번호 인증이나 공인인증 방식보다 안전하고 편리하고 '액티브-X'와 공인인증서 폐지에 대한 대체 인증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KB국민은행(행장 윤종규), NH농협은행(행장 김주하), 우리은행(행장 이광구) 등도 바이오인증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들 은행은 금융위 가이드라인에 맞춰 바이오인증 도입을 추진중이지만 신한은행처럼 구체적인 도입시기나 방법에 대해선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임찬혁 금융결제원 팀장은 "한국은행과 바이오정보 분산관리 기준 표준안을 만들었고 워킹그룹과 머리를 맞대 최종안을 한은에 제출할 예정"이라며 "거의 마무리 단계"라고 말했다. 김정혁 한국은행 전자금융팀장은 "내달 중으로 표준기술안을 만들어 제정할 계획"이라며 "여러 금융기관이 바이오정보를 이용할지 여부에 따라 공동망을 이용할지 등이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윤주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