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1 서울 약수동에 사는 이 모(남)씨는 작년 4월 기아차 '올 뉴 카니발'을 구입했다. 하지만 구입 후 차량 내에서 진동과 떨림 현상이 반복됐다. 특히 헬리콥터 소리와 비슷한 '공명음' 때문에 견디기 어려웠다. 결국 '인터쿨러'를 비롯해 여러 부품을 교체했지만 이후에도 증상은 반복돼 사업소를 들락날락 거리기 일쑤였다. 그 때마다 사업소에서는 '문제 생기면 또 오라'는 식으로 대처하다가 얼마전부터는 더 이상 도와줄 부분이 없다며 손사래쳤다고. 이 씨는 "가족 차량으로 구입했는데 공명음 때문에 아이들이 멀미를 한다"면서 "제조사의 안일한 대응때문에 화가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사례2 경기도 하남시에 사는 김 모(남)씨는 작년 여름 쉐보레 스파크를 구입했다. 하지만 주행거리 400km를 넘기자 스티어링휠과 운전석 주변에서 이상한 진동이 감지됐다. 차량점검을 받아보니 엔진 및 트랜스미션이 엔진 진동과 함께 떨리는 증상을 발견했다. 하지만 고객센터에서는 '3기통 엔진이라 어쩔 수 없다'며 "이런 하자를 제기한 것이 김 씨가 처음이라고 거듭 죄송하다"는 입장만 반복했다. 현실적으로 '5년/주행거리 10만km' 보증기간을 이용해 반복 수리만 받아야 하는 상황. 그는 "차량 내 진동때문에 불안한데 리콜도 내려지지 않고 난감하다"고 황당해했다.
차량 주행 또는 정차 시 원인을 알 수 없는 소음이나 진동이 수시로 발생해 고통을 호소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지만 마땅한 해결책이 없어 논란이 일고 있다.
규정 상 진동 및 소음은 '리콜' 사유에 해당하지 않아 소비자들은 증상이 해결될 때까지 '무상수리' 외에는 달리 방도를 찾을 수 없어 현대차, 기아차, 르노삼성, 한국지엠 등 국내 제조사는 물론 BMW, 벤츠, 폭스바겐등 수입 제조사와 마찰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게다가 제조사들은 진동 및 소음은 '감성적 요소'이기 때문에 하자라고 판단을 내리지 않아 무상수리에도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소음이 발생하는 부위도 다르고 하자 기준도 없어 문제 해결도 쉽지 않다.
◆ 공명음 · 진동 등 감성적 요소라 리콜 어려워...소비자 '양치기 고객' 될 판
자동차 '리콜'은 주행 안전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결함이 반복 발생하는 경우 국토교통부, 교통안전공단 등 유관기관이 판정하고 있다. 최근에는 제조사가 선제적으로 리콜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진동이나 소음 문제는 소비자가 고통을 느끼지만 감성적인 요소로 분류돼 반복 하자가 발생하더라도 리콜 명령을 받기란 불가능하다.
최근 기아자동차 '올 뉴 카니발'이 공명음과 진동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소비자들은 카니발이 정차 및 서행 시 헬리콥터 소리 같은 공명음과 머리받침대에서 수준 이상의 진동이 발생해 심한 경우 메스꺼움이나 구토를 유발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 지난 18일까지 교통안전공단 자동차리콜센터에 접수된 '카니발 공명음 및 진동'관련 소비자 불만건수는 총 264건에 달했는데 개선 부품이 장착된 2016년형 모델만 137건(51.9%)으로 절반 이상 차지했다. 이 달에만 54건이나 접수됐다.
기아차 관계자는 "지난해 2월부터 개선 부품이 들어갔고 이후에도 불만이 제기되자 본사 및 연구소 차원에서도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본사에서도 충분히 문제 인식을 하고 있는 만큼 기다려 달라"고 답변했다.
공명음이나 진동 같은 증상은 간헐적으로 발생해 막상 AS센터에 차량을 입고한 상태에서 해당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결국 소비자만 '지극히 예민한 사람', '양치기 고객'으로 오해를 받는 일도 허다하다.
완성차 업체들도 명확한 증상이 나타나야 대책을 마련하는데 막상 입고시키면 차량이 멀쩡하고 테스트를 해도 정상으로 나타나면 어찌 할 도리가 없다고 답답함을 호소하기도 한다.
◆ '감성 품질'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 커...N.V.H. 중요성 높아져
전문가들은 소음이나 진동 등 이른 바 '감성 품질'에 해당하는 하자들이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기 때문에 단순 하자로 넘어가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주행 상황과 환경, 특히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는 원인을 파악하기 쉽지 않지만 명확한 하자 기준도 없는 상황에서 감성 품질이라는 이유로 하자가 아니라고 치부하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김필수 교수는 "소비자들이 분노하는 것은 증상 자체가 아니라 차를 제대로 고쳐주지 않기 때문이다"면서 "제조사들이 감성적 요소라고 치부하기보다는 증상을 완벽하게 분석하고 고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조언했다.
이와는 별개로 최근 완성차 업체들은 Noise(소음), Vibration(진동), Harshness(불쾌감) 등 소음 진동을 의미하는 N.V.H. 성능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만큼 자동차의 주행감성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방증이다.
필수적으로 소음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엔진룸에 흡차음재를 보강하거나 부품을 교체하면서 감성 품질에도 신경을 쓰고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쉽지 않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감성 품질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NVH 성능을 보강하고 있지만 개별적 사안에 대응하기란 쉽지 않다"면서 "감성 품질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김건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