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대표 정도현·조성진·조준호)의 마케팅이 달라지고 있다.
자기 홍보가 부족하다는 뜻에서 '겸손 마케팅' 등의 용어가 인터넷상에 회자되며 LG전자를 희화화하는 분위기마저 조성되고 있는 와중에 최근 적극적인 태도 변화가 발견 되고 있는 것.
LG전자는 막대한 돈을 들여 올레드 TV 슈퍼볼(Super Bowl) 광고를 제작했다. 슈퍼볼은 미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스포츠다. 한 경기의 쉬는 시간에 들어가는 광고의 단가는 15초당 약 500만달러(60억원)에 달한다. LG전자는 1분짜리를 제작했다. 200억원을 넘게 들였다는 소리다.
제작비용에도 큰 돈을 들였다. 주인공 역을 맡은 배우는 헐리우드 유명 배우 리암 니슨과 마이클 니슨 부자(父子)다. 광고 제작은 리들리 스콧과 제이크 스콧 부자가 맡았다. 리들리 스콧은 영화 ‘마션’, ‘글레디에이터’, ‘에일리언’ 등으로 국내에서도 친숙하다.
제이크 스콧은 슈퍼볼 광고를 여섯 차례나 제작한 바 있는 베테랑 감독이다. 美 최대 일간지 USA 투데이는 지난해 슈퍼볼 광고 가운데 제이크 스콧의 작품을 ‘최고의 슈퍼볼 광고’로 선정한 바 있다.
이 광고는 2일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를 통해 공개된 후 3일 만에 1천만 뷰를 돌파했다. 1초에 약 40명씩 광고동영상을 클릭한 셈이다.
LG전자는 이번 광고 투자를 통해 수천만 달러의 광고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슈퍼볼 경기 한번에 들어가는 비용이지만 광고 기대효과는 크다. 유튜브, 페이스북을 통해 전세계에 퍼지는데다 대학교, 광고기관 등 여러 집단이 광고를 분석하는 학습홍보까지 기대할 수 있다.

LG가 슈퍼볼 광고까지 하면서 올레드 TV를 마케팅에 힘을 쏟는 것은 올레드 TV 시장확장을 위해서다. 올레드 TV는 삼성전자도 만들지 못한다. LG전자만이 독자적으로 제작이 가능하다. 전세계 TV 트렌드가 LCD에서 올레드로 바뀔 것으로 전망되지만 아직까지 눈에 띌 정도로 시장이 확장되지는 못한 상태다. 비싼 올레드 TV 단가가 발목을 붙잡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올레드 TV는 아직 먼 산으로 여겨진다.
미국 시장에 올레드 TV를 많이 팔고, 전세계 올레드 TV 인식의 변화를 위해 LG전자는 슈퍼볼 광고에 수백억을 쏟아부으며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선 것이다.
이번 광고는 LG전자 마케팅 부서의 작품인 것으로 전해졌다. 제작부터 광고까지 모든 부분을 LG전자 마케팅이 관여하고 추진했다. LG전자는 마케팅에 이렇게 큰 비용을 들인 적이 없다는 점에서 이번 마케팅 부서의 도전은 '혁신'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LG전자는 "미래가 보이는 곳에는 아낌없이 마케팅 비용 투자하겠다"는 쪽으로 올해 회사 방침을 확정하며 마케팅 부서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LG전자 마케팅이 무능하다는 얘기는 전방위적으로 확산돼 있는 상태다.
LG전자는 그동안 좋은 기업 이미지와 각종 선행은 물론, 고성능 제품을 만들어 놓고도 마케팅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소비자들의 볼멘 소리를 들어왔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LG 마케팅 흑역사, 바보 LG, 겸손 마케팅' 등 LG전자 마케팅을 희화화하는 글들이 마구 올라오고 있다. 보다못한 한 네티즌은 ‘LG 마케팅 대신 해드립니다’라는 SNS 계정을 통해 자발적으로 잘알려지지 않은 LG제품 등에 대한 홍보를 하기도 했다.
LG전자는 사실 오랫동안 '제품은 잘 만드는데 홍보를 못한다'는 얘기를 들어왔다. 삼성전자는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들여 제품홍보를 잘하는데 왜 LG는 이보다 못하냐는 비난을 받아왔다. LG전자는 삼성전자와 비교하면 마케팅 비용이 현저히 적었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보기 위한 마케팅을 하다보니 다소 무리수인 기획들이 나오면서 부정적 여론을 확산시켰다.
LG전자 마케팅 부서에서도 LG전자 마케팅을 무능력하다고 보는 세간의 인식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를 불식시키기 위한 변화의 원년이 올해다. LG전자는 슈퍼볼 광고를 비롯, SNS와 보도자료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홍보거리를 알리며 마케팅 강화에 나서고 있다.
지난 2일 LG그룹 공식 페이스북에는 'LG가 독립운동 정신을 계승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는 LG의 독립운동 지원 역사에 단골로 등장하는 소재로 네티즌들이 왜 홍보하지 않느냐는 지적을 받아왔다.
LG는 바로 다음날인 3일에는 대구지하철에서 승강장 선로에 추락한 장애인의 생명을 구한 해병대 장병을 졸업 후 채용하겠다라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네티즌들은 LG가 드디어 자신들의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알리기 시작했다며 환호를 보이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겸손 마케팅'이 소비자들로 하여금 직접 홍보를 하게끔 만드는 새로운 마케팅의 일환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지만 우리가 그 정도로 머리가 좋지는 못하다"라며 "묵묵히 선행하고, 과장광고를 하지 않는다는 LG그룹만의 기업문화 때문에 생겨난 오해들이 많다"고 말했다.
또 "마케팅 부서에서 이러한 인식들을 탈피하기 위해 대단히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며 "슈퍼볼 광고 등 회사 차원에서도 마케팅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만큼 앞으로 적극적으로 바뀐 LG 마케팅을 보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