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는 조선3사가 올해 수주목표를 보수적으로 설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수주가뭄이 예상보다 더 심각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3사의 올해 수주목표는 377억 달러로 전년 목표였던 471억 달러 대비 20% 낮게 잡았다.

현대중공업(대표 최길선, 권오갑)의 올해 수주목표는 7개 사업을 모두 포함하면 195억 달러다. 전년 230억 달러에서 낮췄다. 이 중 조선, 해양, 플랜트 사업부문(현대삼호중공업 포함)의 수주목표는 167억 달러로 전년 목표대비 12.6% 낮췄다.
삼성중공업(대표 박대영)은 지난해 150억 달러의 수주목표를 세웠지만 올해에는 120억 달러로 20% 낮게 설정했다. 해양 부문이 70억 달러, 상선 부문이 50억 달러다.
대우조선해양(대표 정성립)의 지난해 수주목표는 130억 달러였으나 올해 수주목표는 95억 달러로 전년비 30% 낮게 잡았다. 해양 부문이 40억 달러, 상선 부문이 50달러 수준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조선3사가 줄줄이 올해 수주목표를 낮춰 잡은 것은 조선업황 회복이 올해 역시 요원해서다. 저유가로 해양 플랜트 발주가 거의 나오지 않고 있고, 세계 교역량이 줄면서 선박 발주까지 크게 줄었다.
벌크선(원자재를 운반하는 선박) 발주량도 전년 대비 70% 감소했다. 한국 조선업체들이 높은 수익을 올리던 컨테이너선 발주도 급감했다. 해운업 최대 불황으로 거대 상선도 발주가 나오질 않고 있다.
조선3사 모두 수주불황이 올해 내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최대한 보수적인 목표를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조선3사는 471억 달러로 수주목표로 설정했지만 실제 수주액은 목표의 56%인 265억 달러에 불과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보수적인 수주목표를 설정해 최대한 허리띠를 졸라메고 목표 달성에 매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 상황을 보면 이같은 수주목표조차도 달성이 쉽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올해 들어 '수주 가뭄'의 정도가 더욱 깊어졌기 때문이다.
조선3사는 올해 1월 단 한척의 선박도 수주하지 못했다. 지난해 1월 10척(18억 달러어치)을 수주한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해 1월 전세계 선박 발주량은 167척이었으나 올해 1월 선박 발주량은 16척으로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 2월 4일 현대중공업이 터키 선사인 디타스시핑으로부터 15만8천t급 유조선 2척을 수주하는데 성공했지만 아직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수주성공 소식이 들려오질 않고 있다. 향후 수주가 점차 늘겠지만 올해 조선업 불황이 역대 최대 수준이어서 큰 기대를 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저유가로 대형 컨테이너선과 액화천연 가스운반선(LNG선) 등의 발주가 크게 줄었던 기조가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연초 수주 가뭄이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이어서 대책마련에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1월 말 기준 전 세계 수주 잔량은 1억608만CGT(표준화물 환산톤수)로 전달보다 365만CGT가 줄었다. 국가별 수주잔량은 중국이 3천874만CGT로 1위였고 한국(2천913만CGT), 일본(2천251만CGT) 순이었다. 한국의 수주잔량이 3천만CGT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13년 1월 말 이후 3년 만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