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의 한화생명(대표 차남규)과 한화손해보험(대표 박윤식)이 퇴직연금 운용에서 대조적인 행보를 보여 눈길을 끈다.
한화생명은 최근 3년 간 퇴직연금 운용규모가 두 배 이상 늘어나고 있지만 한화손보는 퇴직연금 시장 철수설이 나올 정도로 답보상태에 빠져 있다.
한화손보의 퇴직연금 부문은 명맥만 유지하는 수준이다. 지난해 한화손보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48억5천만 원에 불과해 퇴직연금 상품을 운용하는 손보사 중 가장 규모가 작았다.

한화손보는 국내 처음 퇴직연금 제도가 도입된 2006년부터 퇴직연금 상품을 운용한 원년 멤버다.
2007년 12억5천만 원 규모였던 적립금은 2010년 147억 원으로 불었지만 이후 급격히 감소하며 4년 연속으로 40억 원대에 머물고 있다.
삼성생명(약 2조9천억 원), KB손해보험(약 2조2천억 원), 롯데손해보험(1조5천억 원), 현대해상(9천억 원), 동부화재(7천600억 원) 등 다른 손보사 퇴직연금 윤용규모와 비교가 불가능하다.
이에 비해 한화생명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약 3조1천억 원으로 전년 대비 20.4% 증가했다. 생명보험사 중에서는 삼성생명(대표 김창수)과 교보생명(회장 신창재) 다음으로 업계 3위를 달리고 있다.

한화생명은 2010년 이후 퇴직연금 부문이 급격히 성장했다. 2010년 적립금 7천억 원에 불과했던 퇴직연금 규모는 이듬해 1조3천783억 원으로 96.9% 늘어나는 것을 시작으로 매년 20% 이상 적립금이 쌓이고 있다. 2011년부터 적립금이 줄기 시작한 한화손보와는 대조적이다.
그룹 차원에서도 한화손보보다는 한화생명쪽에 무게를 실어주는 모습이다. 한화생명의 퇴직연금 적립금 중 계열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줄곧 2% 초반에 머물렀지만 지난해 9.7%로 껑충 뛰었다.
지난해 한화종합화학·한화토탈·한화테크윈·한화탈레스 등 한화그룹이 사들인 옛 삼성그룹 계열사 퇴직연금 물량 중 일부를 유치하면서 계열사 물량이 늘어난 점이 반영된 결과였다.
생보사 중 현대라이프생명(97.4%)나 삼성생명(54.3%) 그룹 계열사 물량이 압도적으로 높진 않지만 계열사 비중은 늘고 있어 그룹 차원에서 퇴직연금은 한화생명에 몰아주고 있음을 방증한다. 한화손보의 계열사 물량 비중은 0%다.
한화손보 관계자는 "퇴직연금은 구조상 손보사보다는 생보사에서 적극적으로 판매하는 상품이고 손보사가 더 잘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고 있다"며 "퇴직연금 규모도 크지 않아 손실은 나지 않고 있으며 사업 철수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