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아! 형이 줄 수 있는 건 니(너) 저승 갈 때 노자 돈과 마음 밖에 없구나"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38)가 5일 고(故) 최요삼 선수에게 가슴이 녹아 내리는 마음을 전했다.
베이징올림픽을 대비해 제주도에서 훈련 중인 이봉주는 4일 서울아산병원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5일 고민 끝에 운구를 맡았다.
시드니올림픽 펜싱 금메달리스트 김영호(38)와 함께 최요삼의 관을 날랐다.
최요삼은 생전에 이봉주를 각별하게 생각했다. 특히 만 34세 적지 않은 나이에 링에 올라 남몰래 힘겨워했던 그는 이봉주가 만 37세였던 작년 3월 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동아마라톤대회에서 국내 코스 역대 국내 선수 최고기록인 2시간8분04초를 끊으며 우승한 것을 보고 적지 않은 감동을 받았다.
최요삼은 종종 "봉주형은 1970년생인 데도 여전히 마라톤 대회에서 우승하지 않느냐. 그 모습을 보고 정말로 감동했다"는 말을 자주 했다.
이봉주는 자신을 유독 따르던 최요삼이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자 누구보다 괴로워했다.
그는 고민하다 5일 새벽 맨 마지막으로 부조함에 조의 봉투를 넣었다. 그 봉투엔 최요삼을 생각하는 이봉주의 마음을 담은 글이 적혀 있었다.
이 편지를 뒤늦게 발견한 동생 최경호씨는 이봉주의 애틋한 마음을 국민에게 전해달라며 이봉주의 동의를 받아 편지 내용을 언론에 공개했다.
<다음은 편지 전문>
삼아! 고작 형이 줄 수 있는 건 니(너) 저승 갈 때 노자 돈과 마음 밖에 없구나. 차마 형은 네가 불 속으로 들어가는 모습은 보기 싫다. 내 동생이 이렇게 가는 건 정말 싫다. 뭐가 그리도 급해서 먼저 가는지...형이 너한테 해줄게 너무도 많은데 ...우리 좋은 시절 너무 너무 많은데 ...삼아! 다음 세상에는 고통 없는 삶을 살아라. 동생아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