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양 초등학생 2명의 장기 실종사건으로 어린이 유괴, 납치 등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강원 지역에서 여자 초등생 1명이 하루 가량 실종됐다 발견되면서 경찰과 부모가 한바탕 큰 소동을 벌였다.
24일 춘천경찰서에 따르면 원주시 명륜동에 살고 있는 김모(초등 5학년생) 양은 전날 오전 10시께 학교에 비품을 갖다 놓고 오겠다며 집을 나선 후 밤 11시가 될 때까지 돌아오지 않았다.
친구 집을 포함해 여러 곳을 수소문하고도 딸을 찾지 못한 김 양의 부모는 경찰에 가출 신고를 했고, 1시간여 뒤인 자정 무렵 이상한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문자메시지에는 "춘천에 착한 할아버지와 함께 있으니 내일 아침 집에 갈께요. 아빠 안녕"이라고 쓰여 있었다.
김 양이 부모를 안심시키기 위해 보낸 이 문자메시지는 그러나 반대로 '착한 할아버지', '아빠 안녕'이라는 글귀에 주목한 부모와 경찰을 더욱 긴장하게 만들었다.
이 때부터 경찰은 발신번호 추적에 나서는 한편 김 양의 사진을 담은 전단지를 각 지구대 및 경찰서에 배포하고, 경찰 인원 100여 명을 투입해 명동, 강원대 부근 등 춘천 시내 곳곳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경찰은 김양이 집을 나간지 하루 가량이 지난 이날 오전 11시 15분께 남춘천역 부근을 서성거리고 있는 김 양을 발견, 간단한 조사를 마친 후 부모에게 돌려 보냈다.
조사 결과 김 양은 여행을 위해 원주에서 청량리행 중앙선 기차를 타고 서울에 갔다 되돌아가던 중 남춘천역이 종점인 기차를 탔다 집으로 가는 차편이 끊어지자 역 인근의 한 찜질방에서 하룻밤을 묵기 전 공중전화를 이용해 부모에게 문제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또 경찰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들었던 '착한 할아버지'는 김 양이 찜질방에 들어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준 한 할머니를 잘못 표현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서 김 양은 "여행을 떠나고 싶어서 잠시 집을 나갔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안양 초등학생 실종사건 때문에 초등학생이 없어졌다는 신고가 들어오면 곧바로 비상이 걸린다"며 "김 양이 혹시라도 납치됐을까 봐 긴장을 많이 했었는데 잠시 여행을 갔다 벌어진 해프닝으로 판명돼 무척 다행"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