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37호 신약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자큐보' 상업화에 성공한 온코닉테라퓨틱스(이하 온코닉)가 종양 사멸 효과를 높여 다양한 암종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항암제 ‘네수파립’을 차기 신약으로 개발 중이다.
네수파립은 암세포의 DNA 손상을 복구하는 단백질 파프(PARP)와 암세포 형성 및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효소인 탄키라제(Tankyrase)를 동시에 저해하는 이중기전 합성치사 항암제다.
합성치사란 두 개 유전자 모두 기능을 상실할 경우 세포가 사멸하는 현상을 말한다. 하나의 기능 상실로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온코닉은 하나의 기전인 치료제의 효능과 내성 문제를 서로 다른 기전으로 극복할 수 있도록 했다.

췌장암은 5년 생존율이 15% 수준으로 예후가 좋지 않은 암종으로 알려져 있다. 전체 암 환자의 평균 생존율 72.1%, 폐암 환자 38.5% 보다 낮다.
기존 췌장암 치료에 주로 쓰이던 파프 억제제에 비해 네수파립은 이중기전으로 높은 종양 사멸 효과와 내성이 생긴 환자들에게 새로운 옵션으로 제공할 수 있다는 기대를 받는다.
한승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탄키라제 억제제는 종양 발생 경로(Wnt)의 비정상적 활성화를 억제해 파프 억제에 의한 세포 사멸을 유도한다. 파프 억제제 효능 및 내성 개선과 적응증 확장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췌장암 외에도 위암을 대상으로도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4월 말 미국암연구학회에서 밝힌 위암 관련 비임상 연구결과에 따르면 파프 저해제인 올라파립 대비 28배, 탄키라제 저해제 XAV939 대비 13배 높은 항종양 효능이 나타났다.
가장 흔한 5대 암종 중 하나인 위암은 종양 이형성을 지니고 있어 단일 경로 억제로 효과를 보기 어려웠는데 네수파립이 치료 옵션으로 가능성을 보였다. 현재 회사는 1b/2상 시험계획을 제출한 상태다.
네수파립은 췌장암을 적응증으로 식약처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다. 위암 및 위식도접합부암 대상으로는 FDA에서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다.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된 경우 신속심사 대상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고, 임상 2상 데이터로 조건부허가를 받을 수 있어 빠른 상업화가 가능하다.
또 회사는 기존 치료제가 없는 난소암 재유지요법을 적응증으로 개발하기 위해 셀트리온과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다. 네수파립은 고형암 말기 암환자 대상으로 진행된 임상 1상에서 5명의 고악성 난소암 환자를 대상으로 반응률 80%, 질병 통제율 100%를 보였다. 셀트리온의 전이성 직결장암 및 유방암 치료제 베그젤마와 병용요법으로 개발하고 있다.
이외에도 연구자 주도 임상으로 진행되고 있는 자궁내막암 대상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와 병용요법도 시장에서 주목도가 높다. 키트루다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치료제로 지난해 약 42조 원의 매출을 올렸다.
회사는 네수파립 임상 2상 진행 후 기술이전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키트루다, 옵디보 등 글로벌 빅파마가 보유한 오리지널 항암제 특허가 2028년부터 2031년 사이 대거 만료 예정으로 차세대 항암제에 대한 수요가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정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