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캠페인
[진옥동號 3년 ③끝] 한 발 앞선 소비자보호 정책, 성과 기반 '신상필벌' 인사혁신 돋보여
상태바
[진옥동號 3년 ③끝] 한 발 앞선 소비자보호 정책, 성과 기반 '신상필벌' 인사혁신 돋보여
  • 박인철 기자 club1007@csnews.co.kr
  • 승인 2025.10.31 06: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내년 3월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다. 전임자인 조용병 회장의 용퇴로 갑작스럽게 그룹 수장에 오른 그는 리딩뱅크 탈환과 라임펀드 사태로 훼손된 평판을 회복시켜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된다. 지난 3년 간 진 회장의 경영성과를 되짚어보고 남은 과제를 진단한다. [편집자주]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소비자보호와 인사 등 비재무적 측면에서도 성과를 거뒀다. 대표적으로 소비자보호부문은 그룹 차원의 소비자보호조직을 구축하면서 다른 금융그룹과 차별화된 행보를 보인 점이 특징이다.

인사 정책에 있어서도 그는 신상필벌(信賞必罰) 원칙에 따라 예측 가능하면서 성과 중심의 인사 혁신을 단행하면서 큰 잡음 없이 임기를 이어온 점도 성과로 꼽힌다.

금융권 최초로 책무구조도를 제출하는 등 내부통제 부문에서도 발빠른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주요 계열사에서 대형 금융사고가 발생하면서 보완의 여지를 남겨두었다. 

◆ 그룹 소비자보호 컨트롤타워 역할 자처한 진 회장, 금융교육까지 꼼꼼히 살펴

진 회장의 '고객중심' 철학이 가장 구체적으로 구현된 분야는 소비자보호 부문이다. 대규모 불완전판매 사태였던 라임펀드 사태 직후 부임한 그는 고객중심 경영을 줄곧 강조해왔다.

그는 취임사를 통해 "신한과 함께하는 것이 고객의 자랑이 되는 게 바로 고객 자긍심"이라면서 "창업과 성장의 기반이 된 고객중심의 가치를 고객 자긍심으로 확장하는 것이 향후 과제"라고 화두를 던졌다. 

이후 4개월이 지난 2023년 7월 신한금융은 금융그룹 최초로 그룹 차원의 소비자보호 정책을 총괄하는 '그룹 소비자보호부문'을 신설한다. 
 

▲ 박현주 신한금융그룹 소비자보호부문장(왼쪽)에게 견장을 수여하는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
▲ 박현주 신한금융그룹 소비자보호부문장(왼쪽)에게 견장을 수여하는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

그동안 주요 금융그룹은 계열사 차원에서 소비자보호부서를 꾸리고 정책을 집행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신한금융은 그룹 차원에서 주요 계열사가 일원화된 소비자보호 정책을 실행하기 위해 소비자보호 총괄 부서를 만든 것이다. 

그룹 소비자보호부문은 ▲지주와 계열사 간 소비자보호실태평가 보고 및 컨설팅 ▲그룹 통합 고객소통 플랫폼 운영 ▲보이스피싱 공동대응 체계 마련 등의 업무를 수행하면서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소비자보호부문 초대 수장으로 내정한 박현주 신한은행 부행장(소비자보호그룹장) 역시 진옥동 회장이 신한은행장 시절부터 소비자보호 전문가로 발탁해 육성한 인재다. 

그는 2020년부터 신한은행 CCO로 활동하고 있었는데 2023년 7월부터는 지주 소비자보호그룹장을 겸직하며 소비자보호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이 소비자보호 강화를 위해 CCO 임기를 2년 이상 보장하도록 권고했는데 신한금융은 이미 수 년 전부터 CCO 임기를 장기간 보장하는 등 선도적으로 나섰던 셈이다.

진 회장은 이 시기에 그룹 전 계열사 CCO가 참여하는 그룹 소비자보호위원회를 신설하고 위원장을 맡았다. 금융그룹 회장이 소비자보호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를 맡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경쟁사들이 올 들어 그룹 소비자보호위원회를 만든 것을 감안하면 신한금융이 2년 이상 앞섰다. 
 

▲ 신한은행에서 운영중인 금융소비자교육센터 '신한 학이재'
▲ 신한은행에서 운영중인 금융소비자교육센터 '신한 학이재'

진 회장은 소비자보호 역량 강화를 위한 금융교육에도 관심이 많았다. 지난 2023년부터 신한은행을 중심으로 세운 금융교육 전용센터인 '신한 학이재'가 주인공이다.

신한 학이재는 진 회장 임기 첫 해였던 지난 2023년 9월 인천광역시에 1호점이 개관했고 이후 경기도 수원특례시와 부산광역시까지 총 3곳을 열었다. 이 곳은 고령자, 어린이, 장애인 등 금융소외계층을 위한 생애주기형 교육과 디지털금융 환경 체험 등을 실시할 수 있는 전용 체험 공간으로 타 금융그룹에서는 구축하지 못한 금융교육 전용센터다. 

금융그룹 중 선도적으로 소비자보호 강화를 이끌어 온 진 회장은 최근에도 소비자보호 강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달 열린 창립 24주년 토크콘서트에서 그는 "금융회사가 블록체인 등 미래 기술을 통한 차별적 안정성을 확보해 소비자보호를 위한 기술로 고도화할 때 그 노력과 성과가 미래에도 신한이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차별화된 기준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 성과 기반 '신상필벌' 인사... 능력 있다면 직급 파괴도 불사

진 회장은 그룹 CEO로서 인사 기조 역시 예측 가능한 신상필벌 위주의 인사를 줄곧 단행하며 큰 잡음 없이 그룹을 이끌어오고 있다. 

취임 첫 해였던 2023년에는 조직 안정을 위해 임기가 만료된 계열사 CEO 전원을 유임시켰지만 이듬해 인사에서는 계열사 13곳 중 9곳의 CEO를 교체하는 '물갈이 인사'를 단행했다. 

지난해 인사 당시 진 회장은 "바람이 바뀌면 돛을 조정해야한다"며 "불확실한 미래 경영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내부의 근원적인 혁신과 강력한 인적쇄신 및 세대교체로 조직의 체질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업계 1위를 내준 신한카드는 내부출신 문동권 대표가 물러나고 박창훈 당시 본부장을 신임 대표로 자리에 앉혔다. 특히 박 대표는 당시 본부장이었지만 부사장을 건너 뛰고 바로 대표이사에 오르는 파격 인사였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신한은행은 정상혁 은행장이 이례적으로 2년 연임을 받았고 신한금융 편입 후 3년 연속 순이익이 증가한 신한라이프 역시 이영종 대표가 연임에 성공했다. 

다만 진 회장의 파격 인사는 현재까진 절반의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정상혁 은행장이 2년 임기로 연임에 성공한 신한은행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이 3조356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2% 증가하며 고속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신한라이프 역시 3분기 누적 순이익이 5145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반면 파격 인사의 대상이었던 신한카드는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이 380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2% 감소하며 라이벌 삼성카드(4973억 원)과의 격차가 1169억 원까지 벌어져 올해 1위 탈환은 사실상 힘들어졌다. 

◆ 책무구조도 가장 먼저 도입하며 성과냈지만... 금융사고로 숙제 남은 내부통제

취임 직후부터 진 회장이 연중 강조한 내부통제 영역에서도 진 회장은 절반의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라임펀드 사태 이후 재발 방지를 위한 강도 높은 내부통제 자구책을 펼쳐 시스템은 완비됐지만 뜻하지 않은 대형 금융사고로 보완할 과제도 산적하다. 

진 회장은 취임 일성부터 최근까지 내부통제 강화를 끊임없이 강조했다. 

그는 취임사를 통해 "사회적 기준보다 더 엄격한 자기 검증의 문화 구축은 물론 구성원의 공감을 바탕으로 내부통제를 모든 의사결정의 전제조건으로 정립하겠다"고 엄격한 내부통제 시스템 구축과 정착을 약속했다. 
 


이후 매년 신년사를 통해 내부통제 강화를 반복 언급하며 개선을 촉구했다. 2024년 신년사에서는 내부통제와 리스크 관리를, 올해 신년사에서는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확립 등을 키워드로 제시했다. 

실제 진 회장 체제에서 그룹 전반적으로 금융상품 판매 프로세스 개선, 임직원 윤리 의식 및 관리 강화, 리스크 관리 및 보고 체계 정비 등이 강화됐다.

우선 지난해 9월 계열사 신한은행이 금융권 최초로 책무구조도를 금융당국에 제출했고 신한금융지주 역시 10월 금융지주 최초로 제출했다. 경쟁사 대비 한 달 이상 빠른 것으로 책무구조도 조기 제출은 진 회장의 결단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책무구조도는 금융회사 임원 개인이 책임져야 할 내부통제 대상 업무와 내용을 명시한 문서로 금융당국이 제시한 금융회사 내부통제 개선안의 핵심이다. 

이후 신한금융은 올해 1월부터 후속조치로 책무구조도의 실효성 있는 운영을 위해 책무이행 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임원별 책무에 따라 내부통제 관리조치 이행사항을 점검하고 개선에 나섰다. 

계열사 중에서는 신한은행이 지난해 홍콩 ELS 사태 이후 고난도 상품 판매 기준을 강화해 ▲판매한도 설정 ▲고령투자자보호 기준 강화 ▲비대면 채널 판매 제한 등의 조치를 시행했다. AI를 활용한 영업점 직원 상품설명 통화 분석 후 불완전판매 징후를 탐지하는 시스템도 고도화했다.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선제적 조치로 내부통제 관련 포상금도 최대 20억 원으로 상향했다. 그룹 윤리 교육 시간도 취임 첫 해 2023년 4만4008시간에서 지난해 4만5682시간으로 1500시간 이상 늘었다.
 


그러나 신한금융은 진 회장 체제에서 오히려 금융사고가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핵심 자회사인 신한은행은 금융사고 금액이 2023년 연간 9억5300만 원 수준이었으나 이듬해 14억 원으로 늘었고 올해는 8월까지 집계된 금액만 126억 원을 넘어섰다. 사고건수 역시 역시 같은 기간 연간 6건에서 22건으로 3배 이상 급증했다. 5대 시중은행 중에서는 금액 기준으로 가장 적었지만 건수 기준으로는 가장 많았다. 

일부 비은행 계열사에서도 금융사고는 이어졌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해 ETF 유동성 공급(LP) 과정에서의 잘못된 운용으로 1300억 원대라는 천문학적인 손실을 기록했다. 이 사고 역시 발생하고 두 달이 지나서야 그룹 차원에서 인지했을 정도로 초동 대응이 늦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4월에는 신한자산신탁 일부 직원이 신탁 계약 과정에서 특정 업체로부터 금품을 받고 대출 등을 알선한 혐의(배임수재)로 검찰 수사를 받았고 같은 달 직원 12명이 회사에 신고하지 않고 주식을 거래한 사실이 금융당국 검사에서 적발되어 징계를 받았다.

물론 같은 시기 다른 금융그룹에서도 부정대출 사고와 홍콩 H지수 ELS 사태 등 대규모 금융사고가 빈발했다는 점에서 신한금융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그러나 임기 내내 내부통제를 강조한 진 회장 입장에서는 내부통제 강화와 고객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과제가 남겨진 상황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인철 기자]


주요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