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2020년 이후 편입한 해외 계열사 절반 이상이 조선‧IT‧방위 산업을 영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육·해·공 토탈 방산기업’의 비전 실현을 위해 이들 해외 계열사를 대거 편입했다.
30일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 2020년부터 2025년 4월 말까지 5년간 한화그룹 해외 계열사 현황을 조사한 결과 편입은 총 743곳, 제외는 317곳으로 집계됐다. 10대 그룹 가운데 편입과 제외 규모가 압도적으로 크다. 한화그룹이 편입한 해외 계열사는 10대 그룹 전체의 46%를 차지한다.
발전 프로젝트, 건설, 금융 등 단기간의 사업 영위를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법인(SPC)을 제외하면 편입은 85곳, 제외는 58곳이었다. SPC 계열이 상당수를 차지하지만 이를 제외해도 편입 기업 수는 SK그룹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한화그룹이 5년여 간 편입한 해외 계열사의 51.6%는 조선, IT, 방산 업종을 영위한다. 조선 22개(25.8%), IT 12개(14.1%), 방산 10개(11.7%) 등이다.
글로벌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육·해·공 토탈 방산기업으로의 도약에 나서면서 조선, IT, 방산 중심의 해외 계열사가 대거 편입됐다.
조선 업체가 가장 많이 편입된 것은 2023년 5월 한화오션(구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영향이다.
한화오션(대표 김희철)은 대표적으로 미국 법인(Hanwha Ocean Global Operation Center), 싱가포르 법인(Hanwha Offshore Solutions Singapore), 카자흐스탄 법인(DSME Kazakhstan), 인도네시아 법인(PT DSME Indonesia)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법인 대부분 선박 블록, 해양구조물, FPSO 모듈 등 해양플랜트 부품과 설계 기반 EPC 구조물을 제작한다.
한화그룹은 한화오션의 해외 계열사를 거점으로 설계부터 조달, 건조, 운영까지 이어지는 글로벌 해양플랜트 밸류체인을 재정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생산 효율을 높이고 단계별 협업 체계를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또 방산 계열사와의 기술 융합을 통해 고성능 선박과 해상플랜트 등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포트폴리오 전환도 추진한다.

IT 업종 해외 계열사는 한화시스템(대표 손재일)이 주도적으로 편입했다.
한화시스템은 2020년부터 미국 등 해외에서 AI·클라우드·디지털 계열사를 연달아 편입했다. 기존 방산 중심 전자·시스템 사업에서 ICT 기반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기 위한 행보다.
2022년 7월 미국에서 설립된 AI플랫폼 기업인 비비티 에이아이(VIVITY AI)의 지분 43%를 확보하며 계열사로 편입시킨 게 대표적인 사례다. 비비티 에이에아이는 조선‧해양플랜트 등 중공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영상과 센서 데이터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공정 품질과 안전성을 높이는 산업용 AI플랫폼 기업이다.
2023년에는 AI·클라우드 기반 디지털 기술 역량 강화를 위해 미국에서 한화디지털도 설립했다. 디지털 전환(DX)과 스마트 방산 플랫폼 구축 역할을 맡고 있다.
한화그룹은 산업용 AI 기술을 갖춘 이들 해외 계열사들이 한화오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대표 손재일) 등 그룹 핵심 계열사와의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
조선 분야에서는 스마트조선소 구축, 방산 분야에서는 AI 기반 전장체계 고도화로 그룹 전반의 제조·안전관리 효율성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방산 업종 해외 계열사 편입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주도했다.
영국, 이탈리아, 루마니아 등 현지 생산거점이 대부분으로 유럽과 북미 중심의 방산 네트워크 확장 차원에서 편입됐다. 영국과 루마니아는 K9 자주포와 장갑차 등 서방형 무기체계의 수출 허브 역할을 하는 중요 거점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한화(김동관·김우석·양기원)는 유통, 화학, 부동산, 에너지, 태양광 등 다양한 업종의 해외계열사를 14개 편입했다. 한화솔루션(대표 김동관·박승덕·남정운)은 8개, 한화임팩트(대표 김동관·양기원) 3개, 한화모멘텀 2개 등을 편입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방산 부문은 그룹의 핵심 수익원으로 자리잡고 있다”며 “전략 시장의 해외 네트워크 역량을 집중해 현지 거래선을 발굴하고 시장 확대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5년여 간 제외된 해외 계열사는 58개다. 이 중 43개가 청산됐다. 지분 매각 11개, 합병 4개 등이다.
업종별로 보면 물류 관련 계열사가 18개로 가장 많다. 한화그룹은 경영 효율화를 위해 해외 물류 법인을 청산하거나 통합하는 재편 작업을 실시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선다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