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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의 그늘-다크패턴㉖] 가입은 원클릭, 탈퇴는 7단계…테무·에이블리·지그재그 "해지이유 대라" 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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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의 그늘-다크패턴㉖] 가입은 원클릭, 탈퇴는 7단계…테무·에이블리·지그재그 "해지이유 대라" 방해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연내 현장 모니터링"
  • 이예원 기자 wonly@csnews.co.kr
  • 승인 2026.06.30 06: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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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산업계가 마케팅과 민원 처리, 상품설계, 내부통제에 이르기까지 경영 전반에 AI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가히 AI 광풍이라 부를 정도의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기업의 AI 활용이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이 충분한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AI 활용으로 인한 편리함 뒤에 교묘한 알고리즘으로 소비자를 조정하고 피해를 양산하는 일도 현실이 되고 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은 2026년 창간 20주년을 맞아 AI가 몰고올 소비자 생태계 변화와 혼란을 진단하는 연중 기획 시리즈를 진행한다. [편집자 주]


공정거래위원회가 전자상거래 영역에서 다크패턴 단속에 돌입한 지 1년여가 지났지만 최대 7단계를 거쳐야 하는 온라인 플랫폼의 까다로운 회원 탈퇴 절차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입 절차와 비교하면 거쳐야 할 단계가 3배가량 더 많다. 탈퇴 이유를 밝히지 않으면 다음 절차로 넘어갈 수 없거나 각종 혜택 팝업을 띄우면서 지연시키는 유형의 다크패턴 행위가 성행하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해 2월 다크패턴 근절을 위해 전자상거래법을 개정하고 8월부터 본격적인 단속에 나섰다.

공정위가 꼽은 다크패턴 단속 대상은 '취소·탈퇴 방해'와 '자동 체크 옵션', '반복 간섭', '숨은 갱신', '순차 공개 가격 책정', '특정 옵션 사전선택' 등 6가지다.

전자상거래법 개정안 제21조의2는 '정당한 사유 없이 구매·가입보다 취소·탈퇴 절차를 복잡하게 설계'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또 '반복적 유도 문구를 사용해 소비자의 해지·탈퇴를 방해하는 방식'도 명백한 위법으로 규정된다.

지난해 공정위가 "주요 플랫폼 사업자들의 다크패턴 규제 준수 여부를 모니터링해 자율적인 시정을 유도하고 있으며 계도기간 종료 후에도 다크패턴이 근절되지 않는 분야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직권조사를 실시하고 법 위반이 확인될 경우 엄중 조치할 것"이라고 강조한 게 무색한 장면이다.

 

▲'테무' 앱에서의 탈퇴 절차. 사진=테무 앱 갈무리 
▲'테무' 앱에서의 탈퇴 절차. 사진=테무 앱 갈무리 

C커머스 플랫폼 '테무'는 카카오톡 등 SNS를 통한 '원클릭 가입'을 제공하고 있다. 반면 탈퇴 절차는 테무 앱 기준으로 '설정→계정 보안→테무 계정 삭제→'TEMU계정을 영구 삭제하고 싶습니다' 체크→삭제 이유 체크→신원 확인→요청 완료' 등 총 7단계를 거쳐야 한다.

탈퇴 요청 후 영업일 기준 7일간 유예 기간이 제공되는데 이 기간 앱 접속 시 '로그인 후 특가 혜택을 누려보라'는 내용이 담긴 팝업으로 로그인을 유도한다.

로그인을 시도하면 '삭제 취소 요청' 버튼이 뜨고, 이를 승인해야 로그인할 수 있다. 혜택을 확인하려고 로그인하는 순간 탈퇴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는 소리다.

 

▲'쉬인' 앱에서 외부에서의 탈퇴 절차를 안내하고 있다. 이메일은 전문이 영어로 구성됐다. 사진=쉬인 앱·이메일 갈무리
▲'쉬인' 앱에서 외부에서의 탈퇴 절차를 안내하고 있다. 이메일은 전문이 영어로 구성됐다. 사진=쉬인 앱·이메일 갈무리

글로벌 패션 플랫폼 '쉬인'의 경우 가입은 앱 내에서 진행할 수 있지만 탈퇴는 앱 내부에서 진행할 수 없다. 쉬인 또한 카카오톡 등 SNS를 통한 '원클릭 가입'을 제공해 1~2단계 만에 가능하다. 

탈퇴를 위해 쉬인 앱에서 '설정→내 계정 관리→계정 삭제→계정 삭제 신청'을 진행해 봤는데 완료되지 않았고 이메일 등 앱 외부에서 절차가 추가로 진행됐다.

등록된 이메일로 다이렉트 링크가 포함된 메일이 발송되는데 메일 본문은 모두 영어로 작성돼 있다. 링크에 접속하면 다시 메일함으로 돌아가 인증 코드를 제출해야 한다. 복잡한 탈퇴 절차를 거쳤지만 실제로 탈퇴가 완료된 건지는 확인하기 어려웠다. 

국내 온라인 플랫폼 역시 탈퇴하려면 4~6단계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탈퇴 이유를 묻는 문항을 선택하지 않으면 다음으로 넘어갈 수 없거나 선택하면 혜택 팝업이 떠서 탈퇴를 방해한다.

오픈마켓 플랫폼 '지마켓의 탈퇴 절차는 '내 정보 관리→탈퇴→유의사항 안내 후 동의→보유 머니 확인 후 동의→계정 삭제'의 5단계로 이뤄져 있다.

지난해 11월 대규모 개인 정보 유출 사태 당시 탈퇴가 복잡하다는 지적을 받았던 이커머스 플랫폼 '쿠팡'은 절차가 7단계에서 5단계로 단축됐다. 구체적으로 '내 정보 관리→회원 탈퇴→유의사항 안내 후 동의→비밀번호 입력→쿠팡 캐시 등 확인 후 탈퇴하기' 등이다. 

 

▲왼쪽부터 무신사, 지그재그, 에이블리 회원 탈퇴 절차. 탈퇴 이유를 선택하지 않을 경우 다음 단계를 진행할 수 없도록 버튼이 비활성화돼 있다. 사진=각 사 앱 갈무리
▲왼쪽부터 무신사, 지그재그, 에이블리 회원 탈퇴 절차. 탈퇴 이유를 선택하지 않을 경우 다음 단계를 진행할 수 없도록 버튼이 비활성화돼 있다. 사진=각 사 앱 갈무리

패션 플랫폼 '무신사'는 '설정' 맨 아래 '회원 탈퇴' 카테고리를 마련해 앱 내에서 탈퇴할 수 있다. 다만 '무신사를 떠나시려는 이유를 알려주세요'라는 설문을 선택해야만 다음 절차로 넘어갈 수 있다.

미응답 시 다음 절차로 넘어갈 수 없으며 '구매할 만한 상품이 없어요'라는 답변 선택 시 '이벤트/기획전'이나 '전문관'으로 이동할 수 있는 버튼이 제시됐다.

'지그재그'는 '내 정보→회원 탈퇴→유의사항 확인→탈퇴 이유 체크박스 및 통합 회원 탈퇴하고 계정 삭제하기' 등 4단계를 거쳐야 한다. 지그재그 역시 탈퇴 이유를 묻는 문항을 선택해야만 다음 절차로 넘어갈 수 있다. 체크박스를 채우면 혜택 안내 등 팝업이 뜬다.

'에이블리'는 '설정→회원 정보 수정→회원 탈퇴→탈퇴 이유 체크박스→비밀번호 입력 및 회원 탈퇴하기' 5단계를 거쳐야 한다. 문항을 선택해야만 다음 절차로 넘어갈 수 있는 구조는 같았다. 문항을 선택하더라도 탈퇴를 막는 팝업은 뜨지 않는다.
 

▲왼쪽부터 네이버, 멜론, 배달의민족 회원 탈퇴 버튼 UI 비교. 사진=각 사 앱 갈무리
▲왼쪽부터 네이버, 멜론, 배달의민족 회원 탈퇴 버튼 UI 비교. 사진=각 사 앱 갈무리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멜론'은 '설정→내 정보→개인정보 관리→멜론 탈퇴→비밀번호 확인→안내사항 확인 및 동의 후 멜론 탈퇴' 등 6단계 절차를 거쳐야 한다.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은 '마이배민→내 정보 수정→회원 탈퇴→유의사항 확인 및 계정 삭제하기' 등 4단계인데 '내 정보 수정' 페이지 진입이 프로필 사진을 누르는 방식이 직관적이지 않았다. '회원 탈퇴'는 별도 버튼 없이 페이지 하단에 연회색 작은 글씨로 표기돼 있다. 

네이버는 N+스토어 앱 기준으로 내 정보 페이지에서 스크롤을 내리지 않아도 '회원탈퇴' 버튼이 보인다. 네이버 탈퇴 절차는 '내 정보→회원 탈퇴→비밀번호 재확인→동의하고 탈퇴하기'로 모두 4단계 구성으로 상대적으로 짧다. 탈퇴 이유를 묻는 체크박스 문항도 없다. 

공정위가 전상법 개정 후 다크패턴 단속에 나선 지 1년을 바라보고 있지만 '쉬운 가입과 복잡한 탈퇴' 구조는 여전한 모습이다.

김현수 한국소비자법학회장 겸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가입 과정과 탈퇴 절차는 대칭점을 이뤄야 한다"며 "가입은 원클릭으로 가능한데 탈퇴는 복잡한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하거나 외부 사이트로 이동해서 진행하도록 구조를 설계하는 것은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실질적으로 제약하는 신뢰 저해 행위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탈퇴나 구독 취소 등 이용자의 탈 플랫폼 움직임을 번거롭게 하는 행위는 패션 플랫폼뿐 아니라 이커머스 업계 전반에서 관행처럼 이어지고 있다"며 "업계에서도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여기는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6월 들어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다크패턴 등 신뢰 저해 관행에 대한 본격적인 점검에 돌입한 상태다.

개인정보위 대변인은 "여러 가지를 검토하고 준비하는 단계라 현재까지 확정된 내용은 없다"며 "개인정보 처리 관련한 부분을 준비하고 있으며 산업 현장에서의 다크패턴 모니터링을 올해 안에 실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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