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과 면역질환에 연구 역량을 집중하면서 저분자화합물 중심이던 신약개발 방식도 항체약물접합체(ADC), 단백질분해 유도 항체접합체(DAC), 이중항체 등으로 확대했다.
삼진제약은 면역·염증 신약을 향후 1~2년 내 기술이전 대상으로 육성하고 항체부터 항암 약물까지 자체적으로 확보하는 ADC 전 주기 플랫폼은 2~3년 내 기술이전(라이선스아웃·LO) 성과를 내겠다는 목표다.
8일 삼진제약에 따르면 6월 기준 보유하고 있는 신약 파이프라인은 총 21개다. 마곡연구센터를 완공한 2021년 말 기준 8개와 비교하면 5년만에 2.6배로 늘었다.
지난해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MASH) 후보 4개를 정리한 것을 감안하면 증가폭은 더욱 가파른 셈이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암·종양 후보는 같은 기간 5개에서 14개로 늘었다. 올해는 비만 치료제 파이프라인도 2개가 추가됐다.

삼진제약의 저분자 항암제 연구는 마곡연구센터 설립 이전부터 이어졌다. 회사는 2016년 인천대학교와 삼중음성유방암 후보물질 SJP1602에 대한 공동연구를 시작했고, 2020년에는 AI 신약개발 기업 스탠다임과 항암 후보 SJP2002 발굴에 착수했다.
2021년 말 공개된 항암 후보 5개도 SJP1602와 급성골수성백혈병 후보 SJP1604 등 저분자 신약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마곡연구센터 구축 이후에는 화학합성 신약 발굴 경험을 ADC와 DAC 등 신규 모달리티 발굴에 활용하는 방향으로 연구 범위를 확장했다.

ADC와 DAC는 저분자 신약을 단순히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저분자 약물의 전신 노출과 정상조직 독성, 표적 선택성 등의 한계를 보완하는 신규 모달리티다. ADC는 암세포 표면의 특정 항원을 찾아가는 항체에 저분자 세포독성 약물을 붙여 전달한다. DAC는 세포독성 약물 대신 암세포의 생존에 필요한 표적 단백질을 제거하는 분해제를 항체에 연결한다.
삼진제약은 2022년 ADC 후보물질로 분류되는 SJA21과 SJA71의 연구를 시작했다. 2023년 1월 노벨티노빌리티와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하며 ADC 개발을 대외적으로 공식화했고, 2024년 9월에는 마곡연구센터에 ADC 전담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해 전담 연구체계를 구축했다.
DAC는 관련해서는 2022년 11월 핀테라퓨틱스와 업무협약을 맺고 표적단백질분해제 연구 기반을 확보했다. 이를 항체접합 형태로 확장한 고형암 DAC 후보 SJA30은 지난해 6월 ‘월드 ADC 아시아 서밋’에서 처음 외부에 공개했다.
비항암 분야는 안질환과 퇴행성 신경계 질환 중심에서 면역·심혈관·편두통·비만 등으로 확대됐다. 삼진제약은 2022년 편입한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MASH) 후보 SJN304·SJN305T·SJN306·SJN312 등 4개를 2025년 사업성 등을 이유로 정리했다. 대신 자가면역질환 후보 SJB11과 편두통 후보 SJB21을 새로운 연구과제로 편입했다.
비만치료제 연구도 본격화했다. 지난해 8월 AI 신약개발 기업 나무아이씨티와 공동연구 계약을 맺고 근육 감소와 장기 복용 안전성 문제를 보완한 비만 신약 개발을 공식화했다. 이후 비만과 근감소증을 동시에 겨냥하는 후보 발굴 프로젝트 SJN316과 SJN317을 공개했다. 대사이상지방간염(MASH)에 집중됐던 대사질환 연구의 무게중심을 비만 치료제로 옮긴 것이다.
삼진제약은 올해 항암과 면역질환을 전략 연구 분야로 정하고 기술이전 등 글로벌 파트너십 확보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핵심 기술수출 후보는 면역·염증 치료제 SJN314와 ADC 플랫폼이다.
SJN314는 만성자발성두드러기와 아토피 피부염 등을 겨냥하는 경구용 MRGPRX2 저해제다. 2023년 후보물질 탐색 과제로 처음 공개된 뒤 전임상을 거쳐 올해 2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 1상 시험계획을 신청했다. 삼진제약은 초기 임상 데이터를 확보한 뒤 1~2년 안에 기술이전 성과를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ADC 분야에서는 항체와 항암 약물인 페이로드, 두 물질을 연결하는 링커를 모두 내부에서 설계할 수 있는 전주기 플랫폼 구축을 추진한다. 항체는 특정 암세포를 찾아가는 역할을 하고, 페이로드는 암세포를 공격하며, 링커는 혈액에서는 약물을 안정적으로 붙잡아 두다가 암세포 내부에서 방출하는 역할을 한다.
삼진제약은 기존에 확보한 링커·페이로드 연구역량에 자체 항체 발굴 기술을 더해 2~3년 안에 ADC 기술이전이나 공동개발 성과를 내겠다는 목표다. 파이프라인 수를 늘리는 단계를 넘어 임상 진입과 기술수출로 연구 성과를 증명하는 것은 마곡연구센터 가동 5년 차의 과제로 꼽힌다.

마곡 이전 전에는 판교중앙연구소가 초기 후보 발굴과 비임상 연구를 담당하고 본사 연구개발실이 임상과 인허가 업무를 맡았다. 연구 기능을 한곳에 통합하면서 후보 발굴부터 임상시험계획 제출까지 단계별 조직 간 협업 속도를 높이는 기반을 마련했다.
삼진제약은 매년 매출의 10% 이상을 연구개발비로 쓰고 있다. 지난해 국내 상장 제약·바이오기업 76개사의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 6.8%의 약 1.7배 수준이다.
마곡연구센터 구축 이후 올해 1분기까지 누적 연구개발비는 1454억 원이다.

연구조직은 이수민 전무가 이끌고 있다. 이 전무는 미국 캘리포니아대 어바인에서 약리학·독성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2004년부터 2022년까지 SK케미칼에서 신약 연구와 오픈이노베이션 업무를 담당했다. SK케미칼 오픈이노베이션팀장을 거쳐 2022년 삼진제약에 합류했으며 현재 연구센터장으로 신약 연구를 총괄하고 있다.
이 전무 합류 이후 삼진제약은 자체 저분자 연구역량과 외부 기술을 결합하는 오픈이노베이션을 강화했다. 가능성이 낮은 과제는 조기에 정리하고 유망 후보에 자원을 집중하는 ‘퀵윈 앤드 패스트 페일’ 전략을 도입했으며, 항암 연구 범위를 ADC·DAC와 AI 신약개발로 확대했다. 개발 부문은 신범규 상무가 맡아 연구단계에서 발굴한 후보를 임상시험과 인허가로 연결하고 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정현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