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대형 방산기업과 경쟁하기 위해 항공기 체계종합과 엔진, 레이더, 우주기술 등 역량을 결합해 규모를 갖출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현재 KAI 지분 15.89%를 보유한 2대주주다. 특히 한화시스템은 최근 한 달간 KAI 지분 3.45%를 장내에서 추가 매입했다. 이에 따라 한화그룹의 KAI 지분율은 지난달 12.44%에서 15.89%로 3.45%포인트 상승했다.
계열사별 보유 지분율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9.90%, 한화시스템 4.98%, 한화에어로스페이스USA 1.01%다. KAI 최대주주는 지분 26.41%를 보유한 한국수출입은행이다.
한화는 보유 목적도 단순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변경하면서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심사 대상이 됐다.
공정위는 한화의 KAI 경영참여가 경쟁을 제한하는지 심사할 예정이다. 경쟁 제한 우려가 확인될 경우 기업결합을 불허하는 방식뿐 아니라 시정조치와 사후 점검을 통해 관리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반면 한화와 KAI의 결합이 필요하다고 보는 시각도 상당하다. 전문가들은 한화의 이번 지분 인수가 국내 방산기업 체급을 키우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민영화, 대형화·민간 투자로 KAI의 경쟁력을 키워야한다는 것이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 겸 한국방위산업연구소 소장은 "국내 방산업체 간 대형화·통합화는 필수불가결하고 체급을 늘리고 몸집을 키워야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호성 한국방위산업학회 회장은 항공엔진 국산화를 추진해도 기체 수출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판로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화와 KAI의 결합은 동일 제품을 생산하는 경쟁기업 간 수평 결합보다는 항공기 기체와 엔진·레이더를 연결하는 수직 결합으로 봐야한다는 시각이 나오는 이유다.
KAI는 전투기와 헬기, 무인기 등 항공 완제기를 개발·양산하는 체계종합업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항공엔진과 추진체계를, 한화시스템은 능동위상배열(AESA) 레이더를 맡고 있다.
실제 최초의 국산 전투기 'KF-21' 사업에서도 역할이 분명히 나뉜다. KAI가 기체를 개발·양산하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엔진과 추진체계를, 한화시스템이 AESA 레이더를 담당한다.
또 정부가 조달과 원가를 관리하는 방산사업 특성상 대주주가 계열사 제품을 우선 채택하거나 가격을 임의로 조정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정설로 여겨지는 부분이다.
무기체계 개발과 양산, 수출은 방위사업청과 국방부의 발주·승인 절차를 거치며 방산 계약 원가 역시 정부 기준에 따라 산정된다. 이에 따라 협력업체의 고사도 우려할 내용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KAI 노조는 한화의 인수로 국가 항공전력을 담당하는 KAI의 공공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KAI의 공공성을 담보하는 핵심이 수출입은행의 지분율과 같은 소유구조가 아니라 방위사업법 34조에 따른 국가 통제 체계라는 입장이다.
KAI 지분구조가 민간 중심으로 바뀌더라도 정부의 사업 발주권과 예산 투입, 원가 검증, 수출 승인 권한은 유지되기 때문이다. 무기체계 개발과 양산, 수출은 방위사업청과 국방부의 발주와 승인, 원가 검증 등을 거쳐야 한다.
향후 투자 여력 확대를 위해서라도 통합이 필요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KF-21 후속 개발과 첨단 항공엔진 국산화, 수출형 모델 개발, 위성사업 확대에는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다. 금융기관인 수출입은행보다 항공우주·방산 사업을 영위하는 전략적 투자자가 참여할 경우 연구개발과 설비, 해외시장 개척에 추가 투자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글로벌 방산업계는 이미 대형화와 복합화가 진행됐다. 미국은 록히드마틴과 보잉, RTX, 제너럴다이내믹스, 노스럽그러먼 등 대형 업체 중심으로 재편됐다. 이탈리아 레오나르도도 헬기·전투기·전자전·지상장비 사업을 함께 운영한다.
한화와 KAI 모두 해외 판매 비중이 커지는 만큼 국내 시장만을 기준으로 경쟁 제한 여부를 판단하기보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과 투자 필요성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양사가 해외에서 경쟁해야 할 대상은 미국 대형 방산업체뿐 아니라 독일 라인메탈, 영국 BAE시스템스, 이탈리아 레오나르도 등이다.
한화그룹이 KAI를 인수하는 것도 실제 방산 체급을 키워 글로벌 종합방산기업과 경쟁을 위한 포석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지상방산을 맡고, 한화오션은 해양방산, 한화시스템은 레이더·전투체계 및 위성, KAI는 전투기·헬기·무인기 체계를 맡아 육상·해양·항공·우주를 아우르는 종합 방산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겠다는 비전이다.
이를 위해 우주 분야에서는 2040년까지 55조 원을 투자해 독자 발사체와 위성, 우주 AI 데이터센터, 저궤도 통신망, 국방 AI 데이터센터 등을 구축할 방침이다.
김동관 한화그룹 수석부회장은 지난 7월 경남 진주에서 열린 ‘AI 우주강국‘ 전략 발표에서 “우주와 항공, AI와 국방이 하나로 연결될 때 진정한 AI 우주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며 사업 간 연계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해외 생산 기반 확대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한화디펜스 USA는 최근 미 해군 핵심 공급업체인 오스탈 USA 인수를 위해 최대 12억 달러(약 1조7000억 원)를 제안했다. 2024년 인수한 한화필리조선소에 이어 미국 내 추가 생산 거점 확보 행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폴란드 WB그룹과 합작법인 ‘한화 WB 어드밴스드 시스템’을 설립하고 천무 유도탄 생산공장 건설도 추진 중이다.
한화는 2012년까지 글로벌 방산 순위(매출 기준)에서 100위권 바깥을 맴돌았다. 2013년 85위로 처음으로 100위 내로 진입했고, 2015년 삼성 방산을 인수하며 50위권으로 도약했다. 2023년에는 24위에 오르며 처음으로 30위권에 진입했다. 지난해는 20위 이내에 진입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은 지난 2017년 말 제시한 ‘2025년 방산 매출 12조 원’ 중장기 비전은 조기에 달성했다. 하지만 글로벌 톱10 방산 업체들의 매출은 20조 원 이상으로 차이가 여전히 크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범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