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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에 울린 해빙 선율…아리랑 연주때 '눈물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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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에 울린 해빙 선율…아리랑 연주때 '눈물바다'
  • 구자경 기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08.02.27 02: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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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아름다운 선율이 북녘에 울려퍼졌다. 

'음악광'으로 알려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공연장에 '깜짝 등장'할지도 모른다는 기대와는 달리 끝내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연합통신에 따르면 뉴욕필은 이날 오후 6시6분 남북한을 비롯한 전 세계에 생중계되는 가운데 평양 동평양대극장에서 북한 국가인 '애국가'를 시작으로 공연에 들어갔다.

'애국가'가 연주되기 시작하자 동평양대극장을 가득 메운 1500명의 관람객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어 미국 국가 '별이 빛나는 깃발'을 연주했다. 미국 국가는 조선중앙방송을 통해 북한 전역에 처음으로 생중계됐다.

관람객들이 자리에 앉자 뉴욕필은 본공연 첫 작품으로 바그너의 오페라 '로엔그린' 3막 서곡을 선사했다.

상임지휘자 로린 마젤은 마이크를 들고 두번째 연주곡인 드보르자크의 '신세계 교향곡'에 대해 설명하는 등 북한 관객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를 잊지 않았다.

로린 마젤은 "신세계 교향곡은 19세기 말 뉴욕필이 드보르자크에게 의뢰해 탄생한 것"이라며 "이 교향곡에는 미국의 전통적인 선율이 담겨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우리말로 "좋은 시간 되세요"라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마지막 곡으로 거슈윈의 '파리의 미국인'을 연주했다. 로린 마젤은 "파리의 미국인은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작곡가 거슈윈이 80년 전에 작곡한 곡"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언젠가 '평양의 미국인'이라는 곡이 나올지도 모른다"고 말해 청중들에게 웃음을 안긴 뒤 우리말로 "재미있게 감상하세요"라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본공연을 마친 로린 마젤은 세차례나 나와 인사를 건넸으나 청중들로부터 앙코르 요청이 이어지자 비제의 '아를르의 여인' 중 파랑돌레를 연주했다.

첫번째 앙코르 곡이 끝나자 평양 주재 외교사절들이 기립박수를 치기 시작했으며 이에 뒤질세라 모든 관람객들이 일제히 일어나 열렬히 기립박수를 보냈다.

로린 마젤은 마이크를 잡고 "이전에 뉴욕필을 지휘한 레너드 번스타인은 유명한 작곡가이기도 했다"면서 "그는 자기가 직접 작곡한 '캐디드' 서곡으로 뉴욕필을 지휘했다"고 말했다. 

그는 "비록 번스타인은 우리 곁을 떠났지만 우리 마음에는 그가 남긴 위대한 사랑이 남아 있다"면서 "그가 캔디드 서곡을 여기서 지휘한다고 상상해 보자"고 제안했다.

로린 마젤은 거장 지휘자를 호칭하는 '마에스트로'를 부른 다음 또 다시 우리말로 "마에스트로, 부탁합니다"라고 말하며 지휘석을 떠나자 단원들의 연주는 시작됐다.

뉴욕필은 마지막 앙코르 곡으로 우리 전통민요인 '아리랑'을 연주하기 시작했으며 극장 여기저기서 감동을 이기지 못해 흐느끼거나 눈물을 닦는 관람객들이 속출했다.

뉴욕필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평양에 왔다는 손숙 씨는 충혈된 눈으로 "뉴욕필이 연주하는 아리랑을 들으면서 가슴이 벅차오르고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고 말했다.

특히 한복 차림의 북한 여성 관람객들은 뉴욕필이 연주하는 아리랑을 들으면서 눈물을 뚝뚝 떨어뜨려 동평양대극장이 순식간에 울음의 바다로 변했다.

이에 앞서 뉴욕필은 이날 오전 실제 연주 의상 차림으로 2시간30분동안 최종 리허설을 가진 뒤 학생 5명에게 음악CD와 악보 등 미리 준비한 선물을 직접 전달했다.

로린 마젤은 이어 양각도호텔로 돌아와 기자회견을 갖고 본공연에 대한 기대와 각오를 밝혔으며 오후에는 평양음악대학을 방문, 학생들을 대상으로 음악교실을 열었다.

뉴욕필은 27일 오전 평양 모란봉극장에서 북한 조선국립교향악단과 실내악 협연을 실시한다. 조선국립교향악단은 이 협연 과정에서 마젤의 지휘를 받으며 연주하는 기회를 갖게 된다.

뉴욕필은 평양공연을 마치면 서울 공연을 위해 27일 오후 아시아나항공 특별기편으로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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