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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가 조금씩 고개를 들자 가요계에 어김없이 ‘댄스’ 바람이 불기 시작한 가운데 가수들의 색다른 변신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텔 미’ 열풍이 사그라지기도 전 올해 초 이탈리아 가수 인 그리드(In-Grid)의 2001년 히트곡을 리메이크한 쥬얼리의 ‘원 모어 타임’이 이른바 대박상품으로 떠올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불황 속 가요계는 너도 나도 ‘프롬 유럽(From Europe)’과 ‘리메이크’에 승부수를 띄우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유로풍 댄스’는 기존 댄스 가수는 물론 발라드나 R&B 가수들의 ‘변신 필수품’이 돼버린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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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원 모어 타임’을 제치고 각종 차트 1위를 달리는 거미의 ‘미안해요’ 역시 일렉트로니카 장르의 유로 댄스곡. 가창력을 앞세워 주로 R&B나 소울 느낌의 발라드곡을 선보였던 거미이기에 이번 노래는 팬들에게 색다른 변신으로 받아들여진다.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앨범 발매 시기까지 스스로 늦췄다는 거미는 “어쿠스틱한 음악만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스펙트럼을 넓혀 힙합이나 하우스 음악을 시도했을 때 표현이 오히려 자유로울 수 있었다”며 변신의 이유를 설명했다.
올 초 애절한 발라드곡 ‘여자는 사랑을 먹고’로 컴백한 맞언니 왁스도 최근 ‘안테나춤’을 선보이며 ‘댄스가수’로 변신했다. 복고적인 전자음 편곡에 ‘러키 러키 러키…’로 반복되는 후렴구가 특징인 신곡 ‘럭키’ 역시 스웨덴 댄스팝 듀오 ‘럭키 투와이스’의 곡을 리메이크했다. R&B 듀오 에즈원도 80~90년대 유로 댄스로 유명세를 떨친 이탈리아의 댄스그룹 라디오라마의 동명곡 ‘ABCD’를 리메이크해 변신을 꾀한다.
왁스 소속사의 한 관계자는 “복고와 유로댄스, 리메이크가 요즘 가요계의 대세인 것 같다”며 “왁스 역시 불황속 가요계에서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경쾌한 리듬의 ‘럭키’란 곡으로 활동을 이어가게 됐다”고 말했다.
굳이 유로풍 댄스곡이 아니더라도 록밴드 럼블피쉬의 보컬 최진이와 발라드 왕자 팀(Tim)도 감미로운 목소리와 애절한 사랑 노래 대신 경쾌하고 흥겨운 댄스곡으로 무대를 뜨겁게 달굴 예정.
대중가요 평론가 강태규 씨는 “결과론적이겠지만 그간 발라드 위주였던 가요계에 대한 일종의 반작용으로 봐야할 것 같다”며 “누구의 강요보단 불황 속에서 새로움을 추구하려는 가수 본인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고 현 상황을 해석했다.
한 케이블 채널 음악프로 담당 PD는 “어려운 가요계 현실에서 트렌드에 편승하려는 것이 나쁘다고만 볼 수는 없겠지만 특색 없는 노래들이 반복되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홍동희 기자(mystar@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