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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콘’ 4기의 잠룡(潛龍)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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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콘’ 4기의 잠룡(潛龍)들
  • 헤럴드경제신문 제공 csnews@csnews.co.kr
  • 승인 2008.04.28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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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개그콘서트’가 방송 10년째를 맞고 있다. 최근 1~2년간 버라이어티의 강세 속에 공개 코미디가 주춤하는 양상을 보이면서 ‘개콘’도 침체기를 맞는 듯했다. 하지만 신인들의 급성장으로 전성기를 되찾았다. 시청률도 오랫동안 20% 안팎을 유지해왔다.

최근 ‘대왕세종’이 2TV로 옮겨오면서 방송시간대가 1시간 뒤로 밀리는 바람에 초 중 고교 시청자들이 대거 이탈해 시청률이 5~7%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 이는 편성에서 비롯된 상황일 뿐 콘텐츠의 질이 떨어진 것은 결코 아니다.

웬만한 오락 프로그램도 1년을 넘기기는 어렵다. ‘개콘’이 10년째 안정된 시청률로 장수하고 있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1999년 추석 특집으로 방영돼 좋은 반응을 얻자 정규 편성된 ‘개콘’은 정체되지 않고 항상 살아움직이는 유기체처럼 새로운 모습으로 진화해왔다.

1기는 백재현 김미화 심현섭 김영철이 활약했던 시기다. 이때 ‘사바나의 아침’이라는 초히트작이 나왔다. 2기 때는 강성범 황승완 임혁필 이태식 이병진 박성호 등이 다양한 캐릭터를 구축했다. 3기는 ‘갈갈이 삼형제’를 인기코너로 만든 박준형 정종철이 활동하던 기간이다.

지금은 ‘개콘’ 4기에 돌입했다. 박준형과 정종철이 MBC ‘개그야’로 이적하기 직전부터 신인들이 급부상했다. 마치 하늘에 오르지 않고 물속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던 잠룡(潛龍) 같았다. 비호감을 무기로 팬층을 대거 확보한 ‘왕비호’ 임형빈과 ‘닥터피쉬’의 극성팬 양상국, ‘준교수의 은밀한 수업’의 송준근(준교수) 등 신(新)3인방은 단연 돋보인다.

이들은 2~3년간 작은 역할을 맡아 내공을 쌓은 후 어렵사리 기회가 주어지자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세 명 모두 연기력까지 갖추고 있어 개그맨으로 장수할 가능성이 높다. 신3인방 외에도 ‘조선왕조부록’을 독무대로 만드는 박지선과 ‘~하고 있는데’의 허경환, ‘마교수’ 박성광, 허미영, 장효인 등도 선두권에 오를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여기에 김대희 김준호 박성호 장동민 등 선배들이 받쳐주는 역할을 하고 있고, 김병만은 후배(류담 노우진)와 팀을 이뤄 ‘달인’이라는 킬러 콘텐츠를 개발하며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이수근 유세윤 신봉선 김인식은 버라이어티에 출연하면서도 ‘개콘’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유세윤과 함께 ‘사랑의 카운셀러’를 진행하면서 열애설까지 나며 인기를 독차지했던 강유미는 최근 부진한 모습이나 ‘리얼스토리 뭐?’로 재기의 발판을 삼고 있다.

코너별로도 많은 발전을 이뤘다. ‘현대생활백수’ ‘제3세계’ ‘마빡이’ ‘우비삼남매’ ‘생활사투리’ ‘패션 7080’ ‘사랑의 카운슬러’ ‘헬스보이’ 등 인기코너를 양산했다. 이 코너들은 단순히 웃음코드만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형식으로든 사회현상을 반영해 리얼리티를 높였다. 코너들는 서로 영향을 미치면서 ‘버전업’돼 나갔다. 도레미트리오→고음불가→뮤지컬→버퍼링스 등으로 음악개그는 가지를 넓혀 나갔다. ‘봉숭아학당’도 따지고 보면 ‘사바나의 아침’이 진화된 형태다.

‘개콘’의 상징인 ‘봉숭아학당’은 황마담(황승완), 연변총각(강성범), 출산드라(김현숙), 옥동자(정종철), 복학생(유세윤), 강유미 기자 등 많은 인기 캐릭터가 활약한 무대다. 오래하다 보니 식상하다는 지적을 받아 폐지됐지만 1년 만에 부활시켜 본래의 인기를 되찾고 있다. 교사 역인 김인식을 제외하면 거의 신인들로 채워져 있는 ‘봉숭아학당’은 신선한 활력소 역할을 해내고 있다. ‘봉숭아학당’은 외계인이나 짐승이 앉아 있어도 어색하지 않은 묘한 코너다.

김석현 PD는 “‘봉숭아학당’은 모두 13명이 참가하지만 혼자서 하는 것 같은 묘한 쾌감을 느낄 수 있는 코너”라면서 “다른 코너에서 구축된 캐릭터를 그대로 가져와서 연장해 활용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고 설명했다.

‘개콘’에는 남녀노소가 좋아할 만한 코너들이 몇 개씩 배치돼 있다. 마니아가 좋아하는 ‘닥터피쉬’, 중년들이 좋아하는 ‘대화가 필요해’, 아이들과 어른 모두 즐기는 ‘달인’ ‘변투어디스’ ‘봉숭아학당’ 등이 골고루 섞여 있다. 14, 15개의 짧은 스탠딩 코너 중 이해가 안 되거나 썰렁한 코너가 있어도 각자의 취향에 따라 자신에게 맞는 코너를 골라내면 된다. 그래서 ‘개콘’은 일요일 밤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다.

‘봉숭아학당’을 제외한 코너들은 시청자 반응에 따라 수명이 정해지고, 아이디어와 내러티브만 좋으면 신인이라도 출연 기회가 보장되는 완벽한 경쟁체제라는 점도 ‘개콘’ 시스템을 견고하면서도 정체되지 않게 한다. 제작진은 녹화 코너 수를 더 늘려 웃기지 않는 코너들은 과감히 편집할 방침이다.

‘개콘’의 성장에는 도제시스템으로 교육받아 위기관리능력을 겸비한 김진홍 CP와 김석현 PD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 최근 ‘개콘’으로 컴백한 김석현 PD는 “대체적으로 유행어 중심으로 움직이는 개그는 인기가 있다 해도 오래 보면 질릴 수 있어서 빨리 내리는 반면 스토리와 연기에 의존한 개그는 오래간다”고 설명했다.

김진홍 CP는 “개그가 캐릭터에 치중하면 처음엔 확 뜨지만 6개월을 넘기기 어렵다”면서 “개그에는 리얼리티가 있어야 생명이 길어지는데 ‘달인’이나 ‘닥터피쉬’는 모두 리얼리티를 갖췄다”고 말했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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