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이 요즘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신기록을 경신하며 화려하게 부활한 비결을 구본무 회장의 경영철학인 ‘고객 인사이트(Consumer Insight)’에서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고객 인사이트’란 고객의 목소리를 듣고 그 숨은 의미를 꿰뚫어 보는 통찰력을 뜻한다. 한발 더 나아가 고객이 스스로 깨닫지 못하는 요구나 가치까지도 발견해 제품에 반영하는 것도 고객 인사이트의 핵심 정신이다.
LG의 고객 인사이트 경영 출발점은 구본무 회장이다. 구 회장은 지난해부터 각종 회의에 참석하거나 현장을 방문하는 자리마다 고객에 대한 통찰력을 강조하고 있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현재와 미래를 아우르는 통찰력으로 고객이 원하는 것 이상을 만들어 내야 하며, 고객조차 인식하지 못했던 획기적인 가치를 만들어 낼 때, 어느새 고객은 LG의 팬이 되어 있을 것”이라고 경영 철학을 밝혔다. 이런 그의 노력으로 LG그룹은 어느새 매출 100조 원, 수출 500억 달러를 향해 달리는 초우량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고객 인사이트가 만든 히트작 ‘뷰티폰’=세계 3위를 넘보는 LG전자 휴대폰의 대표작으로 ‘뷰티폰’을 꼽을 수 있다. 뷰티폰은 터치폰이라는 앞선 기술력과 세련된 디자인으로 고객 인사이트 정신을 가장 충실하게 담고 있는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뷰티폰은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기능 가운데 하나인 카메라폰을 소비자의 시각으로 재해석하고 여기에 새로운 기술들을 접목하여 소비자의 숨은 욕구를 실제 폰에 접목시킨 제품이다.
기존 카메라폰이 단순히 화소 크기 등 기술적으로 사진을 찍는 기능만을 강조 했다면 뷰티폰은 소비자가 궁극적으로 얻고자 하는 ‘보는 즐거움’을 극대화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사진은 보기 위해서 찍는다’는 고객 인사이트 정신을 담은 것이다. 이를 위해 LG전자는 고화질 구현을 위한 다양한 기능을 탑재했으며, 빠르고 편리하게 사진을 공유를 위한 기능도 포함했다. 사진을 찍는 순간의 감성까지 쉽고 편리하게 사진에 기록할 수 있는 ‘포토 에디팅’ 기능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렇게 탄생한 뷰티폰은 지난해 10월 말 출시 이후 지금까지 100만 대가 넘게 팔렸다. 특히 유럽에서는 지난 1월 하루 판매량 1만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LG전자의 PDP TV ‘타임머신 보보스’도 기존 고정관념을 버리고 소비자 눈에서 바라본 ‘고객 인사이트’ 성공작 중 하나다. 그동안 PDP TV는 40인치 이상 대형 제품이라는 암묵적인 인식이 있었다. LG전자는 이 고정관념을 바꾸는데 성공했다. LG전자가 지난해 8월 32인치 PDP TV를 출시했을 때 가전 업계에서는 우려했다. 비슷한 크기의 LCD TV와 가격 차이도 거의 없었고 디자인과 기능 역시 비슷비슷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제품은 3월까지 100만대 이상이 팔렸다. 대형 전용이라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소비자가 원하는 크기의 TV를 만든 결과다.
▶창틀로 러시아의 주거문화를 바꿨다=‘고객 인사이트’는 러시아에서도 빛나고 있다. LG화학의 PVC창호가 러시아 주거문화를 새롭게 바꾸고 있는 것. PVC창호가 보급되면서부터 러시아 가정에서는 겨울바람을 막기 위한 문풍지와 비닐을 씌우는 진풍경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러시아 진출 초기 LG화학은 시장공략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러시아인들이 선호하는 제품은 국내에서 만든 기존 제품과는 상이했다. ‘고객 인사이트’로 이를 바라본 LG화학은 1년여의 연구 끝에 광택이 나는 순수 화이트 제품을 개발하고, 공기유입을 이중삼중으로 방지하는 새로운 장치를 적용해 러시아 시장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품질은 유럽업체가 만든 것 이상을 확보했지만 창호를 가공하여 소비자에게 완제품을 판매하는 가공업체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여기에서 ‘고객 인사이트’ 정신은 다시 한 번 빛을 발했다. 현지 가공업체들이 기존 제조사들의 무성의한 고객관리에 불만이 큰 점을 간파하고 국내 시장에서 30년간 갈고 닦은 탄탄한 협업체계를 러시아에 도입했다.
그 결과 2005년 러시아 창호시장에 도전장을 낸 LG화학은 매년 100%이상의 신장세를 이어가며 PVC창호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최정호 기자(choijh@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