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6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정규 거래 마감 후 전자거래에서 배럴 당 124.61달러까지 상승, 나흘 연속 최고가 행진을 이어갔다.
WTI는 정규 거래에서도 전날 종가에 비해 16센트 오른 배럴 당 123.69달러를 기록, 지난 1983년 원유 선물 거래가 시작된 이후 가장 높은 종가를 나타내면서 닷새 연속 상승했다.
영국 런던 ICE 선물시장의 6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 역시 장중에 배럴 당 123.17달러까지 오르면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시장 전문가들은 유가가 최근 급등세에 대한 부담으로 하락세를 나타내다 장 막판 상승세로 돌아섰다면서 ECB의 금리동결 결정으로 달러 가치가 하락세로 돌아서자 유가가 오름세를 보였다고 전했다.
RGE모니터의 애널리스트인 라첼 짐바는 빠듯한 수급상황과 달러 약세, 불안정한 경제상황 속에서 나타나고 있는 대체투자 수요 등으로 인해 유가가 또다시 상승했다면서 원유가 마치 금융자산처럼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 외환시장에서 유로화에 대한 달러화의 가치는 한때 유로 당 1.5284달러까지 상승했으나 ECB의 금리 동결과 인플레 억제가 최우선 과제라는 장 클로드 트리세 ECB 총재의 발언이 알려지면서 유로 당 1.5421달러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카메론 하노버의 피터 뷔텔은 "강세장이 끝나지 않았다"면서 지난주 유가 하락을 불러올 수 있는 소식들이 전해 졌으나 시장이 이를 무시한 점을 감안할 때 강세 기조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플랫츠의 수석 원유시장 애널리스트인 린다 라필드도 달러화의 가치가 주요 통화에 약세를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 사라지지 않고 있어 유가의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빠듯한 수급상황을 감안하더라도 배럴 당 124달러대의 유가는 정당화될 수 없다면서 투기세력에 의한 유가 급등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WTRG이코노믹스의 제임스 윌리엄스는 과거와 비교할 때 공급이 빠듯한 수준임에는 틀림없지만 이것 만으로는 현재의 유가를 정당화할 수 없다면서 "새로운 최고가는 분명히 투기의 결과"라고 분석했다.
윌리엄스는 얼마 전까지는 달러 약세가 유가 급등의 이유가 될 수 있었지만 달러 가치가 상승세를 보일 때도 유가가 올랐다는 점은 투기의 결과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MF글로벌의 애널리스트인 에드워드 마이어도 최근 급등은 기술적 매매와 투기에 의해 유발되고 있다면서 두 그룹 모두 공급차질에 대한 우려를 바탕으로 유가 상승을 유도하고 있지만 시장의 강세 분위기가 워낙 강해 상승세가 쉽게 꺾이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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