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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운전석에 앉아 자동차 키를 돌리면 ‘부르릉’ 엔진 소리를 들었던 기자에게 도요타 ‘렉서스 RX400h’의 첫 느낌은 당황(?) 그 자체였다. 가솔린 엔진에 전기모터가 결합된 하이브리드 모델을 탄다는 설렘도 잠시. 몇 번이나 키를 돌렸지만 배터리가 방전된 차처럼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오작동을 시켰나 하는 불안감이 엄습할 때쯤 가속페달에 발을 올려놓자 미끄러지듯 움직이면서 반응이 왔다. ‘휴~’ 하는 안도감과 ‘와!’ 하는 감탄이 하이브리드됐다.
RX400h는 도요타가 내놓은 최초의 렉서스 하이브리드 LUV(Luxury Utility Vehicle). 시동을 켜면 전기모터로 구동하기 때문에 엔진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하이브리드차를 처음 몰 때 가장 당황하는 부분이다.
직접 차를 몰고 서울 시내 주행에 나섰다. 저속으로 움직일 때는 마치 엔진을 끈 상태에서 중립기어로 내리막길을 가는 기분이다. 시속이 60㎞ 정도에 이르자 엔진 소리가 귀에 들렸다. 신호등에 걸려 속도를 줄이자 다시 엔진 소리는 사라졌다. 센터페시아 모니터에서 보여주는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의 동력 흐름을 보고서야 차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렉서스 특유의 정숙성까지 더해지면서 마크 레빈슨 오디오를 통해 들리는 음악은 온몸을 감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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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한 도심 구간을 벗어나 반포대교에서 올림픽대로로 차를 올렸다. 제로백(시속 O→100㎞) 7.6초답게 가속페달을 쭉 밟자 다른 차들은 빠르게 뒤로 사라졌다. 가솔린 엔진이 작동하는 60㎞ 전후에서 확실한 가속력이 느껴졌다. 시속 110㎞ 선에서 속도를 줄였지만 고출력의 부드러운 가속감을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올림픽공원 앞 대로를 시속 70㎞로 달리다 신호등 앞에서 약간 강하게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다. 큰 쏠림 없이 조용하게 정지선 앞에 멈춰 섰다. 도요타 특유의 부드러운 가속과 감속의 느낌이 그대로 전해졌다.
RX400h의 가장 큰 장점은 연비와 친환경이다. 공인 연비는 ℓ당 12.9㎞. 일반 소형차와 비슷하다. 배기량이 3300㏄라는 점을 감안하면 높은 수준이다. 전기모터로 자체 충전을 통해 움직이다 보니 저속 주행의 도심 운전이 많을 경우 실제 연비는 더욱 높다는 게 도요타 측 설명이다.
고속도로보다 도심 주행이 많은 전문직이나 자영업자, 그리고 환경을 생각하는 오피니언 리더들에게는 적합한 차라는 느낌이 들었다. 같은 급의 휘발유 차량인 RX350에 비해 가격이 1000만원 정도 비싼 8000만원인 게 다소 부담스런 부분이다.
권남근 기자(happyday@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