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국회에서 열린 통일외교통상위의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청문회에서는 미국산 쇠고기 졸속 협상과 동물성 사료금지 완화조치를 담은 미국 연방관보 오역(誤譯) 논란이 쟁점으로 부상했다.
통합민주당은 정부가 오역 등 무능을 드러내 검역주권을 내주는 등 쇠고기 협상에서 국민을 속였기 때문에 관련자 문책과 함께 재협상을 통해 입법예고를 다시 해야 한다며 정부 여당을 압박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정부의 안일한 대처로 쇠고기 사태가 커진 측면이 있다면서도 OIE(국제수역기구) 규정 변경에 따라 미국산 쇠고기 수입 조건도 바뀌었다는 기존 주장을 반복하면서 더 이상 이 문제를 정략화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민주당 김종률 의원은 미리 배포한 질의서에서 "쇠고기 협상 직전인 4월11일만 해도 정부는 동물성 사료조치 강화없인 30개월 이상 쇠고기는 수입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한미정상회담 직전 이명박 대통령 주재의 심야회의 직후 타결됐다"며 "정상회담용 조공, 검역주권을 팔아먹은 쇠고기 협상 주역들이 매국노 이완용과 다를게 뭐냐"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정부가 공표한 `강화된 동물성 사료금지 조처'와 다르게 미국은 오히려 불합격한 광우병 소도 뇌와 척수를 제거하지 않고도 동물성 사료로 사용할 수 있는 대폭 완화된 사료금지 조처를 취했다"며 "완전히 국민을 속인 것"이라며 재협상을 촉구했다.
같은당 최 성 의원은 "사대주의 노선으로 굴욕적인 광우병 쇠고기 협상과 미국의 외교부장관으로 착각할 만큼 무책임하고 무대책으로 일관한 한미 FTA 졸속 비준동의 집착 등의 책임을 물어 외교장관은 사퇴하라"고 했다.
그는 특히 "한미 FTA 역시 농업생명공학 양해서 2항을 보면 유전자변형생물체에 대해 믿을만한 과학적 위험의 근거를 미국에 확신시키지 못하면 한국은 자체적인 위해성 평가는 물론 수입도 거부할 수 없게 돼 있다"며 "쇠고기 뿐 아니라 한미 FTA도 숭미사대주의에 빠져 졸속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창일 의원은 "광우병 의심소 사료화 금지조치와 관련, 미국 관보와 정부 설명이 다른데 대한 착오와 기망이 있었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시행중인 입법예고는 본질적인 내용을 알리지 않아 중대하고 명백한 하자가 있어 무효이기 때문에 미측 조치의 정확한 내용을 공개하고 입법예고를 다시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박 진 의원은 "미국의 쇠고기 생산, 도축, 유통, 소비실태 등에 대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못해 논란을 야기한 정부는 깊이 반성해야한다"면서도 "협상조건을 바꿔 굴욕협상을 했다는 건 사실과 다르다"고 옹호했다.
박 의원은 "미국이 OIE로부터 `광우병위험 통제국가'로 판정받았기 때문에 수입조건도 OIE 조건에 맞게 바뀌는 등 국제기준에 따른 것일뿐 우리가 조건을 포기하거나 굴욕협상을 한 건 아니다"며 "또 미국에서 소비되는 초이스, 셀렉트급은 수출용으로도 소비되고 있는데도 많은 국민이 수입 쇠고기와 미국인들이 먹는 쇠고기가 다른 것으로 잘못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당 고흥길 의원은 "야당은 지나치게 과장되고 선동적인 어휘들로 국민 불안을 가중하거나 정략적으로 쇠고기 문제를 이용하면 안된다"며 "이젠 국민에 대한 먹거리 신뢰를 회복하고 철저하게 관리 검증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통외통위 한나라당 간사인 진영 의원은 "민주당은 추진해오던 한미 FTA 비준을 연기하다 쇠고기 문제가 나오니까 못하겠다고 빠지고 있는데 이것만 봐도 정략적"이라며 "민주당 사.보임된 의원이 6명인데, 이는 몸으로 막으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