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과 어떻게 함께 할 수 있는지 고민합니다. 연기 뿐 아니라 음악, 패션 등 전반에 걸쳐 제가 젊은이들과 함께 얼마나 오랫동안 호흡할 수 있는지의 문제입니다." (차승원)
배우 한석규(44)와 차승원(39)이 2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곽경택 감독의 액션 스릴러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이하 '눈눈이이') 쇼케이스에서 저마다 독특한 연기론을 펼쳤다.
'눈눈이이'에서 한석규는 머리카락을 하얗게 탈색하고 독한 표정으로 욕설을 내뱉는 백 반장 캐릭터를 만들어냈고, 차승원은 카리스마 넘치는 걸음걸이와 말투로 지능범 안현민이라는 악역을 소화했다.
곽 감독은 쇼케이스에서 한석규의 연기를 설명하면서 "한석규는 연기의 에너지가 우울증에서 나온다고 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한석규는 자신은 내면으로 파고들어가는 스타일이어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털어놨다.
"배우는 외적인 타입과 내적인 타입의 두 부류로 나뉩니다. 내적인 타입의 배우는 평소에는 자신의 그런 모습을 싫어해요. 저 역시 그렇고 그 스트레스를 연기로 푸는 겁니다. 저는 무의식적으로 연기를 합니다. 이제는 의식적으로 컨트롤하는 연기를 하고 싶어요."
한석규는 어느덧 40대가 됐고 아이들의 아버지가 됐다. 그는 30대에 했던 연기는 '스스로 봐도 애를 많이 쓰는 연기'였고 40대 이후의 연기는 '하나의 관객으로 봤을 때 나쁘지 않는 연기'라고 자평했다.
"이제 조금 괜찮아졌다 싶어요(웃음). 남자 배우는 40대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좋은 나이죠. '미스터 주부 퀴즈왕' 때 아이들을 현장에 데려가서 보여준 적이 있습니다. 제 아이들 중에 한 명은 배우라는 직업을 가졌으면 합니다. 인생을 걸어볼 만한 일이라고 생각하니까요."
차승원은 함께 연기한 한석규에 대해 '당대 최고의 배우'라고 치켜세우면서 경쟁심보다는 책임감을 더 많이 느꼈다고 강조했다.
"저는 늘 연기를 잘하는 배우들과 함께 해왔어요. 좋은 배우와 함께하면 내가 굳이 무엇을 하려고 하지 않아도 잘 어우러질 것이라는 믿음이 생깁니다. 예전에는 '저 사람을 이겨야지, 일단 나만 멋있으면 되지'란 마음이 있었죠. 하지만 요새는 '어우러져야지, 영화가 좋아야지' 하는 마음입니다. 내가 버려야 할 것들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게 된 나이가 된 겁니다."
차승원은 "완성된 영화는 보지 못했지만 포스터만 봐도 그렇고,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보였다. 곽 감독 역시 차승원을 어떤 앵글로 잡아도 멋지게 나왔다고 칭찬했다.
"장동건씨와도 일해 봤으면서 괜히 그러시는 거죠(웃음) 관객이 암암리에 보여주는 믿음이 배우에게는 굉장히 중요해요. 제 생각에는 이제까지 잘 버텨온 것 같고, 이번에는 좀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었죠. 내가 재미있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하게 됐습니다.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부끄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차승원은 연기론에 대한 질문에 처음에는 "실은 잘 모르겠다"고 했지만 곧 소신있는 대답을 내놨다.
"한석규씨는 연기를 하는 게 행복하다고 말씀하시죠. 저에게는 연기 자체보다 지금 시대를 살고 있는 젊은이들과 얼마나 같이 가고 있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내년이면 제 나이가 마흔입니다. 연예계에 몸을 담은 지 20년이죠. 하지만 나이와 경력으로 밀어붙이는 사람은 되지 않았으면 해요. 오로지 내가 가지고 있는 소양으로 대화하고 싶습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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