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 최근 라 회장이 '영포회'의 비호를 받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가운데 금융당국이 뒤늦게 라 회장에 대해 조사를 벌이겠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앞으로의 추이가 주목된다. 검찰에서 이미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던 사안에 대해 금융당국이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에 따라 금융계는 물론, 정치권까지 파장이 확대될 수 있어 관계자들이 긴장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12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금융위원회와 협의를 통해 검찰과 법무부 등 관계기관에 자료를 요청하겠다”며 “자료가 확보되는 대로 라 회장의 실명법 위반여부를 검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감원, 라응찬 회장 늦장 조사 의혹
라 회장은 2007년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 50억원을 전달한 것과 관련 이 돈이 라 회장 개인 계좌가 아닌 타인의 계좌에서 인출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으나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라 회장에 대한 조사방침을 밝힌 금감원의 조영제 일반은행서비스국장은 "감독당국은 금융실명법상 요건에 맞는 구체적인 정보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조사하지 못한 것"이라며 "검찰이 라 회장에 대해 내사종결을 하면서 관련 자료를 국세청에 통보했지만 금융당국에는 통보하지 않았다"고 일차적인 책임을 검찰에 돌렸다.
조 국장은 지금까지 검찰에 자료를 요청하지 않은 데 대해 "검찰이 자체적으로 검토한 사안에 대해 금감원이 자료를 요청할 입장이 아니었다"며 "감독당국이 금융실명거래 위반행위 조사를 위해 금융기관에 금융거래정보를 요구할 경우 계좌 명의인의 인적사항, 거래기간, 사용목적 등이 포함된 표준양식을 작성해 특정점포에 이를 요구하여야 하며 이를 어길시 형사처벌을 받도록 되어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조 국장은 구체적인 조사일정에 대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일단 관계기관에서 자료를 받으면 검토해 의혹이 있으면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혀 실제 조사를 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정치권 "라 회장 봐주기" 비난..금감원 "사실무근" 진땀
금융당국과 검찰의 라 회장 '봐주기' 논란은 지난 4월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이 국회에서 처음으로 제기하며 수면위로 떠올랐다. 주 의원은 당시 "이귀남 법무부 장관이 라 회장의 금융실명법 위반 사실을 확인했음에도 이를 조사하지 않은 것은 정권의 비호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며 "정권의 실세와 금융위·금감원의 핵심 세력이 불법 사실을 덮은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또한 지난 7월 9일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도 최근 모 방송의 시사프로그램에서 국무총리실 주도 하에 불법 민간사찰을 했다고 고발하며서 불거진 영포회 논란과 관련해 라 회장 역시 '영포회'의 비호를 받고 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박 원내대표는 "신한금융 라응찬 회장의 50억 문제도 실명거래법 위반을 하고 있는데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고 있다"며 "이 역시 영포라인의 실세가 비호세력으로 있기 때문에 김종창 금감원장이 조사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금감원을 질타했다.
정치권의 비호세력설과 관련해 금감원 측은 "금감원장과 이번 사건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며 의혹을 일축했다.
라 회장 실명법 위반 의혹에 대해 신한금융 관계자는 "금감원에서 조사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그 결과를 지켜볼 뿐 현재로선 공식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라 회장과 영포회 등 정권 실세 개입설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는 가운데 '직무유기' 의혹을 받고 있는 금감원이 어떤 결과물을 내올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만약, 이번에도 조사가 흐지부지될 경우 금융당국은 더 큰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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