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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중공업 희망버스는 '희망'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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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중공업 희망버스는 '희망'이 있나?
  • 윤주애 기자 tree@csnews.co.kr
  • 승인 2011.07.12 0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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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버스는 '희망'을 향해 한 발자국씩 나아간다고 했지만  기자가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2차 집회 현장에서 느꼈던 것은 패배감과 무기력함이었다.

9일 오후 2차 희망의 버스를 타고 왔거나 개별적으로 부산역 광장에 모인 인파는 1만명에 달했다. 그러나 도로를 점거하고 3.6km를 행진하면서 약 3천명이 새어나갔다. 영도다리를 건너 경찰의 저지선에 막혀 더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최루탄을 섞은 물폭탄이 연거푸 떨어지자 시민 다수가 뒷걸음질 쳤다. 밤샘농성이 이어지면서 이튿날 오후에는 불과 1천여명 남짓이 자리를 지켰다.

도로점거 행진을 하면서 부산시민들이 보내준 응원이 무색해졌다. 일부 항의하는 이들을 제외하고는 "많이 시끄럽고 불편하시죠?"라는 물음에 "이렇게라도 해야 (구조조정 사태가) 해결되지, 안그러면 안돼" "얼른 원만하게 해결됐으면 좋겠다" "집이 (영도)이쪽 방향이라 함께 가자"는 응원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집회 현장은 시위대와 함께 희망의 버스를 나눠 타고 부산으로 내려오면서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달랐다.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를 코 앞에 두고 시위대는 경찰과 대치했다. 시민들은 "구조조정 철회" "김진숙을 만나고 싶다"를 외쳤다. 선두에서 경찰과 몸싸움이 벌어지면서 집회는 예상했던 대로 더이상 평화롭지 않았다.

방패와 헬멧으로 온몸을 감싼 전경이 곤봉을 내려치고 급기야 최루탄을 섞은 물이 경찰의 저지선을 뚫으려는 사람에게 분사되자, 흥분한 사람들이 경찰을 향해 돌을 던지고 몸싸움이 격렬해졌다.


그러나 맹렬하게 저항하는 시위대는 소수였다. 수차례 최루액을 맞은 사람이 지쳐 나가떨어지면서 아직 선두에 나서지 않은 남자들에게 앞으로 나와달라고 절규했으나 호응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선두에서 불과 10m 뒤켠에서는 여유롭게 담배를 피우며 담소를 나누는 이들이 많았다. 농성장 외곽에는 아예 자리를 깔고 소주와 맥주, 고기를 먹으며 웃음꽃을 피우기도 했다.


부산까지 달려온 이들의 의도가 무엇이었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었다. 선두에서의 몸싸움이 두렵고 무서웠더라도 소주파티를 벌일 만큼 한가한 자리는 아니지 않았을까?

이번 행사는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의 희망버스 기획단이 주관했다. 말 그대로 '비정규직 없는 세상'에 시민들이 공감했기에 전국에서 1만여명이 찾아온 것이다. 

실제로 집회 참여자들의 선두에는 피 끓는 20~30대 젊은층이 몰려 있었다. 이들 중 절반 이상이 여성들이었고, 노동자 혹은 구직자들이었다. "한진중공업의 구조조정이 남의 일이 아니다" "김진숙을 구해내자"는 명분이었지만 완전무장한 경찰부대 앞에서는 무기력한 군중에 지나지 않았다.

일부 참여자들은 "도대체 주최측은 뭘하는 것이냐. 경찰이 차벽을 쌓을 동안 행진을 멈춰 시간을 벌어주질 않나. 비무장 시민들이 7천여 경찰벽을 정면돌파로 뚫는게 가당키나 하냐" "주최측은 수천명을 모아놓고 오합지졸처럼 이게 뭐냐. 이런 투쟁에 참여해본 적도 없는 일반 시민들을 방패막이로 이용하는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최루액을 맞아가며 벽돌과 모래주머니를 쌓아 차벽을 돌파하려 했지만 번번히 무산됐다. 패배감이 확산되면서 주최측이 말하는 '투쟁'에 대해 무감각해진 이들이 늘어났다. 최루액을 맞고 뒤켠으로 나왔다가 술을 마시며 자리에 앉아 있는 이들을 보고 실망해 농성장을 떠나는 이들도 있었다.

이번 집회로 수많은 사람들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희망버스가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해주지 않을까 기대했던 기자는 벽 앞에서 무력한 내 자신을 보고 온 것 같아 뒷맛이 씁쓸하다. 한 달 안으로 3차 희망의 버스가 떠날 계획이다. 기획단과 참가자들 모두 이번 집회에서 차벽, 그 이상을 넘지 못한 이유를 짚어봐야 할 때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윤주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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