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긴 장마기간으로 습도까지 더해져 불쾌지수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견딜수없는 소음을 내거나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는 에어컨 등으로인한 피해들이 속출하면서 소비자들의 체온을 더욱 높이고 있다.
에어컨에서 공사장 수준의 소음이 발생하는 탓에 고통을 호소해도 관련 규정이 없다며 책임을 회피하거나 반복적인 수리에도 뜨거운 바람이 나오는 불량을 개선하지 못해 소비자들만 불편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
이 밖에도 ▲ 냉매 가스 유출로 냉방 기능이 되지 않거나 ▲ 실외기 배관 불량 ▲ AS처리 지연 등 다양한 사례로 불만이 접수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에어컨 구매 당시에는 그렇게 친절하던 업체들이 막상 문제 생기면 소비자 과실을 탓하거나 AS를 지연해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한탄했다.
하지만 이같은 문제를 업체 측에 호소해 봐도 환불이나 교환 등의 적절한 보상은 커녕 까다로운 규정에 막혀 수리를 받는 것도 쉽지 않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제품 구입 후 10일 이내에 정상적인 사용 상태에서 발생한 성능·기능상의 하자로 수리가 필요한 경우 교환 또는 구입가 환급이 가능하고, 품질보증기간인 2년 이내에는 무상수리가 가능하다.
◆ LG전자, 심각한 '소음' 무시하고 엉뚱한 수리만 반복
18일 서울 송파구 오금동에 거주하는 이 모(남.37세)씨는 지난 6월 구매한 에어컨의 소음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호소했다.
문제가 된 제품은 60만 원대의 LG전자 휘센 에어컨(LW-C062PEW). 이 씨는 에어컨의 소음이 너무 커 즉시 업체로 민원을 제기했지만 방문한 AS기사마다 ‘이 정도는 정상’이라며 돌아갔다.
측정된 소음은 68dB. 이는 환경피해 인정 기준에 해당하는 수치. 최근 아파트 신축공사장 주변거주지에서 측정한 소음이 68dB를 넘어 거주자들이 피해보상을 받은 사례가 있다.
이 씨는 “에어컨 하나 잘못 들여 놔 골치가 아프다”며 “구매당시엔 ‘저소음’을 장점으로 내세워 광고하더니 팔고 나면 측정 소음 수치는 무시한 채 나 몰라라하는 업체의 태도가 기가 찬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LG전자 관계자는 “법적으로 소음에 관한 명확한 규제기준이 없고 내부적으로도 소음에 관한 최대치를 정해놓지 않았다”며 “에어컨 업계의 다른 업체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 부천시 소사구 거주 이 모(여.36세)씨 역시 LG전자의 에어컨을 사용했다 낭패를 봤다며 무성의한 AS실태에 문제점을 제기했다.
2008년부터 LG전자 휘센 (LP-C125MSAR)을 사용해왔다는 이 씨는 “매년 반복되는 고장에 사용한 날보다 수리한 기간이 더 많다”며 억울함을 전했다. 수리를 맡길 때 마다 엉뚱한 것을 고쳐놔 매년 ‘이전 기사가 잘 못 고쳤다’라는 무성의한 답변을 받았다는 이 씨.
이 씨는 “수리를 맡기면 더 엉망이 돼 오는 에어컨에 이제 지쳤다”며 “LG전자 제품을 유독 많이 써왔었는데 너무 실망”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LG전자 관계자는 “재방문해 고장원인을 파악 후 완벽히 조치해 드릴 것”을 약속했다.
◆ 삼성전자, 검수 없이 판매하고 오작된 발견되자 '사전점검'?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연지동에 거주하는 조 모(남.31세)는 지난 6월 초순 롯데백화점에서 삼성전자 하우젠(AF-HD182TLGE)을 300만 원 가량에 구매했다.
며칠 후 배달된 제품을 개봉해본 조 씨는 깜짝 놀랐다. 에어컨 바람통로 부분이 기름때와 먼지로 더럽혀져 있어 도저히 새 제품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상태였던 것.
업체 측의 즉각적인 사과 및 교환처리로 일단락되는가 싶었지만 교환받은 제품은 엉뚱한 모델의 제품이 배송된 데다 청결 상태 역시 여전히 불량이었다.
조 씨는 “300만 원이나 주고 산 에어컨이 너무 더러워서 처음에는 전시품을 잘못 배송한 게 아닌가 싶었다”며 “설치기사 말로는 원래 저렇게 출고 된다는데 기업의 얼굴인 제품이 이렇게 엉망인 상태로 출고된다는 게 도저히 믿을 수 없다”라며 불쾌한 심경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문제가 된 제품은 기존의 것과는 달리 바람통로 부분이 개방형으로 제작돼 제품의 특성상 기름때나 먼지 등에 노출되기가 쉬워 포장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빠른 해결을 약속했다.
광주 광산구 송정동 거주 나 모(남.30세)씨 역시 황당한 경험을 했다.나 씨에 말에 따르면 지난 3월 삼성전자 하우젠 (AF-HA152DHAC)을 200만 원대에 구매했는데 약속도 없이 삼성전자 기사가 방문해 제품 점검을 하고 갔다고 한다.
별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않아 기사는 곧 바로 돌아갔지만 최근 더워진 날씨에 에어컨을 사용하자 전원이 자동으로 꺼지고 실외기가 가동되지 않았다. 지난 4일 나 씨가 사용하는 제품과 동일한 모델에 오작동이 현상이 발견돼 전면적인 사전 점검 서비스에 나선다고 발표한 사실을 확인하자 기가 막혔다.
나 씨는 “제품에 문제가 있는 것을 알고 미리 방문해 에어컨을 보고 간 것 같아 찜찜하다”며 “리콜사태를 막기 위해 그런 것이 아니냐” 고 전했다.
이에 삼성전자 관계자는 “통상적인 점검서비스 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 캐리어, "뜨거운 바람 나온 건 모두 고객 탓”
서울 강동구 성내동에 사는 구 모(남. 47세)씨에 따르면 그는 지난 2009년 캐리어 스탠드형 에어컨(CP-A151VNA)을 구입했다 3년째 속앓이를 했다고 한다.
에어컨을 아무리 오래 켜 두어도 뜨거운 바람만 계속해서 나왔고 수리를 10번 이상했지만 소용이 없었다는 게 구 씨의 설명.
구 씨는 “에어컨을 구입하고 3년 동안 제대로 사용해본 횟수는 손에 꼽을 지경”이라며 “유명 에어컨 전문기업에서 만든 제품이 이 지경이라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는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에 대해 캐리어 관계자는 “구 씨가 정식 AS센터가 아닌 일반 냉동업자에게 설치 및 점검 서비스를 받아 지속적으로 문제가 생긴 것”이라며 “제조물 책임법에도 설치불량과 제품불량이 구분돼 있는 만큼 구 씨에게 제품 자체의 환불이나 교환해줄 책임은 없다”고 전했다.
하지만 업체의 이러한 설명에 구 씨는“캐리어 전국 AS 센터에 연락을 취해 파견된 기사에게서 지금까지 10차례 이상 수리를 받아 온 것”이라며 “업체 측이 교환이나 환불을 피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펄쩍 뛰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박신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