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정액이 노란색으로 나온다고 걱정을 하시는 분들이 있다. 특히 평소에 괜찮다가 정액이 갑자기 노란색으로 나오는 것을 확인하고 오시는 분들이 더 걱정을 하시는 경향이 강하다.
사실 진료를 보다 보면 이런 분들이 가장 힘들다. 정답을 말하자면 정상일 소견이 다분한데, 환자는 혹시 병이지 않을까 의심스러운 상황이고, 의사가 정상이라고 말을 해도 잘 믿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는 간혹 의사가 이상하다는 분도 있다.
혹시 내가 잘 모르는 질환이 있을까 싶어 비뇨기과교과서와 수많은 논문 등을 그동안 좀 찾아봤는데, 이에 대한 내용은 전혀 없었다.
즉 한마디로 말하자면, 정액은 원래 흰색이나 회색이긴 하지만, 정상에서도 노란색으로 있을 수 있다.
근데 이렇게만 말하자면 블로그 글에서도 너무 짧아서 신빙성이 없어지고, 또한 진료를 볼때도 돌팔이로 치부되기 십상이다. 그래서 좀 더 부연설명을 하자면 다음과 같다.
원래 정액에서 정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얼마 안된다. 많아야 5%이내 정도다. 나머지 1/3은 전립선액이고 2/3는 정낭액이다.
정액의 정상적인 생깔은 흰색이나 회색이 정답이긴 하지만, 노란색도 이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지극히 정상적인 색깔이다.
즉 노란색이 될 수 있는 가능성으로는 사정의 빈도, 음식(주로 비타민), 스트레스 상황같은 신체변화 등에 의해서 충분히 노란색이 될 수 있고, 일정기간 지속될 수도 있다.
물론 아주 심한 전립선염이 있거나, 임질의 경우에도 정액이 노란색이 있을 수 있지만, 이 질환으로 정액이 노란색이 되려고 하면 전립선염이나 임질 고유의 증세가 무척 심해야 한다.진료실에서 이런 환자들이 오면 검사도 하지만, 자세한 설명을 주로 한다. 간혹 이 것으로 만족시키기 어려운 분들이 있다. 이런 경우 내 비장의 무기는 따로 있다.
전립선초음파를 하는 경우 정낭의 상태를 보면 환자분이 사정을 언제 했는지 짐작을 할 수 있다. 전립선초음파를 하면서 간혹 한마디 던진다.
"혹시 마지막으로 사정을 하신지가...OO전이죠?"
경험적으로 대부분 비슷하기 때문에, 이렇게 하면 나의 돌팔이에 대한 이미지도 벗어날 수 있다. 물론 아닌 경우도 간혹 있을 수 있다.
간혹 생각하는 것인데, 미국 드라마 CSI에 나오는 정액탐지기가 무척 탐났다. 이것으로 좀 더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마지막으로 항상 언급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노란색 정액이 일정기간 지속된다면 의사의 진찰을 받아 정상이라는 판정을 받아야 함은 물론이다.
도움말=어비뇨기과 두진경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