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 카드 납부를 놓고 소비자들의 불만이 수년째 지속되고 있지만 국내 25개 생명보험사 가운데 9곳은 여전히 신용카드로 보험료를 납부할 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보장성보험과 저축성보험을 가리지 않고 카드납부가 모두 가능한 생보사는 단 3곳에 불과했다.
17일 생명보험협회 공시자료에 따르면 국내 25개 생보사 가운데 보험료 카드결제가 가능한 곳은 삼성생명(대표 김창수), 흥국생명(대표 김주윤), 신한생명(대표 이병찬), 현대라이프생명(대표 이주혁) 등 16개로 나타났다.
16개 생보사 중에서도 모든 보험상품을 카드로 결제할 수 있는 곳은 KB생명(대표 신용길)과 메트라이프생명(대표 데미언 그린), 처브라이프생명(대표 이영호), BNP파리바카디프생명(대표 쟝 크리스토프 다베스) 3개 뿐이고 나머지는 상품별로 제한을 두고 있다.
현대라이프생명은 저축성보험의 경우, TM채널과 온라인채널에 한해 가능하며 2회차(계속보험료)부터는 카드납이 불가하다. 메트라이프생명의 경우 DM채널에 한해 카드 이체가 가능하다.
NH농협생명(대표 김용복), 동부생명(대표 이태운), 미래에셋생명(대표 하만덕) 등 11개 보험사는 보장성보험에 한해 카드 결제가 가능했다. AIA생명(대표 차태진)은 지난 8월 저축성보험에 대한 카드납 서비스를 중단해 보장성보험만 카드 결제가 가능하다. 동양생명(대표 구한서)과 라이나생명(대표 홍봉성), DGB생명(대표 오익환)은 변액보험을 제외한 보장성보험에 한해 카드납 서비스를 제공하며 삼성생명과 신한생명 역시 종신보험 제외나 특정 카드에 따른 별도의 단서 조항이 붙었다.

KDB생명은 올해 4월부터 점진적으로 카드납 서비스를 축소해 8월 말부로 서비스를 중단했다.
보장성 보험에 한해 카드이체를 수용하고 있는 동부생명의 경우 오는 12월부터 신규가입하는 고객 대상으로는 서비스를 중단할 방침이다. 다만 TM채널에 한해 카드 납부가 가능할 예정이다.
◆ '카드납 공시' 이행 후 되레 서비스 중단 늘어나
금융감독원이 지난 7월 생명보험협회 공시를 통해 보험사의 신용카드 납입제도 운영현황을 공개하도록 하면서 카드납 가능한 상품군 축소 및 수납방법 변경 등 보험사 카드납 서비스 중단이 이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보험료 납부시 현금결제와 카드결제 선택이 오히려 자유로운 편이었다. 고객이 사정이 여의치 않아 한달치 보험료만 카드결제가 하고 싶을 경우 콜센터를 통해 수납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권고로 카드납 관련 공시가 이행되면서 현재 생보사들은 카드결제 선택시 최초 1회 등록 후 자동이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매월 승인요청을 하는 방식은 선택할 수 없다.
중소형 생보사 관계자는 “카드결제시 발생하는 수수료는 보험사의 몫이다. 기존에는 고객의 편의를 위해 보험료 결제수단을 유연하게 운영해왔으나 투명성이라는 명목하에 공시를 하게 되면서 이 부분이 막혀버렸다”고 설명했다.
또한 현재 장기화되는 저금리 기조 역시 카드납 서비스 축소 요인으로 작용한다.
카드결제시 발생하는 수수료를 보험사가 카드사에 제공해야 하는데 저금리·저성장 기조가 계속됨에 따라 수수료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저축성보험은 가입자에게 원금 이상을 제공해야하는 만큼 카드 수수료까지 부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보험사는 카드사에 2%대 수수료를 제공하고 있다. 수수료에 대한 보험사와 카드사의 의견차는 좁혀지지 않는 상태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정다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