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날로 커지면서 일산화탄소와 유해가스를 발생시키지 않는 전기레인지가 주목받고 있다. 그중 안전하고 발열이 빠른 인덕션이 특히 인기다.
하지만 인덕션 사용시 원하는 만큼의 최대 화력을 내기 위해 전기공사가 필요할 수 있어 제품 구입 전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서울 은평구 진관동에 사는 박 모(여)씨도 최근 인덕션을 구매했다 예상치 못한 전기공사로 낭패를 겪었다.
인터넷몰에서 본 제품이 마음에 들어 판매점에다 전화를 걸어 품명을 말하고 해당 모델을 구매했다는 박 씨. 설치 후 화력이 약해 음식을 조리하는게 쉽지 않자 제조업체 측에 문의하자 "전기공사를 진행해야만 최고 화력으로 사용이 가능하다"는 뜻밖의 답변이 돌아왔다. 구매 시 판매점에선 관련한 어떤 안내도 받지 못했다고.
별 수 없이 전기기사를 불렀는데 간단한 작업이 아닌 큰 공사였다. 가정집에서 인덕션의 화력을 6.6kW까지 쓰려면 전기선부터 두꺼운 것으로 바꿔야 했다. 벽과 문까지 다 뜯어내는 등 공사범위는 점점 커졌고 전기공사 진행비만 40만 원가량 청구됐다. 벽지값과 인건비는 정확히 정산조차 안된 상태.
제조사 측은 판매자와 논의하라고 책임을 미뤘고 판매자는 전기공사를 진행해야 하는지 몰랐다고 난색을 보였다.
박 씨는 "주방기구 하나 바꾼다는 가벼운 생각으로 시작한 일이 이렇게 예상치 못한 전기공사까지 할 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대체 이 책임을 어디에다 물어야 하느냐"며 하소연했다.

인덕션은 자체 열을 내는 방식이 아닌 기기 내에서 발생한 자기장을 이용해 전기유도물질로 만들어진 용기와 반응시켜 열을 만들어내는 제품이다. 전용 용기가 있어야 하는 제약이 있지만 직접 가열 방식이 아니므로 유해가스가 발생하지 않고 화재나 화상의 위험에서 비교적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다.
일반적으로 전기배선은 2.5mm 전선을 사용하므로 하나의 차단기에 5kW 정도의 전기 부하를 걸어도 별문제는 없다. 하지만 박 씨의 사례처럼 6kW 이상의 전기부하는 일반적인 전기배선이 감당하지 못한다.
더욱이 주방에서 사용하는 인덕션의 경우 전기 부하를 주는 많은 제품들과 함께 사용해야 해 부담이 더 커진다. 냉장고, 김치냉장고, 전자레인지, 전기밥솥과 함께 인덕션까지 더해지면 배선에 과전류가 흐르게 된다.
최근에는 주방 전기설계를 할 때 인덕션 등 기타 가전제품 사용을 감안해 충분한 굵기로 배선을 하고 차단기 분배도 감안하지만 과거에 건축된 아파트인 경우 배선이 약해 전류 부하가 큰 인덕션 설치 시 무리가 따를 수 있다. 이 경우 배선 전체를 교체하는 것은 물론 각세대 인입선 굵기도 보강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전기공사 수리비는 소비자 부담으로 제조사의 책임은 없다. 또한 판매자가 사전에 이와 관련한 안내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수리비 보상을 청구할 수도 없다. 최대 화력을 내기 위해 전기공사가 필요하다는 내용은 판매자가 꼭 해야 할 고지의무 사항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전업체 관계자는 "인덕션 구매시 상황에 따라 전기공사가 필요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판매자의 선택이며 제조사는 이에 대한 책임이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인덕션 구매 시 소비자는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이 어느 정도까지 전기부하를 견딜 수 있게 설계돼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며, 5kW 이하의 인덕션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안전하다.
아울러 제조사와 판매자들도 규정을 떠나 제품 사용에 꼭 필요한 정보는 사전에 안내하도록 하는 자체 시스템 보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국헌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