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데이터 분석,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해 기존 보험산업을 혁신하는 '인슈어테크'가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국내 보험시장의 대응이 늦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해외 주요 보험사들은 이미 인슈어테크를 보험 가입, 인수 및 심사 등 전 과정에 적용하고 투자 금액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응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다만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소비자 피해 문제도 보완해야하는 숙제도 남았다.
28일 생명보험협회와 보험연구원은 '4차 산업혁명과 인슈어테크 활용'을 주제로 국제 세미나를 개최했다.
먼저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과 같은 기술의 발달이 보험 산업에 적극적으로 유입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인슈어테크 관련 스타트업 Series A 투자는 2011년 7천5백만 달러에서 2016년 5억천만 달러로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을 정도다.
특히 사물인터넷은 보험계약자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거나 관리할 수 있게 하므로 위험 분석보다 위험 자체를 줄이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어 사물인터넷을 단순히 빅데이터를 수집해 보험가격 결정에만 활용하는 것이 보험계약들의 손실에 대한 보상에서 위험을 관리해주는 것으로 사업의 개념이 바귈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박소정 서울대 교수는 "사물인터넷, 블록체인, P2P 등의 개념을 종합해 보면 보험 가치 사슬에 큰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면서 "기존의 보험사들이 인슈어테크를 이해하고 산업 변화를 선도해 나가지 않는다면 완전히 다른 생태계의 가치사슬에서 자리 잡지 못하고 급격한 쇠퇴의 길을 걸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후코쿠 생명은 인원 감축 및 업무 프로세스 개선에 중점을 두고 보험금 청구 직원을 대신해 병원 기록과 복용 의약품 등의 관련 정보의 분석을 통해 정보의 실수 없이 보험금 지급 사정시에 활용할 수 있도록 AI를 도입했다. 하지만 AI는 도구 및 수단으로써 활용해 사람만이 진행할 수 있는 일정 영역과 AI의 정확성을 조합해야 비로소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것.
하타 타카시 일본 후코쿠생명 보험금부장은 "향후 AI의 활용으로 효율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하는 부문이 많을 것으로 예측되기에 보험 전반에 대한 접근 방향에서 AI를 전제한 업무・상품 설계가 동반돼야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국내 보험산업의 제도적 보완의 목소리도 나왔다. 대부분의 보험회사들은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새로운 금융환경 변화를 인식하고 있으나 이용 대비 수익관점에서 불확실성이 커 아직까지 새로운 사업모형을 확립해 확장하는 회사는 거의 없고 경영자의 의지 및 준비기간의 차이에 따라 대응단계가 다르다는 것이다.
황인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제부터라도 인슈어테므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본격화해 구체적인 정책 개선 방향을 설정하고 보험규제와 관련해 보험업 인가, 보험회사 업무범위, 데이터 활용 및 보호, 상품 및 요율 체계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면서 "보험회사들도 고유 핵심역량을 파악하고 ICT 기술 접목 능력을 제고해 새로운 사업모형 확립·확장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수창 생명보험협회장은 "보험은 각종 위험율과 사고율, 경험생명표 등 다양한 데이터와 통계, 확률을 과학적으로 시스템화한 산업으로 4차 산업혁명의 한 축인 빅데이터 산업의 원조"라면서 "4차 산업혁명은 생보업계의 위기를 극복하고 중흥으로 이끌 수 있는 새로운 르네상스의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한기정 보험연구원장은 "보험회사들이 산업변화를 적극적으로 주도해 나가지 않는다면 새로운 산업 생태계에서 급격한 쇠퇴의 길을 걸을 수 있고 보험산업의 구조변화 속에서 의도하지 않게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경영 및 정책 대응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진복 국회 정무위원장도 "4차 산업혁명의 도래로 보험업에서도 기존 보험사각지대에 놓인 소비자들의 보험가입이 용이해지는 등 소비자 편익이 높아질 것으로 예측된다"며 "다만 블록체인 등 개인정보보호법 상충 문제가 있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소비자 보호 방안 마련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4차 산업혁명의 큰 파도에서 금융산업도 벗어날 수 없고 보험업은 산업의 기능과 구조 측면에서 혁신적인 변화를 겪게 될 것"이라며 "4차 산업혁명은 보험업계의 큰 기회가 될 수 있지만 변화를 정밀히 예측하고 대비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김건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