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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형 재규어 XJ…여성스런 외모, 남성스런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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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형 재규어 XJ…여성스런 외모, 남성스런 힘
  • 헤럴드경제신문 제공 csnews@csnews.co.kr
  • 승인 2008.01.15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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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앞에는 항상 벤츠, BMW, 아우디 등 고가의 수입 차량들이 즐비하게 서 있다. 이들 독일산 명차들은 현대적이면서도 다소 위압감을 느끼게 하는 디자인이 특징이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재규어를 보기는 쉽지 않다. 재규어가 고집하는 고전적인 디자인이 우리 주요 대기업 오너들을 유혹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일단 2008년형 재규어 XJ의 외관을 뜯어보자. 둥그런 헤드라이트의 곡선을 따라 구불구불 접힌 보닛은 굵은 퍼머넌트 웨이브가 들어간 여인의 긴 머리카락을 떠오르게 한다. 독일차들이 대체적으로 다비드적인 남성성을 상징한다면 재규어는 그리스적 여성스러움과 전통의 우아함을 풍긴다.

일단 이 미녀의 속내(?)를 읽기 위해 올라탔다. XJ는 차량 총 길이만도 5090㎜에 달하는 재규어의 최고급 모델이지만 덩치답지 않게 2720㏄ 엔진을 올렸다. 벤츠 S클래스와 BMW 7시리즈의 경쟁 상대임을 감안한다면 우리나라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3500㏄ 이상의 엔진을 장착해야 마땅할텐데도 말이다.

하지만 역시 만만히 볼 ‘여인상’은 아니다. 최고 출력 206마력에 최대 토크 44.4㎏ㆍm의 성능을 내는 V6 디젤엔진을 숨긴, 그야말로 거대한 항모의 모습이 아닌가.

시동을 걸었다. 간혹 도로에서 승용 디젤차량을 마주할 때면 세단의 이미지를 깨는 봉고 엔진 특유의 달달거리는 소리를 들었던 터라 큰 기대를 하지 않았건만 조용하면서도 고급스럽게 전해지는 엔진음이 인상 깊다. 우리네 ‘회장님’들이 타도 전혀 손색없는 정숙한 디젤엔진이다.

혹시나 싶어 문을 열고 다시 시동을 켜며 엔진음을 들어봤다. 실내에서 들렸던 정숙한 소리와는 달랐지만 튜닝한 스포츠카의 우렁찬 으르렁거림이 들려왔다. 중후한 대기업 오너들마저도 가끔 들뜬 기분을 내기 위해 액셀을 밟아볼 듯하다.

차량이 없는 새벽 시간을 골라 목동에서 동대문까지 서울 시내를 주행했다. 재규어의 자랑인 J게이트 기어를 사용했더니 2700㏄ 가솔린에서는 도저히 느낄 수 없는 맹수의 야생성이 엿보인다. 40, 80, 120㎞에 도달할 때마다 손가락이 아닌 팔을 쓰는 수고스러움으로 기어를 바꿔주자 툭툭 튀어나가는 차체에 뒤로 몸이 쏠렸다. 최근 고가의 수입모델에 자주 사용되는 핸들의 팁트로닉으로는 느낄 수 없는 수동 기어 운전의 참맛이었다.

이쯤되니 XJ 2.7d의 단점도 보이기 시작한다. 분명 차체는 회장님 차인데 차량의 장점을 최대한 느낄 수 있는 이는 운전자다. 뭔가 언밸런스다. 하지만 또 딱히 운전자 중심의 차라고도 할 수 없는 것이 뒷좌석의 충분한 풋레스트를 위해 운전석과 조수석은 시트를 최대한 뒤로 빼도 실망스런 공간이다.

내비게이션이 장착된 터치스크린도 센터페시아(center fascia)에서 너무 하단에 위치하고 있다. 주행 중인 운전자가 눈길을 돌리기는 부담스러운 위치다. 안전운전을 위해 전면 유리창에 차량의 모든 정보를 비추기까지 하는 기능도 나오는 시점인데 다소 기술 적응력이 뒤떨어진다는 느낌도 든다.

윤정식 기자(yjs@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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