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미남 몰카’로 포털검색 1위… 화제작 연거푸 히트
고작 5회까지 방송했는데 “‘꽃미남 아롱사태’가 대체 뭐야”라는 쑤군거림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케이블채널 M.net의 프로그램 ‘치욕! 꽃미남 아롱사태’는 입소문이 나더니 급기야 인터넷 포털의 오락프로그램 인기 검색어 순위에서 절대강자 MBC ‘무한도전’을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그 중심에는 다름 아닌 김태은(28) PD가 있었다. 뭔가 심상치 않다 했더니 연예인 차트쇼 ‘재용이의 순결한 19’를 연출해 화제를 모았던 바로 그 PD다.
김 PD는 케이블 TV에서 자신만의 브랜드를 구축한 유일무이한 PD다.
“‘아롱’은 아롱거리는 불빛처럼 맛이 간 상태를 뜻한다”는 김 PD는 요즘 꽃미남을 ‘아롱’하게 만드는 데 푹 빠져 있다. ‘얼짱들은 가짜 마약을 소지한 ‘어깨’형님들과 맞닥뜨리거나 스토커 여성에게 납치돼 감금되기도 한다. 이런 엽기적인 상황에서 보이는 ‘얼짱’들의 솔직한 모습이 시청자들을 사로잡는다. ‘얼짱’들은 사전 이미지 점수와 몰래 카메라 후 실체 점수를 합산해 순위가 매겨진다. 속은 ‘얼짱’들은 방송 전 제작진의 우려와는 달리 “재미있는 경험하게 해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있다.
“제 프로그램을 관통하는 코드? 바로 ‘싼티’죠.(웃음) 모자라 보이는 것이 재미있잖아요.” 당초 전국의 꽃미남을 찾아 꽃미남 전국구지도를 완성하려고 했던 이 프로그램은 꽃미남을 망가뜨리는 데서 다른 웃음의 포인트를 찾았고 대박을 터뜨렸다.
김 PD는 지상파와 달리 전략적인 ‘싼티’를 구사한다. 80년대 스타일을 좋아한다는 그의 말대로 세트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테리우스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촌스러운 꽃미남 그림을 배경으로 빨강, 노랑, 파랑이 뒤섞인 총천연색 세트장.
“멀쩡해서 안 되겠는데.” 이날 화려한 원색이 뒤섞인 니트 망토를 걸치고 나온 미쓰라 진을 본 김 PD는 좀더 망가진 모습을 위해 아동용 모자부터 털모자까지 이것저것 씌워 보면서 어떤 게 더 웃길지 따져본다. 막내 작가까지 7~8명이 머리를 맞대고 의상, 소품 하나까지 매번 아이디어를 짜낸다. 저렇게 촌스러운 것들은 어디서 구할까. “작가와 상의해서 소품도 직접 다 골라요. 인터넷 쇼핑으로 사는데 저렇게 촌스러운 것들이 다 있더라고요. 촌스러우니 가격도 싸요.(웃음)” 소품까지 직접 다 챙기며 하루 3~4시간 잔다는 김 PD는 거의 일 중독 수준인 프로다. 세트장 중간을 떡 하니 지키고 있는 요상한 오픈 스포츠카도 그의 작품이다. 폐차 수준의 소형차를 50만원에 구입해 직접 색칠을 하고 개조했다.
몰래카메라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 저급하다는 편견에도 김 PD는 당당하다. “일부러 튀려고 하는 게 아니라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사니까 이렇게 됐다”는 그는 고등학교 때 춤도 무진장 추고 음악도 했다. 이후 뮤직비디오 만드는 일이 하고 싶어 대학에서는 영상학을 전공했고 PD가 됐다. “남들 사는 것과 똑같이 살지는 않았다”는 김 PD는 오늘도 남들과 다른 프로그램을 만들 궁리 중이다.
오연주 기자(oh@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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