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뻔한 스토리.. 그러나 잊을 수 없는 감동"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세계 최초로 핸드볼을 주제로 한 영화인데다가 핸드볼 아시아 예선을 다시 치르게 된 기념으로 망설임없이 영화표를 예매하고 영화관에 들어섰다.
모 방송 프로그램에서 손가락 힘을 키우기 위해 세손가락으로 푸쉬 업을 하는 김정은과 문소리를 잠깐 본 후 영화배우도 쉬운 게 아니구나란 생각을 했는데, 영화를 관람하고 나니 정말 내가 핸드볼 경기 한편을 보고 나온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물론 실화에 바탕을 두었기 때문에 픽션보다는 현실감이 더 컷겠지만, 배우들의 연기력이 받쳐주지 않았다면 실화도 픽션보다 더 허상에 가까웠을 것이다.
"살인의 추억"을 보고 한 동안 밤길이 무서웠고, "그놈 목소리"를 보고 아이들에게 눈길을 떼지 못한 것 처럼... 내용은 아주 간단하다. 이미 각본이 정해진 주말 드라마처럼 기승전결로 이루어진 이영화는 노장 대표팀 아줌마들의 현실에서 시작이 된다.
대형 마트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는 미숙(문소리 분)과 소위 잘나가는 일본팀 감독인 혜경(김정은 분), 남편의 식당일을 돕고 있는 정란(김지영 분)은 한때는 잘나가던 한국 여자 핸드볼 대표팀이었으나 이제는 노장으로 남모를 고민과 함께 은퇴 후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핸드볼에 대한 열정은 여전히 현역 못지 않다.
그중 한국 핸드볼의 미래를 걱정해 귀국한 헤경은 과거 라이벌이었던 미숙과 정란과 손잡고 신인 선수들과 함께 핸드볼 팀을 재결성한다. 그러나 혹독한 훈련방식에 불만을 품은 신인 선수들과 노장 선수들간 몸싸움까지 벌인다.
핸드볼 협회 측은 결국 혜경을 감독에서 해임하고 미국에서 잘 나가는 선수 출신의 신인 감독 승필(엄태웅 분)을 데려온다. 물론 새감독과는 더 큰 어려움과 구구절절한 사연이 많았지만, 여자 핸드볼팀은 우여 곡절끝에 아테네 올림픽 결승전까지 진출하게 된다.
올림픽 경기는 연장전과 재 연장전으로 이어진다. 이장면은 마치 진짜 올림픽 결승전을 보는 것 마냥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너무나 전형적인 내용과 구성이지만, 뻔한 내용이 영화의 감동을 줄이지는 못했다. 경기장면의 카메라 앵글이 그만큼 박진감 있었고 스포츠 중계자마저 공영방송 아나운서가 진행해서 현실감을 더했다.
이같은 현실감을 더하기 위해 제작사가 외국에서 핸드볼 선수들을 초빙해왔다는 후문도 있다. 드라마에서 몇번 안 접했지만, 엄정화의 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나에게 외면 당했던 엄태웅의 연기력에도 찬사를 보낸다.
그리 혹독한 역할을 소화해 낼수 있는 남자 배우는 몇명 없을 것이다. 1996년 "세친구" 이후 다시 접한 임순례 감독은 프랑스에서 영화를 배운 사람 답지 않게 환경과 현실 사이의 문제를 영화로 풀어내는 것에 재주가 있는 것 같다.
뻔한 스토리지만 남 모를 감동을 줄 수 있는 영화를 만드는 손을 가진 감독의 다음 작품 기대해 본다. 내용은 평범하나 구성과 캐스팅 면에서 높은 점수를 줄만하여 10점 만점에 8점정도의 영화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