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라이 릴리와 노보 노디스크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시장을 선점한 가운데 국내 기업들은 투약 횟수를 줄이거나 주사 부담을 낮추는 차별화 방식으로 시장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월 1회 장기지속형 주사제와 마이크로니들 패치, 한미약품은 비만 전주기 포트폴리오, 동국제약은 3개월 이상 지속형 제형을 앞세우고 있다.
12일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비만치료제 시장 규모는 2027년 이후 1000억 달러 이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글로벌 회계법인 딜로이트는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후기 임상 파이프라인 가치 기준으로 봤을때 처음으로 비만치료제가 항암제를 제쳤다고 밝혔다. 비만 자산은 전체 후기 파이프라인 예상 매출의 약 25%로 항암제(20%)도 넘어섰다고 분석했다. 2022년 비만 자산 비중이 1%에 그쳤던 점을 고려하면 비만치료제 파이프라인에 대한 시장 기대치가 단기간에 급격히 높아졌다.
국내 제약사들은 글로벌 제약사들이 이미 주 1회 투약 주사제로 시장을 선도한 만큼 투약 횟수를 줄이거나 주사에 대한 부담을 줄이는 차별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지난 8일 티온랩테라퓨틱스와 월 1회 장기지속형 비만치료 주사제 공동개발 계약을 맺었다.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 1상 시험계획서를 제출한 만큼 연내 첫 투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자회사 대웅테라퓨틱스와 마이크로니들 패치 형태 비만 치료제도 개발 중이다. 이 형태는 주사기 사용 없이 파스처럼 피부 표면 각질층을 통과해 약물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통증과 주사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기존 비만치료제와 마이크로니들 패치형태 치료제의 생체이용률을 비교하는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신약 후보물질 HM15275는 GLP-1/GIP/글루카곤 삼중작용제로 이상지질혈증 및 당뇨를 동반한 고도비만 환자 맞춤 치료제로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후속 임상을 통해 근육량은 유지하면서 체중 감소 효과를 입증하는 것이 목표다.
HM17321은 체중 감소와 근육 증가를 동시에 가능하게 하는 치료제로 근감소증 및 고령층 비만, 운동기능이 저하된 비만환자 수요를 공략한다. 지난해 11월 임상 1상을 승인 받았다.
이외에도 미공개 파이프라인으로 섭식장애 개선을 통한 선천성 비만 치료제 등을 육성하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동국제약은 자체 약물전달시스템(DDS)을 활용해 최대 3개월 이상 효과가 지속되는 장기지속형 비만치료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약물 방출 속도를 조절하는 생분해성 미립구 기반 서방형 플랫폼 ‘DK-LADS’를 적용했다.
다만 아직 초기 개발 단계에 머물러 있다. 현재 제제 연구 및 비임상 단계로 동국제약은 올해까지 임상 후보 조성 및 공정 확보를, 2027년 중 임상 1상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외에도 셀트리온은 4중 작용 주사제와 다중작용 경구제를 동시에 개발 중이다. 주사제는 2027년, 경구제는 2028년 임상시험계획서 제출을 목표로 한다.
HK이노엔과 JW중외제약은 중국 제약사로부터 후보물질의 국내 상업화 권한을 확보했다. HK이노엔은 사이윈드 바이오사이언스로부터 2024년 에크노글루타이드를 도입해 올해 1월 국내 임상 3상 대상자 모집을 마쳤다.
JW중외제약은 지난달 간앤리 파마슈티컬스로부터 보팡글루타이드를 도입했다. 해당 물질은 2주 1회 투약 방식으로 개발 중이며 미국에서 임상 2상이 진행 중이다. JW중외제약은 올 하반기 비만 및 제2형 당뇨병을 적응증으로 임상 3상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글로벌 시장 선도 기업은 일라이 릴리와 노보 노디스크다. 릴리의 비만 치료제 젭바운드의 올 1분기 매출은 42억 달러, 노보의 위고비는 32억 달러 수준으로 알려졌다. 당뇨 치료제 브랜드를 제외한 매출로 두 제품 합은 세계 매출 1위 의약품으로 알려진 머크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매출 80억 달러에 근접했다.
두 회사 모두 올 들어 경구용 비만치료제의 미국 판매를 시작하면서 기존 주사제 대비 투약 편의성을 개선해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가 올해 1월 미국에서 출시한 경구용 위고비 '위고비필'은 출시 이후 누적 처방 건수가 200만 건을 넘었고 1분기 누적 처방도 약 130만 건에 달했다.
일라이 릴리도 지난달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경구용 비만 치료제 '파운다요'를 비만 또는 체중 관련 동반질환이 있는 과체중 성인의 장기 체중관리를 위한 치료제로 승인 받았다.
후발 글로벌 제약사도 시장 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암젠은 후보물질 마리타이드의 임상 3상을 진행 중으로 장기지속형 주사제 연구로 8주 또는 분기별 1회 투여라는 차별점을 내세운다. 로슈도 GLP-1/GIP 이중 작용제의 임상 2상을 마치고 올해 임상 3상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 1월 중국 CSPC 파마슈티컬스와 계약을 맺고 양사의 AI 기반 펩타이드 발굴 플랫폼과 월 1회 투여 기술을 활용해 비만 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정현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