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7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등에 업고 등장한 카카오뱅크(대표 윤호영)는 인터넷전문은행(이하 인터넷은행) 중 가장 빠른 속도로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출범 8년 만에 모든 인터넷은행과 지방은행의 수익성을 뛰어넘는 명실상부한 '금융 공룡'으로 진화했다.
하지만 압도적인 실적 성장의 배경이 혁신 플랫폼 수익보다 주택담보대출 위주의 이자장사와 일회성 투자 이익에 기대고 있다는 뼈아픈 지적이 제기된다.
◆ 인터넷은행 독보적 1위 사업자, 포용금융 확대로 정책목적도 부응
지난 2015년 정부가 ICT 기업의 금융업 진출을 허용하면서 금융위원회가 국내 최초의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사업자로 한국카카오은행과 케이뱅크은행을 선정했다. 기존 시중은행 중심의 금융 구조가 빠르게 바뀌는 디지털 금융 환경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2017년 7월 카카오뱅크는 1호 은행인 케이뱅크보다 3개월 늦게 출발했지만 '카카오톡'이라는 압도적인 플랫폼 경쟁력을 앞세워 빠르게 성장했다. 공식 영업 개시 5일 만에 신규 계좌 개설 100만 건을 돌파하며 금융권에 유례없는 '카뱅 신드롬'을 일으켰다.

흑자전환도 빨랐다. 2017년 출범 첫해 1040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이듬해 적자 폭을 209억 원으로 줄인 뒤 출범 2년 만인 2019년 당기순이익 137억 원을 기록하며 첫 연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후 카카오뱅크는 한 번도 꺾이지 않는 성장 곡선을 그려왔다. 연도별 당기순이익 추이를 보면 ▲2020년 1136억 원 ▲2021년 2041억 원 ▲2022년 2630억 원 ▲2023년 3549억 원 ▲2024년 4402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도 4803억 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6년 연속 최대 실적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는 부산은행(4393억 원) 등 주요 지방은행의 순이익 규모를 추월한 수치다. 자산 규모 역시 1분기 77조 원을 돌파하며 부산은행을 제외한 모든 지방은행을 넘어섰다.
상승세는 올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187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3% 급증하며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다. 고객 기반 또한 1분기 말 기준 2727만 명을 기록 사실상 국내 경제활동인구(약 2930만 명) 전체가 카카오뱅크를 쓰고 있는 셈이다.
특히 지난해 처음으로 비이자수익 1조 원 시대를 열며 수익 다각화에도 성과를 냈다. 최근에는 인도네시아 디지털은행 ‘슈퍼뱅크’ 상장에 따른 지분 평가차익 약 933억 원이 이번 1분기 실적에 반영되며 글로벌 투자 성과도 숫자로 증명했다.
포용금융 측면에서도 올 1분기 중·저신용 대출 신규 취급 비중 45.6%, 잔액 기준 비중 32.3%를 기록하며 사회적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공략도 구체화되고 있다. 지난 3월 태국 SCBX와 디지털뱅크 준비법인 ‘BankX’ 설립을 완료했으며, 몽골 최대 기업인 MCS그룹과 MOU를 체결하는 등 한국식 뱅킹 플랫폼 수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연내에는 외국인 전용 서비스를 출시해 국내 외국인 금융 시장까지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 저축을 놀이로, 회비 관리를 소셜로... 금융의 문법을 바꾼 카카오뱅크
카카오뱅크의 성공 비결은 딱딱한 금융을 '놀이와 공유'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데 있다. 소액으로 시작해 귀여운 캐릭터와 함께 성공을 시각화한 '26주 적금'은 저축의 엔터테인먼트화를 이끌며 지난해 누적 3000만 좌를 돌파했다.
카카오톡 단체채팅방과 연동해 투명하게 회비를 관리하는 '모임통장' 역시 금융의 소셜화를 주도하며 현재 1290만 명 이상의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잔액 11조6000억 원을 기록하며 핵심 수신 기반이 됐다.
여기에 서류 제출부터 실행까지 영업점 방문이 전혀 필요 없는 ‘주택담보대출 100% 비대면화’는 시중은행의 대환대출 수요를 흡수하는 블랙홀 역할을 했다. 10대 청소년 전용 선불전자지급수단인 ‘미니(mini)’는 미래 잠재 고객을 선점하는 전략의 교과서로 불리며 카카오뱅크의 장기적 성장 기반이 됐다.
외환 시장에서는 환전 수수료를 없앤 '달러박스'가 출시 1년 만인 지난해 6월 가입자 100만 명을 돌파하며 '달러 선물하기' 등 새로운 문화를 만들었다.
카카오뱅크의 성공 이후 시중은행들은 기존의 딱딱한 금융 상품에서 벗어나 재미와 간편함을 강조한 유사 상품을 대거 출시했다. 모임통장의 경우 같은 인터넷은행인 토스뱅크뿐만 아니라 KB국민은행, 신한은행 등 대형 시중은행들도 모임 서비스 기능을 대폭 강화하거나 전용 통장을 출시하며 대응하고 있다.
계좌 안의 여유 자금을 별도로 묶어 하루만 맡겨도 이자를 주는 세이프박스(파킹 통장)도 대부분 시중은행 앱에 파킹통장이나 잔돈 굴리기 서비스가 기본적으로 탑재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카카오뱅크가 과거 복잡했던 공인인증서와 보안카드 절차를 생체 인증과 간편 비밀번호로 대체하며 금융의 문턱을 획기적으로 낮추자 시중은행들도 무거운 기존 앱 대신 간편 인증 중심의 원앱 전략을 도입하게 만든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 3000만 고객·자산 100조 원 목표 세운 카카오뱅크, 비이자수익 확대는 고민
현재 인터넷은행 중에서 고객 수, 자산, 가입자 수 등 모든 지표에서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카카오뱅크의 경쟁 상대는 대형 시중은행이다.
이를 위해 카카오뱅크는 지난 2024년 3월 기업가치제고 계획을 통해 2027년까지 ▲고객 수 3000만 명 ▲총자산 100조 원 ▲수수료/플랫폼 수익 연 평균 20% 이상 등의 단기 목표를 제시했다. 고객 수와 총자산은 외형 성장, 수수료 플랫폼 수익 증가는 비이자수익 확대를 의미한다.
우선 외형 성장은 지속되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카카오뱅크의 고객 수는 2727만 명으로 전 분기 대비 57만 명이 늘었다. 연 평균 200만 명 확대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 말까지 3000만 명 달성은 가능한 수치다.
총자산 100조 원 역시 매년 10조 원 이상 자산을 늘려온 흐름을 감안하면 내년 말까지 달성이 녹록치 않지만 공격적인 여·수신 확대를 고려한다면 불가능한 숫자는 아니다.
다만 비이자수익 확대 전략은 분발이 필요한 상태다. 카카오뱅크의 지난해 수수료 수익은 311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 증가하는데 그쳤고 올해 1분기 역시 수수료 수익은 4.1% 늘어난 808억 원에 머물렀다. 전체 영업수익에서 이자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80.5%에 달한다. 85~90% 수준인 대형 시중은행보다 소폭 낮다. 다만 좁은 개념의 여신이자수익을 기준으로 보면 약 63%로 비중은 더 내려간다.
카카오뱅크는 비이자수익 확대를 위해 지난달 출시한 투자탭에 이어 상반기 내 외화통장도 선보인다. 하반기에는 외국인 서비스를 비롯해 만 7세부터 이용할 수 있는 체크카드 등도 출시하는 등 수익 다각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수수료·플랫폼 수익은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와 대출비교 서비스가 가계대출 규제라는 외부 변수 영향을 받았다”면서 “밸류업 목표는 계획대로 이행하며 대출비교, 광고, 투자 등 3대 플랫폼 위주로 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인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