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도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파업을 유지하겠다고 밝혀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는 한 이번 사태는 치킨게임(chicken game:극단으로 치닫는 경쟁 게임)이 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지원대책에도 불구하고 화물연대가 노동기본권 보장, 금년 중 표준 운임제 법제화, 유가보조금 지급 기준 인하 등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며 화물연대를 비판했다.
열 차례 협상 테이블에 앉았던 정부가 갑자기 더 양보할 수 없다며 버티기에 들어간 것은 이후 파업 장기화에 따른 피해에 대해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애초 화물연대는 13일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경유가 부담 해소, 화물차 수급 개선, 화주 불공정 거래 제한, 지입제ㆍ다단계 개선, 표준요율제 도입 등 5가지 요구 사안을 제시했다.
양측은 그간 이견을 보이면서도 화물차 수급 개선과 지입제 등 화물시장의 관행 개선, 표준요율제 도입 등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합의점을 찾아가고 있었다.
1천억원을 들여 화물차를 줄이고 고속도로 통행료 심야 할인 대상 범위를 확대하는 안도 협상 과정에서 제시됐는데 화물연대는 정부 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화물연대측은 협상이 제대로 풀리지 않자 그간 거의 거론되지 않았던 쟁점인 화물차 운전자들에 대한 노동기본권 보장을 강하게 요구하기 시작했고 정부측이 17일 합동담화문을 통해 이러한 요구를 공식 거부함에 따라 협상은 다시 꼬이게 됐다.
화물연대가 정부에 노동기본권을 보장해 달라고 요구하는 까닭은 운송료 인상 협상이 지지부진한 채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게 주된 원인이다.
화물운송 운임 계약의 당사자는 화주와 운송업체로 이들은 자영업자인 화물차 운전자들과 운송료를 협상할 의무가 없다.
화주, 운송업체와 공식적인 운송료 협상 자리를 마련해달라는 화물연대의 요구를 정부가 몇 년째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도 사업자 간 계약 문제에 정부가 개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화물연대는 총파업에 나서면서 5가지 요구 사안을 밝힌 뒤 "운송료 협상을 당사자가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면 당장 화물운송 노동자에게 노동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화물연대는 정부의 합동 담화에 대해 "교섭 중인 사항을 일방적으로 확정, 발표해 유감스럽다"며 "파업을 장기화하는 무책임한 태도로 교섭에 나오지 않는 대형 화주들에게 면죄부를 줬다"고 비판했다.
화물연대는 정부가 표준요율제 시행과 관련해 선법제화가 어렵다고 하는 등 한나라당보다도 후퇴한 안을 내놓아 신뢰를 무너뜨렸다며 대형 화주의 눈치만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화물연대측와 정부는 대화를 계속하겠다고 밝혔으나 닷새째 계속되고 있는 운송거부 사태는 양측이 버티기에 들어가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렵게 됐다.
17일 오후 8시 서울 방배동 화물회관에서 11차 간담회를 연 정부와 화물연대는 입장 차이만 확인한 뒤 19일 다시 만나기로 했다.
정부가 일단 내놓을 수 있는 카드를 모두 공개했기 때문에 당분간 새로운 협상안을 내놓기 어렵고 물류마비 상황이 한계점에 다다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화물연대에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는 등 강경책을 동원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컨테이너운송사업자협의회(CTCA)가 일단 운송료 인상폭을 9~13%에서 16.5%로 올려 제시함에 따라 18일 화물연대와 CTCA의 협상이 급진전될 가능성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아울러 기업체들이 운송료 인상 협상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점도 이런 낙관적인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현재로서는 화물연대가 정부측에 제시한 노동기본권 보장, 유가보조금 지급기준 인하, 표준요율제 조기 시행은 진척될 전망이 보이지 않고 있어 화주와의 운송료 협상에서 극적인 전환점을 찾지 못하는 한 화물연대 파업사태의 조기타결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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