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년 넘도록 아파트 거래가 부진해 도저히 수지타산을 맞출 수가 없기 때문이다.
강 사장은 "3년 전 재건축 수요를 보고 들어왔는데 2006년 반짝하더니 작년부터는 영 매기가 없다"며 "인건비는 커녕 가게 운영도 버거워 자리를 내놨다"고 말했다.
강남권 부동산 거래시장에 찬바람이 불면서 문닫는 중개업소가 늘고 있다.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목좋은 점포를 잡으려면 거액의 권리금을 줘야 했지만 지금은 권리금 없는 중개업소도 나오고 있다.
비싼 월세를 내지 못해 보증금만 까먹고 폐업을 하거나 다른 곳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 임대료 못내 짐싼다 = 26일 명문 학원가의 대명사인 강남구 대치동 중개업계에 따르면 도곡역부터 은마아파트 단지까지 밀집한 100여개 중개업소 가운데 10-15%가 매물로 나와 있다.
총 4천424가구의 은마아파트 단지내만 해도 35개 중개업소 가운데 가시적으로 드러난 것만 5-6개 점포가 새 주인을 찾고 있다.
재건축 규제는 풀릴 기미가 없고 8학군 전세 수요도 예전같지 않아 아파트 중개수수료만으로는 먹고 살기 힘들다는 게 중개사들의 설명이다.
단지에서 영업중인 한 중개업소 대표는 "실면적 20-23㎡짜리 월 임대료가 250만원선이고 인건비를 빼고도 월 400만원의 고정비가 지출되는데 실제 벌이는 이에 훨씬 못미친다"며 "작년 하반기부터 적자가 누적되고 있어 더이상 버틸 재간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따라 권리금도 하락했다. 2-3년 전만해도 1억2천만-1억7천여만원의 권리금이 있었지만 지금은 5천만-7천만원에 불과하다. 그나마 사정이 급한 중개업소는 권리금 없이 점포를 내놓는다.
강남구 개포동 주공 아파트 단지내 중개업소도 상황은 비슷하다. 낡은 재건축 아파트여서 점포 임대료가 월 60만-100만원으로 대치동의 절반도 안되지만 현상유지가 쉽지 않긴 마찬가지다.
강남의 한 중개업소 사장은 "폐업 업소중에는 영업을 시작한 지 1-2년이 안된 신참들이 많다"며 "동네에서 잔뼈가 굵은 중개업소도 힘든데 단골도, 노하우도 없는 신생업소는 더욱 발붙이기 힘들다"고 말했다.
◇ '탈(脫) 강남구' 현상 뚜렷 = 이와 같은 중개업소의 이탈은 강남권이 특히 두드러진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올 1-4월까지 강남구에서 신규로 등록된 중개업소는 243건으로 2006년 같은 기간의 359건, 지난해 동기간의 339건에 비해 각각 48%, 40% 정도 감소했다.
반면 올해 1-4월 문을 닫은 강남구의 중개업소는 258건으로 신규 등록 건수보다 15건 많았고 지난해 같은 기간 폐업 건수(246건)보다도 12건(5%)이 늘었다.
같은 기간 서초구와 송파구는 폐업 건수가 작년 동기대비 소폭 감소했지만 신규 등록 건수 역시 서초구가 2006년 219건에서 2007년 172건, 올해는 151건으로 줄었고, 송파구도 각각 172건, 223건, 219건으로 감소했다.
반면 최근 거래가 활발했고, 가격 상승폭이 컸던 곳은 되레 중개업소가 늘었다.
노원구의 경우 올해 1-4월 신규 등록업소가 130건으로 지난해 동기간 111건에 비해 17% 늘었고 재개발 지분 쪼개기가 활발했던 용산구는 지난해 148건에서 올해는 217건으로 무려 47%나 증가했다.
협회 관계자는 "강남지역 중개업소 등록이 줄어든 것은 점포 임대료가 타 지역보다 비싼데다 거래도 줄어든 때문"이라며 "거래가 살아나지 않는 한 중개업소 이탈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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