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8개월 만에 유엔 사무총장 자격으로 생가(生家)가 있는 고향을 방문해 따뜻한 환영을 받으니 감개무량합니다."
반기문(潘基文) 유엔 사무총장이 5일 고향인 충북 음성군 원남면 상당1리 행치마을을 찾았다. 반 총장은 사무총장 선출 직후인 2006년 11월 이 곳을 방문했지만 사무총장 자격으로 고향을 찾은 건 이날이 처음이다.
반 총장 내외는 이날 오전 10시가 조금 지나 유엔깃발과 `외빈101' 번호판이 부착된 외교통상부 소유의 방탄 캐딜락 리무진을 타고 행치마을에 모습을 드러냈다.
600∼700명에 달하는 환영인파의 환호 속에 차에서 내린 반 총장은 "1년8개월만에 오니 감개무량하다. 다니면서 보니까 정리가 잘 돼 있고, 많이 깨끗해졌다"고 고향땅을 밟은 소감을 밝혔다.
반 총장 내외는 곧장 마을 뒷산 중턱에 모셔진 부친과 조부의 묘소를 찾아 직접 향에 불을 붙이고 큰 절을 올리는 것으로 사무총장 신고를 마쳤으며 고향길을 걸으며 때로 회상에 잠기기도 했다. 백발이 성성한 반 총장의 모친 신현순(86)씨는 만감이 교차하는 듯 남편 묘 앞에서 "사무총장 된 큰 아들이 왔어요"라고 오열해 주변을 숙연하게 만들기도 했다.
반 총장은 이어 사당에 들러 제의(祭衣)를 입고 숭모제를 올린 뒤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고 쓰인 백지 위에 직접 붓을 들고 `茂子仲夏(무자중하.무자년 여름) UN 사무총장 반기문' 이라고 한자로 써서 박수광 음성군수에게 전달했다.
음성군수는 반 총장에게 추진중인 반 총장 기념 사업을 설명했고, 반 총장은 "오는 길에 반기문로(路)에 들렀다 왔다"고 관심을 보였다.
반 총장은 사당 마당에 소나무와 향나무 1그루씩을 기념 식수했다.
반 총장은 환영 답사에서 "우리는 좋은 전통이 있다. 멀리서 누가 오거나 대소사가 있으면 조상에 신고하고 음덕을 기린다"며 "저는 여러 조상과 여러 어르신들의 음덕과 여러분의 성원에 힘입어 유엔 사무총장이 됐다"고 인사했다.
그는 "유엔은 제가 총장이 되면서 한국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한국의 국제사회에서의 활약을 주시하고 있다"며 "저도 열심히 하겠지만 여러분도 한국의 국력에 걸맞은 일을 하는 게 저를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무총장이 되고 보니 옛날에 우리가 아무리 고생했어도 행복하고 편하고 좋은 데서 생활했구나 하는 것을 느낀다"며 "세계엔 우리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이 많다. 행치마을, 음성, 충청도, 한국민 모두 한국을 벗어나 세계인이 되는 기틀을 마련하길 바란다"고 애정어린 충고도 잊지 않았다.
반 총장은 박 군수로부터 자신의 활약상이 담긴 사진첩과 이 지역 특산물인 수박 상자를 전달받은 뒤 환영인파들과 함께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대한민국' `세계평화'를 외치며 만세 3창 했다.
반 총장은 고향주민들과의 기념촬영을 마지막으로 90여분간의 `금의환향' 행사를 마치고 다음 일정이 준비돼있는 청주를 향해 아쉬운 발걸음을 옮겼다.(연합뉴스)
저작권자 ©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