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청와대는 사건 당일 오전 11시40분께 관계 당국으로부터 첫 보고를 접수한 뒤 무려 1시간 50분이 지난 오후 1시30분께 이 대통령에게 늑장보고해 위기대응 시스템에 구멍이 뚫린게 아니냐는 지적이 대두됐다.
앞서 청와대 한 참모는 "합참에서 이번 사건에 대해 질병으로 인한 사망이라는 잘못된 보고를 하는 바람에 사태파악을 하느라 시간이 좀 더 걸린 것 같다"며 합참 부분책임론을 제기한 바 있다.
합참에 따르면 사건 당일 오전 11시50분께 청와대 실무자로부터 합참 상황장교(중령)에게 전화가 걸려와 금강산 관광객의 사망과 관련한 상황을 문의했고 상황장교는 "아직 보고받은 바 없다. 확인해서 알려주겠다"고 전화를 끊었다.
이어 이 장교는 상황파악을 위해 강원도 남북출입사무소(CIQ)에 있는 동해선 군사상황실로 전화를 걸었고 CIQ 근무자가 "아마 질병사고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답변해 이를 청와대에 알렸다는 것이다.
합참 이성호 작전부장은 이와 관련, "당시 CIQ 근무자는 남방한계선 통문을 열라는 긴급상황이 통보되자 아무 것도 모른 채 과거에 발생한 사례를 떠올려 답변한 것 같다"면서 "일주일에 2~3건의 안전 및 응급사고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아마도 질병사고가 아닌 가 생각한다고 답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CIQ 상황실 근무자가 합참 상황장교의 문의 전화를 받고 박 씨가 사망했다는 사실을 모른 채 통상처럼 안전 및 응급사고일 것으로 추정하고 그 같이 답변했다는 것이다.
합참은 추가 확인 작업 중 오전 11시55분께 국방부로부터 박 씨가 북한군의 총격으로 사망했다는 사실을 통보받았다.
하지만 합참은 이 후에도 청와대에 정정보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청와대 측은 합참이 대북 감시체제를 상시 가동하고 있기 때문에 '질병사고'라는 최초 보고에 무게를 둘 수 밖에 없었고 결과적으로 이 보고가 정부의 초기 판단에 혼선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초기 판단에 혼선을 빚은 게 사실"이라면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해 보지도 않고 보고를 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작전부장은 "계속 확인 작업을 하다가 5분 뒤인 11시55분께 국방부로부터 관련사실을 통보받았다"면서 "이런 사실을 당연히 위(청와대)에서도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정정보고를 하지 않은 것 같다. 당시 청와대에서 여러 차례 전화가 걸려 와 누구한테서 걸려온 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합참 상황실 근무자는 일선 부대 뿐만 아니라 정부 부처나 기관에서 걸려 온 전화를 일지에 기록하도록 되어 있어 '책임 회피용' 해명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당시 현대아산 측에서 통일부로 사고소식을 전했을 뿐 북측의 공식통보가 없었기 때문에 대북 정보가 시급했을 것"이라며 "합참이 경위야 어찌 됐건 정정보고를 하지 않은 책임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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