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저축은행 부실·비리사태의 본질적 책임은 전 정부의 저축은행 규제완화 정책과 현 정부의 감독소홀에 있다는 점에서 당시 내부적으로 '부패'의 싹이 자라고 있었던 부산저축은행의 경영 상태를 제대로 점검하지 못했던 금융당국 책임자에 대한 엄중한 책임규명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당시 금융당국 수장은 지난 2004년부터 2007년까지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 겸 금융감독원장을 역임한 윤증현씨다.
그는 현정부들어서도 2009년부터 올해 6월까지 기획재정부 장관을 맡아 양대정권에 걸쳐 저축은행 정책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만한 위치에 있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참여정부 시절 금감원에서 주요 저축은행업계 대표들을 불러 '리스크관리 우수사례'를 발표, 이 자리에 부산저축은행 측이 발표자로 참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당시 부산저축은행이 금감원 선정 리스크관련 우수기관으로 뽑혀 발표자로 참석했는데 당시에 부산저축은행이 부동산 시행사업까지 하는 것을 보고 의아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더구나 부산저축은행과 계열사인 부산2저축은행은 지난 2006년과 2007년에 건전경영과 공헌 등을 이유로 대통령, 국무총리, 재경부장관 포상 및 표창까지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위 관계자는 "부산저축은행 포상 부분은 당시 일부 신문사들이 자체 위원을 통해 선정해 놓고 감독당국에 명칭을 쓰게 해달라고 요청했었던 걸로 기억한다"며 "당시에는 금감원도 부산저축은행의 부실이나 SPC(특수목적법인)를 세워서 대출을 했는지 등에 대해 정확히 몰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부산저축은행을 리스크관리 우수사례로 선정했다는 것은 처음 듣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참여정부 시절 부산저축은행은 우량저축은행들에 대한 판단기준이었던 8․8클럽에 가입,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과 실적면에서 우수기관으로 평가를 받았다.
이렇듯 건전경영 모범사례로 주목을 받았던 부산저축은행은 불과 5년여 만에 온갖 비리와 부패금융기관으로 전락했다.
이는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듯이 부산저축은행 대주주 일가에 대한 금융당국의 감시/감독소홀과 PF대출에 대한 과도한 규제 완화 때문이었다.
대주주인 박연호 회장과 관련 임원들은 횡령과 분식회계, 부당대출 등의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또 부산저축은행 검사에 관여했던 금감원과 예금보험공사, 감사원 등 관련 임직원들이 부실검사와 뇌물수수 혐의로 소환됐다.
특히, 부산저축은행 금품수수 혐의로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과 김광수 금융정보분석원장이 구속됐고 김종창 전 금융감독원장 역시 소환조사를 받았다.
부산저축은행 부실사태는 고스란히 예금자들의 피해로 이어져 피해액은 무려 2천882억에 달하고 있다.
부산저축은행과 함께 영업정지를 당했던 다른 저축은행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저축은행을 둘러싼 부패의 사슬은 금감원은 물론 전․현 정부 인사와 정치권에까지 깊숙이 개입된 것으로 속속 드러나고 있다.
금융계와 시민단체들은 내달 5일과 7~8일에 진행되는 저축은행 청문회에 전․현 정부의 금융당국 수장과 이를 지시한 정부 고위관료, 구명로비에 개입한 부패 공직자와 정치인 등 관련된 모든 인사를 증인으로 세워 저축은행 부실을 철저하게 규명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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