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의 2분기 실적이 시장의 우려를 벗어던지지 못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인 가운데 정작 회사 측은 안도의 한숨을 쉬는 분위기다.
시장의 호평으로 주가가 치솟을 경우 하이닉스 최대의 과제인 매각 추진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
작년 사상최대의 실적을 기록한 하이닉스는 지난 4월 한 때 장중 3만7천400원의 최고가를 찍기도 했다. 당시 시가 총액이 16조원을 넘어서며 인수합병(M&A)시장에 큰 부담이 됐다.
하이닉스가 21일 발표한 2분기 실적은 매출액 2조7천583억원, 영업이익 4천468억원이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6%, 영업이익은 56% 줄었지만 업황 악화에 따른 시장 우려보다는 양호한 성적으로 주가가 오름세를 보였다.
하지만 반나절 만에 곧 1천억~1천800억원으로 추정되는 램버스 충당금이 환입된 실적으로 실제 성적은 변변치 못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당초 시장의 예상 치와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이야기다.
결국 이날 하이닉스 주가는 전일 대비 2.27% 떨어진 2만3천650원에 장을 마감했다.
국내 증권사 18곳의 평균 실적 전망치는 매출액 2조8천627억원, 영업이익 3천920억원이었다.
매각에 도움(?)이 되는 것외에 하이닉스가 좋지 않은 실적에도 웃을 수 있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권오철 사장의 과감한 의사결정과 리더십으로 회사의 재무 건전성이 강화됐기 때문.
작년 3월 권 사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했을 때만해도 D램 업황은 하락세를 보이며 수익성이 악화되던 시기였다.
하지만 하이닉스는 2010년 1분기부터 4분기까지 매번 흑자 기조를 유지하며 매출 12조987억원, 영업이익 2조6천962억원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업계는 권 사장이 전형적인 하이닉스맨으로 워크아웃 등 어려운 상황 속에서 주요 임원직을 맡으며 투자를 이끌었던 힘이 바탕이 된 것이라 평했다.
취임 전 146%이던 부채비율은 작년 95%로 낮아졌다. 77%에 불과하던 유동비율도 103%로 끌어 올렸다. 60%이던 당좌비율 또한 83%로 개선됐다.
올 들어 반도체 산업이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지만 유동비율은 104%로 오히려 더 좋아지기까지 했다.
최대 과제인 매각을 앞둔 하이닉스의 입이 귀에 걸린 이유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유성용 기자]

